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더 알기/동방박사 세사람

동방박사들은 누구인가?

정준극 2009. 7. 18. 19:05

동방박사들은 누구인가?

 

비잔틱 벽화 '동방박사들의 경배'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동방박사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동방은 어디를 말하는 것이며 박사는 어떤 지위의 사람들인가? 그리고 세 사람만 왔었다는 것인가? 이런 궁금증들을 역사학자들의 주장을 근거로 풀어보자.

영어 성경에는 동방박사를 Wise men from the East(동쪽에서 온 현자들)라고 되어 있다. 라틴어의 Magi(마기: 메이자이)를 Wise men(현자: 지혜자)으로 번역한 것이다. 라틴어인 Magi는 Magos의 복수형이다. Magos는 고대 페르시아어인 Magus에서 비롯한 단어로서(영어의 Magic은 Magi에서 비롯된 단어이다) 고대 점성술사를 말하며 구체적으로는 조로아스터교의 사제를 의미했다. Magi는 옛 페르시아의 승족(僧族)을 말하기도 했다. 마치 유대족속에서 레위부족을 제사장부족이라고 하는 것과 같았다. 훗날 역사학자 헤로도투스(Herodotus)는 동방박사(마기)를 옛 페르시아의 북동부에 있는 메데아(Medea)왕국의 신성한 계급의 사람들이라고 해석했다. 마기 족속은 페르시아에 사제(승려)들을 제공했다고 한다. 예레미아는 이들 마기족의 수장을 라브-마그(Rab-Mag)라고 불렀다. 글자그대로 승족의 수장이라는 뜻이다(예레미아 39: 3, 29:13). 라브-마그는 변방국의 왕과 같은 대우를 받았다. 앗수르(Assyria)와 바벨론(Babylonia)이 멸망한 후에 마기 승족들은 페르시아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페르시아의 키루스(Cyrus)왕이 마기 승족들을 모두 굴복시켰으며 그의 아들 캄비세스(Cambyses)는 한걸음 더 나가서 이들을 핍박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마기 족속들은 옛 페르시아를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반란을 일으켰고 자기들의 대표인 과마타(Guamata)를 왕으로 추대하였다. 반란은 오래가지 못했다. 과마타는 암살당했고 다리우스(Darius)가 왕이 되었다. 이후 페르시아에서는 마기 족속들의 멸망을 축하하여 국경일로 삼았었다. 이 국경일을 마고포니아(Magophonia)라고 불렀다. 마기 족속은 비록 멸망했지만 그들이 남긴 종교적인 영향은 상당기간 계속되었다. 마기 족속은 예수가 탄생하던 시절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그러므로 성경에 나오는 동방박사들은 바로 페르시아의 마기족 유민들의 대표들이라는 것이다.

 

