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더 알기/동방박사 세사람

동방박사(Magi) 집중탐구

정준극 2009. 7. 18. 19:02

동방박사(Magi) 집중탐구

누구신가? 바쁘실 텐데 어디서 오셨는가? 무엇을 가지고 오셨는가?

 

                                   안젤리코 신부의 '동방박사들의 경배'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동방박사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동방박사들은 예수님이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셨을 때 저 멀리 동방으로부터 낙타를 타고 와서(성경에는 낙타를 타고 왔는지 또는 당나귀를 타고 왔는지에 대한 기록이 없다) 아기 예수와 마리아에게 경배하고 가지고 온 귀한 선물을 드린 사람들이다. 주일학교에 다녔던 사람들은 어린 시절 성탄절에 동방박사가 나오는 연극에 한번쯤은 참가했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동방박사 세 사람이 큰 별을 따라 낙타를 타고 야자수가 듬성듬성 보이는 사막을 건너 베들레헴에 찾아 와서 아기 예수와 마리아에게 경배하고 예물을 드린다는 내용의 연극은 성탄절 행사의 단골 메뉴였다. 금박이나 은박종이로 만든 왕관을 쓰고 주로 누나방의 커튼이나 이불보로 만든 옷을 걸친 동방박사 세 사람이 마리아가 안고 있는 아기 인형에게 절을 할 때면 보고 있던 아이들은 '아니, 국민학교 5학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무슨 애기 엄마야?'라면서 우습다고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그런중에도 아이들의 가장 큰 관심은 동방박사들이 가져온 선물이었다. 아이들은 아기 예수는 인형이므로 선물이 필요 없을 것이므로 자기들이 대신 받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마리아의 옆에는 수염이 덥수룩한 요셉이 긴 지팡이를 들고 마치 ‘누가 선물을 슬쩍하지 않나?’라며 잔뜩 긴장해서 지키고 서 있으므로 선물을 차지하고 싶다는 생각을 감히 하지 못했다. 들에서 양을 치던 목자들도 경배하러 왔지만 동방박사들에 비하여 초라하기가 그지없어서 관심 밖이었다. 간혹 날개를 단 천사들의 모습도 보였다. 주로 유치부 아이들이 천사의 역할을 맡는데 날개가 떨어지거나 또는 머리 위에 얹어 놓은 둥근 철사가 구부러져서 그걸 고치느라고 연극에는 정신이 없었다. 동방박사들이란 과연 어떤 사람들인가, 어디서부터 온 사람들인가, 가져온 선물인 황금과 유향과 몰약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 그 선물들은 나중에 어떻게 되었나 등을 집중 분석해 본다.

 

신약성경에는 4복음서 중에서 마태복음에만 동방박사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신통하다. 어찌하여 다른 복음서에는 동방박사에 대한 이야기가 한줄도 없는 것일까? 누가복음은 세례 요한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베들레헴에서의 현장 르포는 목자들과 천군천사들이 아기 예수를 경배했다는 이야기뿐이다. 마가복음은 예수께서 삼십세 쯤에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는 얘기부터 시작한다. 그러므로 마가복음에는 예수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는 한줄도 나오지 않는다. 요한복음에도 예수의 탄생에 대한 기록은 없다. 대단히 중요한 사건인데 기록으로 남겨놓지 않았다. 그러므로 현재로서는 마태복음의 내용이 가장 자세하다. 마태복음 2장 1절-12절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마태를 제외한 마가, 누가, 요한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방박사를 아예 무시하기로 합심한것 같다.

 

‘1 헤롯 왕 때에 예수께서 유대 베들레헴에서 나시매 동방으로부터 박사들이(점성가들이) 예루살렘에 이르러 2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 계시냐 우리가 동방에서 그의 별을 보고 그에게 경배하러 왔노라 하니... 7 이에 헤롯이 가만히 박사들을 불러 별이 나타난 때를 자세히 묻고 8 베들레헴으로 보내며 이르되 가서 아기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고 찾거든 내게 고하여 나도 가서 경배하게 하라 9 박사들이 왕을 말을 듣고 갈새 동방에서 보았던 그 별이 문득 앞서 인도하여 가다가 아기 있는 곳 위에 머물러서 있는지라 10 그들이 별을 보고 매우 크게 기뻐하고 기뻐하더라 11 집에 들어가 아기와 그의 어머니 마리아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엎드려 아기께 경배하고 보배합을 열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리더라 12 그들이 꿈에 헤롯에게로 돌아가지 말라 지시함을 받아 다른 길로 고국으로 돌아 가니라’

 

헤롯을 만나고 있는 세명의 동방박사. 모두 왕관을 썼다.

