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의 거리들/1구 인네레 슈타트

참고자료 78 폭스가르텐(Volksgarten)

정준극 2009. 8. 13. 20:19

참고자료 78

 

폭스가르텐슈트라쎄와

폭스가르텐(Volksgarten: 국민공원)

 

폭스가르텐의 엘리자베트 황비 기념상 

엘리자베트 황비 기념상 앞에는 이른바 씨씨가 즐겨 사용한 별모양의 머리핀 모습이 조경되어 있다.

 

폭스가르텐(국민공원)은 링슈트라쎄의 독토르-칼-렌너-링에 있다. 위치로 보면 호프부르크 궁전과 부르크테아터(궁정극장)의 사이에 있다. 워낙 금싸라기 땅의 시내 중심가에 있다보니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다. 이곳은 원래 비엔나 성곽의 능보(부르크바슈타이)가 있던 곳이다. 그것을 나폴레옹 군대가 1809년 비엔나를 공격하면서 대포로 날려보냈다. 나폴레옹이 실각하고난지 한참후인 1818년, 비엔나시는 이곳에 공원을 조성키로 결정했다. 폭스가르텐은 2년간의 공사 끝에 1820년 문을 열었다. 신성로마제국의 마지막 황제였으며 오스트리아제국의 초대 황제인 프란시스 1세는 '민심은 천심이야, 국민들에게 잘 보여야 해'라고 생각하여 이곳을 일반 국민들이 즐겨 이용할수 있는 공원으로 결정했다. 그리하여 이름도 국민공원(폭스가르텐)이라고 붙였다.

 

폭스가르텐분수(폭스가르텐브룬넨) 

트리톤과 님프 분스


폭스가르텐은 아름답게 조성되었다. 무엇보다도 프랑스 식의 화려한 장미정원이 일품이다. 당대의 건축가 페터 폰 노빌레(Peter von Nobile)가 설계한 테세우스(Theseus) 신전은 비록 아테네의 테세이온(Theseion) 신전의 복사품이지만 도리아 식의 웅장함이 배어 있는 명품이다. 정원의 가운데에는 두개의 분수가 마련되었다. 하나는 트리톤(Triton)과 님프의 분수로서 분수대를 꽃나무로 장식한 것이다. 또하나는 폭스가르텐분수라는 명칭으로 아담하면서도 아름다운 작품이다. 폭스가르텐의 또 다른 명물은 1822년에 문을 연 카페 마이어라이(Cafe Meierei)이다. 테세우스 신전을 설계한 페터 폰 노빌레가 만든 아담한 팔각정 스타일의 카페이다. 이곳에서 요한 슈트라우스(아버지)와 요셉 란너가 비엔나 왈츠의 바탕인 란들러 무곡을 연주하였다. 그로부터 카페 마이어라이의 인기는 점차 높아갔다. 카페가 문을 연 이후 젊은 연인들의 미팅 포인트로서 인기가 높았다. 그러다보니 귀족들도 오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귀족들로서는 평민들이 즐겨 찾는 폭스가르텐을 방문하는 것이 체면문제였지만 그래도 요한 슈트라우스(아버지)와 요셉 란너의 연주를 듣고 싶었고 장미꽃 향기에도 흠뻑 취하고 싶었다. 당국은 귀족들의 염원에 부응하여 공원의 한쪽에 '귀족 코너'를 마련했다. 단, 귀족코너에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했다. 오늘날 카페 마이어라이는 예전만큼의 명성을 얻지 못하고 있다. 다만, 추억에 잠긴 비엔나 시민들 일부가 제국의 영화를 회상하여 카페 마이어라이의 메뉴판을 들여다보며 들어갈까 말까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폭스가르텐에는 세기의 황비인 엘리자베트(애칭 씨씨)의 기념상이 있다.

 

카페 마이어라이. 어떤 노부부가 카페의 메뉴판을 찬찬히 연구하고 있다.

 

폭스가르텐에는 비엔나 방문자라면 필견의 기념비적 조각상이 두개가 있다. 하나는 오스트리아의 몰리에르이며 셰익스피어라고 하는 위대한 극작가 겸 시인인 프란츠 그릴파르저(Franz Grillparzer)의 기념상이다. 공원의 남쪽 끝머리에 자리 잡고 있다. 그릴파르저 기념상의 뒤에 있는 병풍 스타일의 배경에는 그의 대표작인 사포(Sappo), 오토카르 왕의 흥망 등의 장면이 부각되어 있다. 그릴파르저의 기념상은 유명한 조각가  칼 폰 하제나우어(Karl von Hasenauer)의 작품이다. 또 하나의 기념비는 아름다운 엘리자베트(씨씨) 황비에 대한 것이다. 공원의 북단, 부르크테아터 방향에 있다. 1907년에 프란츠 요셉 황제가 직접 제막하였다. 조각가 프리드리히 오만(Friedrich Ohmann)의 작품이다. 조용히 미소를 머금고 앉아 있는 모습이 마치 살아있는 황비를 마주대하는 듯한 뛰어난 조각작품이다.


저 멀리 그릴파르저의 기념상. 뒤에는 자연사박물관. 도심에 이런 공원이 있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다.

 

오늘날 폭스가르텐은 은퇴한 노인네들과 개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되었다. 비엔나에는 어떤 종류의 개들이 살고 있는지를 보려면 바쁘더라도 폭스가르텐에 가보면 알수 있다. 웬 개들을 그렇게 데리고 산책 나오는지 모르겠다. 날씨가 좋으면 점심시간에 주변의 관공서에 있는 공무원들이 식후 소화를 위해 산책을 하러 오기도 한다. 그곳이나 이곳이나 공무원들은 티가 난다. 주변에는 수상집무실, 외무성, 재무성 등 여러 관공서들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점심시간에 산책하러 나타난다. 저멀리 국회의사당과 법무성, 그리고 시청 직원들도 얼굴을 나타낸다. 폭스가르텐의 5월은 계절의 여왕이다. 온갖 장미가 시야를 현란하게 만들고 있다.  


 

테세우스 신전과 장미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