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백과/천사의 품계

기독교에서의 천사

정준극 2009. 6. 3. 22:37

[기독교에서의 천사]

 

신약성서에는 ‘천사’ 또는 ‘주의 사자’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마태복음 3장 13절에는 “주의 사자가 요셉에게 현몽하여 이르되 헤롯이 아기를 찾아 죽이려하니 일어나 아기와 그의 어머니를 데리고 애급으로 피하여 내가 네게 이르기까지 거기 있으라 하시니”라고 기록되어 있어서 천사들을 ‘주의 사자’라고 표현하였다. 마태복음 4장 11절은 예수께서 마귀의 시험을 이기시는 내용인데 “이에 마귀는 예수를 떠나고 천사들이 나아와서 수종드니라”라고 기록되어 있어서 천사들이 나타나 마귀의 시험을 물리치신 예수 그리스도를 보살펴드렸다는 내용이 나온다. 누가복음 2장 13절에는 ‘홀연히 수많은 천군이 그 천사들과 함께 하나님을 찬송하여 이르되...’라고 하여 천사들이 천군과 함께 예수님의 탄생을 하나님께 영광 돌린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이어 15절에는 “(영광을 돌리고 난후) 천사들이 떠나 하늘로 올라가니..”라고 기록되어 있어서 천사들이 하늘로 돌아갔음을 밝히고 있다. 또한 사도 바울과 베드로를 감옥에서 풀려나게 한 것도 천사이다. 하지만 천사에는 여러 급수가 있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서 성경에 천사와 대천사라는 서로 다른 표현이 나오는 것만 보아도 천사에는 계급이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 

 

동방정교회 성화(이콘)에 등장한 천사들


신약성경에서 대천사라는 말이 언급된 것은 두 번뿐이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유다서 1장 9절에 천사장 미가엘이란 기록이 나오며 데살로니가 전서 4장 16절에 “주께서 호령과 천사장의 소리와 하나님의 나팔소리로 친히 하늘로부터 강림하시리니 그리스도 안에서 죽은 자들이 먼저 일어나고”라는 기록이 있다. 즉,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실 때에 천사장의 소리가 들릴 것이라는 내용이다. 신약성경에는 천사장이라고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가브리엘과 미가엘이라는 이름이 나온다. 외경인 토비트(Tobit)서(도빗서)에는 라파엘이라는 이름도 등장한다. 어떤 때에는 우리엘과 바누엘(Phanuel)이라는 이름이 네 번째 천사장의 자격으로 거론되는 경우도 있다.


동방정교회에서는 천사장이 수천명에 이른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존귀하게 이름이 불러지는 천사장은 일곱명이라고 한다. 가브리엘, 미가엘, 라파엘, 우리엘이 4대 천사장으로 거론되며 나머지는 셀라피엘(Selaphiel), 예구디엘(Jegudiel), 바라키엘(Barachiel)이라고 한다. 간혹 예레미엘(Jeremiel)이라는 이름이 여덟 번째로 추가되기도 한다. 동방정교회에서는 율리안력(Julian Calendar)으로 매년 11월 8일(그레고리안력으로는 11월 21일)에 미가엘 천사장을 위한 시낙시스(Synaxis: 초기 교회의 성체 배령 미사: 기독교의 성만찬식)를 행한다. 천사장 가브리엘에 대한 축일은 3월 26일(4월 8일)이며 소아시아의 골로새(Colossae)에서의 미가엘 천사장의 기적에 대하여는 9월 6일(9월 19일)에 축하 미사를 거행한다. 한편, 동방정교회에서는 1년 열두달을 통하여 매달 월요일에 천사들에게 봉헌하는 미사를 드린다. 이때에 부르는 찬송가에는 미가엘과 가브리엘의 이름이 나온다. 정교회는 성화(이콘)에서 각 천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름 해설과 상징성을 주고 있다. 정교회는 이들 7-8명의 천사장을 ‘천사의회’(Angelic Council)라고 불렀다.

