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호이리거와 그린칭

유명 호이리거 순례

정준극 2009. 9. 7. 09:42

유명 호이리거 순례

와인 주점 겸 비엔나식 식당...여행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비엔나 근교의 11곳 호이리거

 

하일리겐슈타트의 마이어 암 화르플라츠. 베토벤이 전원교향곡을 작곡한 집으로 나중에 건물 한쪽을 호이리거 주점으로 만들었다.

 

- 크리스트(Christ): 21구 암츠슈트라쎄(Amtsstrasse) 10-14번지. 전화번호 292-5152

예전에는 전형적인 서민층 호이리거로서 고색이 창연한 건물이었으나 지금은 현대 아방 갸르드 스타일의 건물로 변신했다. 실내는 강렬한 색깔로 장식되어 있으며 조명도 현대적이다. 나무로 만든 탁자와 의자들이 한껏 멋을 부리고 있으며 곳곳에 자연석과 유리장식을 두어 운치를 더했다. 크리스트라고 하니까 예수 그리스도를 연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건 아니다. 비엔나에서도 알아주는 와인 제조자인 라이너 크리스트(Rainer Christ)의 이름을 따서 붙인 호이리거이다. 과연, 크리스트의 명성에 맞는 우수한 품질의 와인을 맛볼수 있다. 특이하게도 한달 걸러서 문을 연다. 즉, 1월, 3월, 5월...에만 영업을 하며 매일 오후 3시부터 문을 연다. 호이리거를 방문하려면 문여는 시간을 잘 알아보고 가야한다.

 

호이리거 크리스트의 뷔페. 쌀쌀한 초겨울에 벽난로의 훈훈함이 배어드는 곳이다. 치즈와 잼, 요구르트 같은 것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 같으면 속이 느글느글해서 여기서 조금 먹고 다시 한국식당에 가서 김치찌개라도 먹어야 한다.

 

- 헹글-하젤브룬너(Hengl-Haselbrunner): 19구 이글라제가쎄(Iglaseegasse) 10번지. 320-3330

19구에 있는 대부분 호이리거 주점들은 관광객들을 상대하기 위해 옛날 전통적인 스타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디자인의 건물과 실내장식을 도입하였다. 그러나 헹글-하젤브룬너는 옛날 그대로이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많이 머무는 곳에 있으면서도 변한 것이 없다. 정원(호프)에는 오래된 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마련해주고 있다. 매일 오후 3시반에 문을 연다.

 

호이리거 헹글 하젤브룬너

 

- 크론프린츠 루돌프스호프(Kronprinz Rudolfshof). 19구 코블렌츠가쎄(Coblenzgasse) 8번지에 있다. 합스부르크의 루돌프 황태자가 다녀갔다는 것을 자랑으로 삼아서 지은 이름이다. 안에 들어가면 크론프린츠 루돌프 홀이 있다. 또한 정원에는 베토벤우물이라는 것이 있다. 독일어로 베토벤브룬넨이다. 베토벤이 세상을 떠난 집인 9구 알저그룬트의 집에 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겨 놓은 것이다. 베토벤이 생애의 마지막을 보낸 집은 전쟁 중에 파손되어서 철거되었고 그 자리에 새로운 보눙(아파트)이 들어서 있다. 이 호이리거에는 정신분석학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자주 왔었다고 한다. 프로이트는 테라스에 앉아서 이 집의 스페셜 커피를 마시거나 또는 와인을 한잔 따라 놓고 신문을 읽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 테라스를 아직도 지그문트 프로이트 테라스라고 부른다. 음식 중에도 지그문트 프로이트 스페셜(스페치알리태트)이라는 것이 있다. 외부는 길거리에 면한 평범한 집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자연을 느낄수 있는 정원이 있다. 겨울철에는 3월까지 주말에만 문을 연다. 38번 전차 종점에서 가깝기 때문에 대중교통도 편한 셈이다.