메데의 귀족들. 페르시아의 박사들. 혹자는 이들이 마태복음에서 말하는 동방박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경에 나오는 동방박사들은 오을날 우리가 말하는 문학박사, 정치학박사 등 그런 박사들을 말하는가? 그렇지 않으면 대부분 의사들이 간판을 위해 가지고 있는 그런 박사학위를 말하는 것일까? 우리나라 성경에서는 ‘동방으로부터의 현명한 사람’을 동방박사라고 번역했다. 박사라고 하면 일단 대단히 학식이 많고 유능한 사람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동방박사라는 사람들은 의사도 아니며 교육기관에서 박사라는 학위를 받은 사람들도 아니다. 그저 다른 사람들보다 현명하여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들을 가르켜 마기(Magi: 절대로 마귀하고 혼돈하지 말것)라고 했다. 사실상 성경에서는 마기(메이자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주로 마법사, 요술사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예를 들어 구약의 다니엘서 1: 20에는 마기를 박수와 술객(術客)으로 표현하였다. 박수라는 것은 남자 샤만, 특히 강신(降神)과 관련이 있는 무당을 일컫는 말이다. 다니엘 2: 27에는 좀 더 구체적으로 지혜자, 술객, 박수, 점쟁이를 모두 일컫는 용어로 사용했다. 그 이후의 다니엘 5: 7에도 ‘술객과 갈대아(현재의 터키 지방) 술사와 점쟁이를 불러오게 하고 바벨론의 지혜자들에게 말하되...’라는 표현이 있다. 이로 미루어 보아 갈대아 지방에는 술사와 점쟁이들이 많았으며 바벨론(현재의 이락)에도 지혜자(Wise men)가 많았다고 볼수 있다. 한편, 신약에서도 마기라는 단어가 몇차례 나온다. 예를 들어 사도행전 8: 9에는 ‘그 성에 시몬이라 하는 사람이 전부터 있어서 마술(魔術)을 행하여 사마리아 백성을 놀라게 하며 자칭 큰 자라 하니’라는 기록이 있다. 마술을 행하는 사람이 마고이 또는 마기였다. 사도행전 13장 6절에는 ‘유대인 거짓 선지자인 마술사를 만나니...’라는 기록이 있다. 이 경우에 마고이 또는 마기는 거짓 선지자거나 마술사를 뜻했다. 역대의 유명한 신학자들인 성 유스틴(St Justin), 오리겐(Origen), 성 아우구스틴(St Augustine), 성 제롬(St Jerome) 등은 마태복음 2장에 나오는 마기(동방박사)를 지혜자, 마술사, 점성술사 등으로 해석하였으며 동방의 왕이나 위대한 성인으로 보지는 않았다.

 

예루살렘에서 헤롯을 만나고 있는 동방박사들 

                             

나중에도 언급되겠지만 동방박사들을 왕으로 보는 견해도 상당하다. 이는 구약 이사야 60: 3, 시편 72: 10, 시편 68: 29의 말씀에 비유하여서이다. 기독교 초기에는 마태복음의 동방박사 이야기를 구약의 이사야와 시편의 말씀을 상고하여 왕들이 찾아 왔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동방박사를 왕이라고 보게 된 것은 콘스탄틴 황제 이후라고 보고 있다. 주후 5백년경에 시작된 이같은 견해는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 때까지 계속되었다. 종교개혁 당시 라틴어 성경을 독일어와 영어로 번역하면서 Magi를 Wise men으로 번역함으로서 왕이라는 개념이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

 

성가족의 애급 피난

                        

코란에서는 예수탄생과 관련하여 마태복음에서와 같은 동방박사 이야기가 없다. 다만 예전부터 아라비아에서는 동방박사(마기)에 대한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었으므로 이슬람 세계에서도 동방박사라는 단어가 생소한 것은 아니다. 9세기경의 무슬림 백과사전 집필자인 알-탈바리(al-Talbari)는 마기들이 예수에게 예물을 드렸다는 얘기를 그의 저서에 수록하였다. 알-탈바리는 이 이야기의 소스가 7세기의 작가인 와히브 빈 무나비(Wahib bin Munabbih)라고 밝혔다.그러므로 동방박사에 대한 이야기가 기록에 처음 등장한 것은 주후 7세기경, 즉 마호메드가 활동하기 시작한 시점과 같다고 보면 된다. 어떤 종교단체는 동방박사 에피소드에 대하여 대단히 비판적이다. ‘여호와의 증인’은 동방박사들의 방문(공현)을 축하할 일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신명기 18:10-11과 레위기 19:26, 이사야 47: 13-14에 기록된 것을 내세우며 교회에서 점성술과 마술을 옹호하는 것을 비난했다. ‘여호와의 증인’은 동방박사들을 인도한 별이 이들을 예수 그리스도의 적인 헤롯에게도 인도하였음을 지적하고 이로 인하여 무고한 어린이들이 비참하게 살육된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동방박사의 지혜롭지 못한 처사로 인하여 무고한 어린이들이 무수히 죽임을 당하였으니 그들이야 말로 오히려 미련한 사람들이라는 설명이었다.

 

베들레헴 학살. 니콜라스 푸쌩. 파리 쁘티 빨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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