 

일부 기독교(콥틱교회등)는 예수 그리스도가 대천사 미가엘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글쎄... 


- 미가엘(Michael): 히브리어에서 미가엘이란 뜻은 ‘하나님과 같이 되려는 자가 누구뇨?’ 또는 ‘하나님과 동등한 자가 누구뇨?’이다. 초기 기독교 시대에는 미가엘을 마치 군대의 사령관처럼 표현하였다. 미가엘은 오른손에 창을 들고 사탄인 루시퍼(Lucifer)를 무찌르려하고 있으며 왼손에는 푸른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손에 들고 있는 창의 꼭대기에는 붉은색 십자가가 그려진 린넨 깃발이 달려 있다. 특히 미가엘은 정교회 신앙을 수호하는 존재로 간주되고 있으며 이단을 물리치는 전사(戰士)로 알려져 있다.

 

대천사 미하엘(미가엘, 마이클)이 사탄을 제압하고 있는 장면의 조각


- 가브리엘(Gabriel): ‘하나님의 사람’ 또는 ‘하나님의 권세’라는 뜻이다. 가브리엘은 하나님의 신비한 섭리를 전하는 사자(使者)이다. 특히 하나님이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시는 것과 관련한 사자이여 이밖에 모든 하늘의 신비함과 관련된 천사장이다. 가브리엘은 오른손에 심지에 불을 밝힌 등불을 들고 있으며 왼손에는 벽옥(碧玉: 자스퍼)으로 만든 거울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거울은 하나님의 신비로운 지혜가 감추어진 것을 의미한다. 간혹 백합화를 들고 있는 것은 순결을 의미한다.

 

마리아에게 수태고지 하는 가브리엘 대천사(천사장)

 

- 라파엘(Raphael): ‘하나님이 고치시다’ 또는 ‘치유자 하나님’이라는 뜻이다. 외경인 도빗서에 그렇게 설명되어 있다. 라파엘은 티그리스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가지고 오는 도빗을 오른손으로 인도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왼손에는 눈처럼 흰 석고로 만든 단지를 들고 있다. 의사들이 약을 담는 단지이다.

 

대천사 라파엘. 도몬테 주교와 함께. 무리요 작품. 러시아 푸쉬킨미술관 소장

 

- 우리엘(Uriel): ‘하나님의 불’ 또는 ‘하나님의 빛’이라는 뜻이다. 오른손에는 페르시아(파사)인들을 무찌르기 위한 칼을 들고 있으며 왼손에는 타오르는 불길을 들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바위산의 성모'. 맨 오른쪽이 천사장 우리엘이다.

 

- 셀라피엘(Selaphiel): ‘하나님의 중재자’(Intercessor of God)라는 뜻이다. 고개는 숙이고 있으며 눈도 아래를 내려다 보는 모습으로 두 손을 마치 기도하는 것처럼 가슴에 얹고 있다.


- 예구디엘(Jegudiel): ‘하나님을 영광스럽게 하는 자’라는 뜻이다. 오른손에는 황금 꽃다발을 들고 있으며 왼손에는 세갈래 채찍을 들고 있다.


- 바라키엘(Barachiel): ‘하나님의 축복’이라는 뜻이다. 흰 장미를 든 손을 가슴에 얹고 있는 모습이다.


- 예레미엘(Jeremiel): ‘하나님의 큰 기쁨’(God's exaltation)이라는 뜻이다. 인간이 하나님을 찬양하는 일을 고취하고 일깨워 주는 역할을 한다.

