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궁 일화/그리고 종묘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선정

정준극 2009. 8. 4. 22:20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선정

 

정전의 신실로 향하는 집사들(종묘관리사무소 Credit). 이 노인네들은 모두 어디서 오신 분들일까?

 

수십 년 전에 우연히 처음으로 종묘를 관람했던 일이 있다. 그 때에는 집들도 낡았고 마당에는 잡초가 엔간히 우거져 있었으며 연못도 부실하다 못해 볼품이 없었다. 그후에는 간혹 뉴스를 통해 1년에 한번인가 종묘에서 제사를 지내는 광경을 보았다. 마당에서 악공들이 제례악을 연주하며 국악고등학교 학생들이라고 생각되는 어리게 보이는 여학생들이 남자 관복과 같은 것을 입고 양손에 막대기 같은 것을 들고 절도 있게 마스게임을 하듯 움직이는 행사였다. 외국 관광객들의 눈에는 신통하게 보이겠지만 우리로서는 지루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더구나 상당히 많은 노인네들이 관복을 잘 차려입고 줄을 지어 등장하여 술잔에 술을 따르고 어쩌고 하는 제사 의식을 보고 ‘도대체 저 노인네들은 모두 어디서 온 분들일까? 설마 저분들이 모두 태조 이성계의 후손들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얼핏 했던 일이 있다.

 

종묘 홍보교육관에 전시되어 있는 신실

 

근자에 타이완에서 온 친구와 함께 모처럼 종묘를 관람한 일이 있다. 이 친구는 공자에 대하여도 잘 알고 있어서 대화가 편했다. 게다가 한문을 잘 알고 있어서 이해력도 빨랐다. 모처럼 방문한 종묘는 상상외로 훌륭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마침 8월이었으므로 경내에는 녹음이 우거져 있어서 마치 첩첩산중에라도 들어온 느낌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시원하여 힘들게 찾아온 보람이 있었다. 고목에 이끼가 피어있는 모습도 보기에 좋았다. 어느 틈엔가 종묘 교육홍보관이 마련되어 있어서 종묘 제례와 제례악에 대하여 안내를 받을수 있었다. 교육홍보관은 향대청(香大廳)이라는 곳에 마련되어 있다. 향대청은 정문을 통해 들어가서 오른쪽 관리사무실을 지나면 나온다. 종묘의 제례와 제례악에 대한 비디오를 볼수 있는 곳이 또 있다. 정전 왼편 끝에 있는 악공청(樂工廳) 건물이다. 악공들이 연습도 하고 준비도 하는 곳인데 기업에서 찬조를 받아 비디오 시설을 마련해 놓아 의자에 앉아서 감상할수 있도록 해 놓았다. 노인들이 의자를 차지하고 앉아서 큰소리로 잡담을 나누는 것이 보기에 언짢았지만 아무튼 예전에 보았던 종묘가 아니었다.

 

 악공청에 마련된 종묘 제례 및 제례악 비디오 상영

 

종묘는 1995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종묘 제례와 제례악은 2001년에 유네스코의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되었다. 그러므로 종묘는 우리나라만의 자랑이 아니라 세계가 존중하고 보존해야 하는 문화유산이 되었다. 종묘를 건설하고 제사를 지내는 것은 전통적인 유교의 예법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유교의 종주국인 중국에서도 우리나라 종묘에서와 같은 제례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꾸준히 종묘 제례를 한치의 소홀함도 없이 지키고 있다. 그러므로 유교니 무어니를 떠나서 옛 문화유산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국가적으로 길이 보존 계승해야 할 것이다.

 

종묘 제례(종묘관리사무소 Credit) 

지당의 원앙무리. 20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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