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장
(Incheon Open Port Modern Architecture Museum)
일본18은행 인천지점이었던 건물에 중구청이 근대건축전시장을 마련했다.
장학퀴즈 시간에 다음과 같은 문제가 나왔다고 치자. 좀 특이한 문제들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문제들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장학퀴즈에 출전한 학생들이 얼마나 대답을 잘 하느냐는 또는 못하느냐 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공부는 하지 않고 공연히 촛불집회에나 참석하던 학생은 대답을 하나도 못할 것이고 그런 데에는 그림자도 얼씬거리지 않고 책만 보았던 학생은 대답을 잘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는 과연 얼마나 알고 있느냐는 것이다. 스스로 채점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일 것이다.
문제 1: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은? 대답: 1889년 문을 연 대불(大佛)호텔이다. 혹자는 정동에 있던 손탁호텔이 아니냐고 말하겠지만 손탁호텔은 1902년에 문을 열었다. 대불호텔은 중화루라고 하는 중국요리점의 2층에 문을 연 전형적인 객잔(客棧)형태의 호텔이었지만 내부는 서양식이었다.
문제 2: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극장은? 대답: 1909년에 문을 연 표관(瓢舘)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관은 1906년 새문밖에 프랑스인이 만든 영화관이지만 그건 영화를 상영했을 뿐이었다. 단성사는 1907에 문을 열었지만 처음엔 연극만 했다. 그러므로 영화도 하고 연극도 했던 극장다운 극장은 표관이 처음이다.
문제 3: 우리나라 최초의 자장면 식당은? 대답: 1905년에 문을 연 공화춘(共和春)이다.
문제 4: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주택은? 대답: 1890년에 세운 세창양행(世昌洋行) 직원들을 위한 숙사이다. 세창양행은 독일 무역회사였다.
문제 5: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건물의 교회는? 대답: 1885년에 세운 내리(內里)교회이다. 서울의 새문안교회와 정동교회는 1887년에 건설되었다. 다만, 내리교회와 새문안교회의 옛 건물들은 사라졌지만 정동교회 건물은 남아 있다.
문제 6: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초등학교는? 대답: 1892년에 문을 연 영화(永化)학교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고등교육기관은 1886년에 문을 연 배재학당이다.
문제 7: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공원은? 대답: 1888년에 만들어진 각국공원(현 자유공원)이다. 서울의 탑골공원(파고다공원)은 1897년에 조성되었다.
문제 8: 우리나라 최초의 성공회 성당은? 대답: 1890년에 건립된 내동(內洞)성당이다. 성공회 강화성당은 1900년에 세워졌다.
문제 9: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건물의 성당은? 대답: 1890년에 완성된 답동(踏洞)성당이다. 서울의 명동성당은 그보다 6년 후인 1896년에 완성되었다.
문제 10: 우리나라 최초의 외국인 별장은? 대답: 1890년에 세운 영국인 제임스 존스턴의 별장이다.
대답을 하다보면 한가지 공통분모를 발견할수 있다. 모든 건물이 인천에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제물포라고 부르던 곳이다. 호텔이건 식당이건 영화관이건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건물들은 모두 인천에 있었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인천은 우리나라 개화기의 중심무대였기 때문이다. 인천과 관련하여 다른 문제들도 나올수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우리나라 최초의 외국인 클럽은? (1901년에 문을 연 제물포구락부이다.)
-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는? (1899년에 개통된 경인선이다.)
-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기상대는? (1904년에 건립된 제물포기상대이다.)
- 우리나라 최초의 외국인 조계(租界)는? (1883년에 설정된 인천 조계이다.)
- 우리나라 최초의 외국 영사관은? (1883년에 문을 연 인천소재 일본영사관이다.) 이밖에도 인천에는 우리나라 최초가 많지만 이 정도에서 생략코자 한다.
전시장. 설명문이 너무 조밀하여 한참동안 읽어야 했다. 팸플릿으로 소개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인천이 개항된 이후 인천에 세워진 여러 근대건물들의 모습을 되새겨 볼수 있는 곳이 있다. 인천중구청이 뜻한바 있어서 마련한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이다. 중구청 바로 앞쪽에 있다. 주소는 중구 중앙동이며 전화는 032-760-7549이다. 아침 9시에 문을 열어 오후 6시에 닫는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근대건축전시관(실은 박물관이라고 해도 무방함)은 개항후 설립된 일본18은행 인천지점 자리에 마련되었다. 일본18은행은 나가사키에 본점을 두고 있던 은행으로 인천지점은 1890년에 문을 열었다. 작은 건물에 한정된 스페이스지만 근대건축전시장에는 19세기 중반, 우리나라 개화기에 인천에 세워진 여러 근대식 건축물들에 대한 흥미있는 내용들이 질서있게 전시되어 있다.
전시장. 인천항과 중구 현재의 차이나타운과 자유공원 일대를 모형으로 만들어 놓았다. 영상시설도 있다.
전시실은 크게 셋으로 나뉘어져 있다. 제1전시실은 개항당시 인천항의 모습이다. 근대라는 시기가 비로서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된 제물포를 기억하게 해주는 곳이다. 제2전시실에서는 당시 각국 사람들이 살던 조계지의 풍경을 볼수 있다. 개화기에는 있었으나 지금은 사라진 존스턴별장, 영국영사관(파라다이스 호텔 자리), 러시아영사관(인천역 자리), 일본영사관(중구청 자리), 청국영사관(현 화교중산학교 자리) 인천해관 등의 모습도 볼수 있다. 제3전시실에는 현존하는 근대건축물(일본18은행, 답동성당, 일본58은행, 성공회성당, 인천우체국, 제물포구락부, 일본1은행, 홍예문 등)의 모습과 당시 엽서로 만들어진 여러 건축물들의 모습을 볼수 있다. 전시관 옆에 마련된 야외공간에는 표관, 공화춘, 대불호텔, 세창양행숙사, 내리교회의 모습을 동판부조로 만들어 설치해 놓았다. 우리나라 개화기의 모습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시간을 내어 당연히 찾아볼만한 장소이다. 건물 자체는 협소하지만 전시자체는 알차게 마련되어 있어서 찾아왔던 보람을 준다. 사족 한마디: 야외공간에 설치되어 있는 근대거리 지도에는 웬 오자(誤字)가 그리도 많은지 모르겠다. 도무지 신경을 쓰지 않고 만든 것 같다. 예를 들면, 패루를 ‘페루’라고 적어 놓았으며 의선당은 ‘의성당’, 화교중산학교는 ‘학교중신학교’라고 적어 놓았다. 왜 그랬을까? 일부러 그랬을까?
전시장. 지금은 볼수 없는 개화기 당시의 근대식 건물들의 모습을 모형으로 재현해 놓았다.
일본영사관 자리였던 현재의 중구청
전시장 야외공간. 옛 인천 중구의 거리사진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할수 있도다.
야외에 전시되어 있는 부조. 최초의 극장인 표관의 모습.
최초의 서구식 건물인 세창양행 직원 숙사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대불호텔. 중화루 객잔과 함께 있었다. 지금은 주차장.
인천 내리감리교회의 모습. 지금은 볼수 없고 대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다.
우리나라 자장면의 발생지인 공화춘. 지금은 허물어질 위험이 있는 건물로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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