그린칭의 크론프린츠 루돌프스호프. 비운의 황태자 루돌프를 생각하여 루돌프 잘(Rudolf Saal)이라는 홀이 있다.


- 마이어 암 화르플라츠(Mayer am Pfarrplatz): 19구 화르플라츠(Pfarrplatz) 2번지. 370-3361

이 집의 한쪽에 있는 방에서 베토벤이 1817년에 살면서 전원교향곡(6번)을 완성했고 합창교향곡(9번)의 일부를 작곡했다. 베토벤이 거주했었다는 명판이 붙어 있으며 비엔나시가 문화재로 보존한다는 간판이 깃발과 함께 걸려 있다. 정원에는 아직도 옛날 그대로 박석들이 깔려 있다. 마리어 암 화르플라츠는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호이리거 중의 하나이다. 와인도 비엔나에서 최고 품질로 알려져 있다. 길건너가 유명한 하일리겐슈태터 공원이다. 베토벤이 산책하면서 전원교향곡의 악상을 가다듬었다는 공원이다. 월-토는 오후 4시부터, 일요일은 11시부터 문을 연다.

 

마이어 암 화르플라츠의 와인 가든. 박석을 깔아 놓았다.

 

- 지르부(Sirbu): 19구 칼렌버거 슈트라쎄(Kahlenberger Strasse) 210번지. 320-5928

칼렌버그 언덕의 포도밭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도나우강과 건너편 마을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마 경치로 보면 비엔나에서 가장 장관인 호이리거일 것이다. 여름철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눈앞에 펼쳐지는 비엔나를 보며 밤늦게 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밤 늦게까지 있는 것은 밤하늘의 별들을 지붕삼아 와인글라스를 기울이고 싶어서이다. 4월부터 10월 중순까지 문을 연다. 월-토에 오후 3시부터 자정까지 문을 연다. 일요일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

 

그린칭에서의 슈람멜 음악 연주. 그냥 보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 봐인구트 푸르가쓸-후버(Weingut Fuhrgassl-Huber): 19구 노이슈티프트 암 봘데(Neustift am Walde) 68번지. 440-1405 (로테르드슈트라쎄 5번지)

1683년 터키의 제2차 비엔나 공성 직후에 지은 오래된 건물이었지만 1970년에 비엔나 슈타츠오퍼(국립오페라극장)의 무대 디자이너인 발터 폰 회쓸린(Walter von Hoesslin)교수가 새로 디자인했다. 손님들은 외양간, 지하창고, 다락방, 와인제조실 등 마음 내키는 대로 자리를 잡고 와인을 즐길수 있다. 아마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부담 없이 옛날 집에 앉아 있는 느낌일 것이다. 포도밭과 비엔나 숲에 싸여 있는 호이리거이다. 월-토는 오후 2시반부터, 일요일은 12시부터 자정까지 영업을 한다.

 

푸르가쓸 후버 부센샨크(주점)

 

- 벨저(Welser): 19구 하일리겐슈타트 프로부스가쎄(Probusgasse) 12번지. 318-9797

실내는 세 군데의 식사 장소로 나뉘어져 있어서 기호에 따라 장소를 선택할수 있다. 마당에는 그늘진 정원이 있어서 여름철에 제격이다. 더운 음식, 차가운 음식이 넘쳐 있는 뷔페가 있다. 와인은 집주인이 직접 담근 것이다. 게다가 비엔나의 전통적인 음악을 들을수 있다. 벨저는 전통적인 호이리거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매일 오후 3시반부터 문을 열어 손님이 갈때까지 영업을 한다.

 

포도넝쿨이 덮혀 있는 모습은 오히려 로맨틱하다.

 

- 빈닌거(Wieninger): 21구 랑겐처스도르퍼슈트라쎄(Langenzersdorferstrasse) 54번지. 292-4189

유명한 프릿츠 빈닌거(Fritz Wieninger) 와인의 본산지이다. 프릿츠 빈닌거는 비엔나에서 최고급 와인으로 인정받고 있는 와인이다. 뷔페음식도 훌륭하다. 6월, 8월, 10월만 영업을 한다. 월-금은 오후 4시부터 밤 11시까지, 토-일은 오후 3시부터 밤 11시까지 문을 연다.

