오페라 이야기/오페라 이해하기

오페라와 뮤지컬은 어떻게 다를까?

정준극 2009. 4. 4. 23:08

오페라와 뮤지컬은 어떻게 다를까?


필자의 좁은 소견으로서는 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를 확연하게 구분하기가 어렵다. 다만, 오페라는 순수 성악가들이 출연하며 뮤지컬에는 대중가수들이 출연한다는 생각을 잠시해 본다. 하지만 이것도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오페라에도 팝송 가수들이 등장할수 있으며 뮤지컬에도 순수 성악가들이 출연할수 있다. 오페라에서는 주인공들이 개인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지만 뮤지컬에서는 일반적으로 개인 마이크를 장치해서 사용한다. 그러나 이것도 정확한 구분은 아니다. 오페라 출연자에게도 소형 마이크를 장착할수 있으며 뮤지컬 출연자들이 마이크 없이 노래하는 경우도 많다. 오페라는 오페라 작곡가들이 작곡한 작품이고 뮤지컬은 뮤지컬 작곡가들이 작곡한 작품이라는 설명도 설득력이 없다. 현대에서는 오페라 작곡가들이 뮤지컬도 작곡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예가 영국의 ‘G&S'(길버트와 설리반)이다. G&S를 뮤지컬 작곡가라고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오페라 작곡가라고 부르는 데에는 아무도 이의가 없다. 

 

길버트와 설리반의 HMS 피나포어의 한 장면. 이건 오페라라기 보다는 오페레타에 가깝다. 그리고 뮤지컬이라고 말해도 누가 무어라고 말할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오페라라고 해도 누가 무어라고 말할 사람이 없다.

 

오페라는 오페라 전용 극장에서만 공연하고 뮤지컬은 일반 뮤지컬 극장에서 공연한다는 주장도 타당성이 없다. 무대의 조건에 따라 오페라와 뮤지컬을 구분할수는 없는 일이다. 일찍이 영국에서는 시장에서 오페라를 공연하는 일이 빈번했으며 독일에서도 공장이든 상가이든 관객을 찾아 공연한 일이 많았다. 사전적인 설명에 따르면 오페라는 ‘무대에서 공연하는 음악연극으로서 거의 모든 파트의 대사를 노래로 부르는 작품을 말한다.’고 되어있다. 원래 오페라라는 단어는 이탈리아어의 ‘작품’이라는 단순한 뜻이다. 라틴어의 Opus(작품)의 복수형태가 Opera이다. 그러므로 그저 음악작품의 한 장르라고 보면 마음 편하다. 뮤지컬의 정의는 어떠한가? ‘오페라와 비슷한 형태이지만 상당 부분의 대사를 노래가 아닌 말로 하는 무대 음악연극’이라고 되어있다. 그러면 오페라는 모든 대사를 말이 아닌 노래로 부른단 말인가? 그것도 그렇지만은 않다. 아무튼 오페라와 뮤지컬을 딱 부러지게 구분하는 것은 어렵다. 마찬가지로 오페레타와 오페라를 구별하는 일도 쉽지는 않다. 일반 오페라에도 코믹하고 가벼운 작품이 있으며 오페레타라고 해도 무겁고 슬픈 작품이 있다. 오페라이든 오페레타이든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코믹할수도 있고 슬플수도 있는 것이다. 공연시간이 길면 오페라이고 짧으면 오페레타라는 해설은 말도 안되는 것이다. 프랑스의 작곡가인 다리우스 미요(Darius Mihaud)의 ‘테세우스의 구출’이란 오페라는 공연시간이 7분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J. 슈트라우스의 오페레타 ‘박쥐’는 휴식시간까지 포함하여 거의 3시간이나 된다. 한가지 구분 방법이 있다. 작곡한 사람이 자기의 작품을 오페라라고 하면 오페라이며 뮤지컬이라고 하면 뮤지컬이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오페레타 박쥐(Die Fledermaus)에서 헝가리 귀족으로 변장한 아델라이데와 자기 부인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이젠슈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