                            

이에 의하면 동방박사들은 별을 따라 처음에 베들레헴이 아니라 예루살렘에 왔으며 나중에 다시 별의 인도를 받아 베들레헴에 도착하여서는 마구간이 아니라 어떤 집에 들어가 아기 예수를 보고 경배했다는 것이다. 그 후 꿈에 하나님께서 동방박사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서 고국으로 곧장 돌아가라는 지시를 내려 예루살렘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돌아갔다고 되어 있다. 아마 천사의 지시를 받은 것같다. 그렇지만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동방박사 이야기 자체를 부인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론가들이나 원리주의자들은 복음서에 나오는 동방박사 이야기가 꾸며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말구유에서 태어난 사건을 과대포장 및 미화하기 위해 저 멀리 동방으로부터 유명한 박사들이 줄줄이 찾아와 엎드려 경배하고 귀중한 예물도 드렸다는 픽션이라는 것이다. 어떤 학자는 복음서의 저자가(마태) 나중에 예수의 탄생을 위대한 전설로 만들기 위해 살을 붙인 이야기일 뿐이라고 내세웠다. 그래서 다른 저자들(마가, 누가, 요한)은 마태의 픽션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해서 자기들의 복음서에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나저나 만일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가 태어났다는 징표인 큰 별을 보고 고국을 떠났다고 하면 아무리 빨라도 몇달이 지나서야 겨우 유대 땅에 도착했을 터인데 어떻게 해서 구유에 놓인 갓난아기 예수를 찾아 경배했다는 말인가? 이런 궁금증을 뒤로하고 오로지 성경의 말씀을 의지하여 보면 동방박사들은 분명히 아기 예수를 경배하고 선물을 드린후 자기들 나라로 돌아갔다. 기독교는 성서의 모든 기록과 번역물과 초기 기독교 교부(敎父)들의 말을 인용하여 동방박사의 공현(公顯)을 사실로서 증거하고 있다. 그건 그렇고, 일부 이론가들이나 원리주의자들은 주장은 무엇인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이에 대하여 기독교가 제대로의 반론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음은 아쉬운 일이다.

 

무리요의 '동방박사의 경배'. 몇명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대개 머리에 터번을 둘렀다.

                               

- 4복음서 중에서 마가복음과 요한복음에는 예수 탄생에 대한 이야기가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예수의 공생(公生)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예수의 탄생이 그토록 신비하고 위대하다면 어찌하여 마가복음과 요한복음에는 예수 탄생에 대한 이야기가 단 한 마디도 언급되지 않은 것인가? 또한 동방박사의 방문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면 어찌하여 마가, 누가, 요한복음에는 동방박사에 대한 이야기가 한마디도 없는 것일까? 일부 학자들은 요한의 경우, 동방박사에 대한 이야기가 당시 유대 땅에서 전해 내려오던 단순한 전설인 것을 알고 일부러 복음서에 수록하지 않았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 누가복음은 예수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수록했지만 동방박사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누가복음에는 수태고지, 탄생, 할례,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간 일 등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다. 이런 이야기도 다른 복음서에는 나타나지 않은 내용들이다. 예수의 어린 시절을 알 수 있는 내용은 누가복음의 설명이 전부이다. 예수의 공생이전의 생활은 커다란 수수께끼로 되어 있다.

- 누가복음에는 아기 예수가 모세의 법대로 정결예식의 날이 차서 예루살렘에 올라갔다가 곧바로 나사렛으로 돌아갔다고 되어 있다 (2: 39 주의 율법을 따라 모든 일을 마치고 갈릴리로 돌아가 본 동네 나사렛에 이르니라). 만일 동방박사들이 경배하러 왔다면 아기 예수가 예루살렘에 올라갔다가 나사렛으로 돌아온 후, 그렇지 않으면 애급으로 피신했다가 나사렛으로 돌아온 후에 이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아기 예수님은 애굽에서 적어도 몇년을 지냈을 것이므로 애굽에서 돌아온 후에 경배하러 왔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 

동방박사들은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그리고 어느 시점에 왔었다는 것인가? 이런 여러 의문을 하나하나 다시 생각해보자.

 

나사렛에 있는 마리아의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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