                       

- 볼프(Wolff): 19구 노이슈티프트 암 봘데 라트슈트라쎄(Rathstrasse) 44-45번지. 440-2335

쇤브룬 베이지색의 전통적인 호이리거이다. 아기자기한 시골풍의 실내장식이 사랑스러운 곳이다. 타일을 붙여 설치한 난로가 보기 좋다. 테라스 가든은 아름답다. 비엔나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 호이리거이다. 하지만 누구든지 방문할수 있다. 1602년부터 볼프 가족이 경영해 온 전통적인 호이리거이다. 비엔나의 주요 관광코스인 Wiener Heurige Show가 열린다. 비엔나 월츠, 오페레타, 슈람멜음악 등이 연주된다. 휘텔도르프에서 버스 35B를 타고 노이슈티프트 암 봘데에서 내리면 된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문을 연다.

 

노이슈티프트 암 봘데에 있는 호이리거 볼프. 비엔나 호이리게 쇼가 열린다.

 

- 자헬(Zahel): 23구 마우어 하우프트플라츠(Mauer Hauptplatz) 9번지. 889-1318

250년이 지난 농가에 자리 잡고 있는 호이리거이다. 아마 비엔나에서 가장 오래된 호이리거 건물일 것이다. 집주인이 집을 유지하고 관리하느라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실내는 온통 전통적인 농가의 장식으로 꾸며져 있다. 옛날 스타일의 타일로 만든 화로가 정겹다. 비교적 값도 적당한 식사를 즐길수 있으며 뷔페도 있다. 6월부터 12월까지 월요일은 쉬고 화-일에는 오후 3시부터 자정까지 영업을 한다.

 

자헬의 야외 공간. 재잘재잘...무슨 얘기들이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 짐머만(Zimmermann): 19구 아름브루스터가쎄(Armbrustergasse) 5번지. 370-2211

비교적 넓은 건물이어서 열군데의 라운지가 있다. 아무 곳이나 편한 대로 자리를 잡으면 된다. 뷔페는 종류가 많아 이것 저것을 접시에 담게 된다. 하지만 접시의 음식은 무게를 재기 때문에 욕심을 부릴 하등의 이유가 없다. 식사류 이외에도 간식으로 즐길수 있는 음식들이 많다. 비엔나 전통의 슈니첼이나 돼기고기 요리등도 준비되어 있다. 아무튼 짐머만은 먹는 것 하나만은 모든 호이리거 중에서 제일이다. 비엔나 케익(토르테)도 있다. 월-토는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일요일은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문을 연다.

 

배링구 푀츨라인스도르프에 있는 '춤 부센샨크'의 고목 

 

- 라인프레헤트(Reinprecht): 19구 코벤츨가쎄(Cobenzlgasse) 22번지. 320-1471

그린칭교회 건너편에 있다. 원래 수도원의 포도주창고였다. 유명한 비엔나 노래의 작곡가인 로베르트 슈톨츠(RObert Stolz)가 단골로 드나들던 호이리거이다. 슈톨츠는 이 집에서 Ich bin in Grinzing einheimisch(나는 그린칭 토박이)를 작곡했으며 또 다른 히트곡인 Ob blond, ob braun, ich liebe alle Frauen(금발이건 갈색이건 모든 여인들을 사랑하네)의 멜로디를 가다듬었다. 38번 전차에서 내려 길건너서 조금 걸어가면 나오는 찾가 편한 곳이다. 그 옆에는 루돌프 황태자가 자주 다녔다는 루돌프스호프(Rudolfshof)가 있다. 매일 오후 3시반부터 문을 연다.

 

그린칭의 라인프레헤트. 작곡가 로베르트 슈톨츠의 단골 호이리거였다. 슈톨츠는 이곳에서 여러 노래를 작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