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호이리거와 그린칭

슈람멜음악(Schrammelmusik)

정준극 2009. 9. 6. 21:33

슈람멜음악(Schrammelmusik)이란?

호이리거 특유의 음악 창조

 

호이리거에서의 슈람멜악단. 1890년. 오른쪽의 악기가 더블 네크 기타이다.

 

슈람멜음악은 대체로 호이리거 주점에서 연주되는 비엔나 풍의 매혹적인 음악이다. 슈람멜음악을 듣기 위해 일부러 호이리거를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 슈람멜음악은 비엔나 특유의 민속적 음악이라고 할수 있다. 19세기 말에 유행하기 시작하여 오늘날에도 사랑을 받으며 연주되고 있다. 슈람멜음악은 슈람멜 형제, 즉 요한과 요셉 슈람멜에서 비롯한 명칭이다. 슈람멜 형제는 호이리거의 분위기에 알맞는 비엔나 민속음악을 작곡하고 연주한 사람들이다. 비엔나에서 요한 슈트라우스 왕조는 알지만 슈람멜 형제는 알지 못한다면 곤란한 일이다. 

   

오스트리아에는 오래전부터 슈람멜 스타일의 음악을 연주하는 수많은 그룹들이 있다. 위에 보는 사진도 그 중의 하나이다.

 

북부오스트리아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인 슈람멜 형제는 1878년 뜻한바 있어서 기타를 치는 안톤 슈트로마이어(Anton Strohmayer)와 함께 3인조 악단을 만들었다. 안톤 슈트로마이어는 두 개의 네크(Neck: 주두)를 가진 기타를 만들어 연주했다. 이들은 주로 호이리거에서 민속음악, 행진곡, 댄스 음악, 랜들러를 연주했다. 처음에는 누쓰도르프(Nussdorf)지역에서만 연주했기 때문에 악단의 이름을 누쓰도르퍼(Nussdorfer)라고 불렀다. 1884년에는 악단에 클라리넷이 추가되었다. 이와 함께 이름도 ‘슈람멜 브라더스 특별 4중주단’(Specialitäten Quartett Gebrüder Schrammel)이라고 바꾸었다. 슈람멜형제 악단은 비엔나 상류층으로부터도 환영을 받았다. 심지어는 왕궁에 초대되어 프란츠 요셉 황제 앞에서 연주하기도 했다. 슈람멜음악의 특징은 아련한 옛 추억을 되새기게 해주어 공연히 가슴이 뭉클해 지고 싶을 정도로 멜랑콜리한 음악이라는 것이다. 특히 비엔나 풍의 멜로디가 아름다워서 언제 들어도 가슴에 와 닿는다. 애수의 멜로디이다. 슈람멜 형제의 음악이 너무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과거부터 있었던 비엔나노래(Wienerlied)도 슈람멜음악에 포함되었다. 슈람멜 형제는 단 7년 동안에 2백곡 이상의 음악을 작곡했다. 요한 슈람멜은 1893년 세상을 떠났고 동생 요셉은 2년후에 형을 따라갔다. 모두 43세 때에 요단강을 건너갔다. 4분의 3박자와 무슨 관련이 있나?

 

그린칭의 게뮈틀리히한 호이리거. 게뮈틀리히는 아늑하고 아기자기하며 옛추억을 되새기게 해준다는 형용사이다. 이곳에서 애인과 함께 사랑을 속삭이던 옛일을 생각하며 자기도 모르게 멜랑콜리해진다. 그러한 때에 와인 한잔에 슈람멜 음악이면 기분이 게뮈틀리히 해진다.

 

슈람멜 형제는 이미 요단강을 건너갔지만 그 후에 이들의 음악을 연주하는 2-3인조 악단들이 많이 생겨났다. 전형적인 슈람멜악단은 2개의 바이올린, 1개의 더블 네크 콘트라기타(Contraguitar), G 클라리네트로 구성된다. 간혹 슈람멜하모니카(Schrammelharmonika)라고 불리는 버튼 아코디온도 합세한다. 슈람멜악단은 주로 호이리거 주점에서 연주하기 때문에 호이리겐쟁거(Heirigensänger)라고 부른다. 쟁거(영어의 singer)라고 해서 무조건 노래를 부르는 사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도 쟁거라고 한다. 

  

1952년도 오스트리아의 요셉 슈람멜 탄생 1백주년 기념우표 

 

슈람멜음악의 주제는 비엔나의 아름다움, 과거에 대한 향수, 인생유전, 사람의 운명과 죽음, 그리고 간혹 로맨틱한 세레나데 스타일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슈람멜음악은 슬라브음악의 영향을 받았다. 즉, 오스트리아의 시골음악, 헝가리 민속음악, 슬로베니아 민속음악, 모라비아 민속음악, 바바리아 민속음악 등을 도입한 것이다. 요한 슈트라우스, 요한네스 브람스, 아놀트 쇤베르크는 모두 슈람멜음악의 열렬한 팬으로서 자기들의 작품에 슈람멜음악 스타일을 도입하였다. 현대작곡가로서는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Erich Wolfgang Korngold), 고트프리트 폰 아이넴(Gottfried von Einem), 프란츠 슈미트(Franz Schmidt), 요셉 맑스(Joseph Marx)등이 슈람멜 스타일의 음악을 작곡했다. 현대 슈람멜음악 연주가인 롤란트 노이비르트(Roland Neuwirth)는 외국음악, 특히 블루스를 슈람멜음악에 도입하여 인기를 끌고 있다. 호이리거 주점에서 CD나 테이프를 트는 것은 절대금지이다.

 

호이리거의 와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