 

일부 개신교 신학자들은 유다서 1장 9절에 기록된 미가엘만이 유일한 천사장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성경에서 가브리엘에 대하여는 한번도 천사장이라고 부르지 않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오리겐(Origen)이라는 학자는 유다서에 천사장 미가엘과 모세의 얘기가 나오는 것은 미가엘이 모세를 하늘나라로 인도하여 올라가려고 했었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모세는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하고 120세로 모압 땅에서 세상을 떠났다. 신명기 34장 5-6절에 보면 ‘5 이에 여호와의 종 모세가 여호와의 말씀대로 모압 땅에서 죽어 6 뱃브올 맞은편 모압 땅에 있는 골짜기에 장사되었고 오늘까지 그의 묻힌 곳을 아는 자가 없느니라’고 기록되어 있다.

 

마리아에게 수태고지하는 가브리엘. 엘 그레코 그림

 

개신교에서 사용하는 성경에는 미카엘과 가브리엘의 이름이 나오지만 라파엘이란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이른바 외경(Apocrypha)에는 라파엘이 나오지만 개신교의 성경은 외경을 포함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라파엘의 이름이 거명되어 있지 않다. 라파엘의 이름은 구약성경의 도빗서에 등장한다. 도빗서에는 라파엘이 도빗에게 나타나 소경이 된 도빗의 아들 도비아스(Tobias)의 눈을 뜨게 고쳐주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도비아스에게는 악마가 들어 있어서 곧 죽을 형편이었지만 라파엘이 악마를 쫓아 냈다는 것이다. 외경인 에녹서에도 라파엘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여호와의 증인'은 미가엘이 이 세상에 내려오기 전 하늘에 계셨던 예수였다고 주장한다. '여호와의 증인'은 미가엘이야 말로 하나님이 제일 처음 창조하신 가장 위대한 존재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여호와 하나님의 으뜸가는 메신저(사자)로서 하나님의 이름을 크게 알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내세웠다. 또한 미가엘은 사탄과 싸워 세상에 살고 있는 하나님의 백성들을 보호해 주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이렇게 믿는 근거는 다니엘 12장 1절의 말씀인 “그 때에 네 민족을 호위하는 큰 군주 미가엘이 일어날 것이요...”, 그리고 요한계시록 12장 7-8절의 말씀인 “7 하늘에 전쟁이 있으니 미가엘과 그의 사자들이 용과 더불어 싸울 새 용과 그의 사자들도 싸우나 8 이기지 못하여 다시 하늘에서 그들이 있을 곳을 얻지 못한지라”에 비춘 것이다. '여호와의 증인'(Jehovah's Witnesses)이 미가엘을 크게 존귀하게 여기고 있는 것은 그가 하늘에 있는 하나님의 아들들 중에서 가장 뛰어나며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사명과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과 관련하여 데살로니가전서 4장 16절 “주께서 호령과 천사장의 소리와 하나님의 나팔 소리로 친히 하늘로부터 강림하시리니 그리스도 안에서 죽은 자들이 먼저 일어나고...”의 말씀과 같이 예수께서는 재림하실 때에 천사장의 소리와 함께 하늘로부터 내려오신다고 한 기록을 중요시하고 있다. 왜냐하면 유다서에 기록된 대로 미가엘만이 유일한 천사장이므로 주께서 재림하실 때에 미가엘의 소리와 함께 오심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말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여호와의 증인은 미가엘과 예수가 하나이고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개신교의 일파라고 하는 제칠안식일예수재림교(Seventh-day Adventists), 침례복음주의자인 챨스 스퍼전(Charles Spurgeon), 장로교 신학자인 매튜 헨리(Matthew Henry)등은 천사장 미가엘이 천사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하나님의 아들(Son of God)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아크엔젤(Archangel)이라는 말도 천사 중에서 높은 천사, 즉 천사장이라기 보다는 천사들의 머리에 있는 자, 즉 천사들보다 더 높은 곳에 있는 자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미가엘은 천사의 우두머리로서의 천사장이 아니라 다니엘 8장 11절 말씀인 “또 스스로 높아져서 군대의 주재를 대적하며...”에서처럼 만군의 주재(Leader of the host)라는 것이다. 물론 제칠안식일예수재림교의 대천사 주장을 그대로 따라 믿는 개신교, 특히 침례교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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