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더 알기/오스트리아 와인

역경을 헤치고

정준극 2009. 9. 12. 17:10

역경을 헤치고

 

와인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들이 있다. 적어도 이들은 와인에 대하여 끊임없이 조사연구하며 세계의 와인동향에 대하여 안테나를 높이 세우고 있는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이들은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어느 해 와인이 맛이 좋은지, 이탈리아 투스카니 지방의 키안티(Chianti)의 품질이 다른 지방의 와인에 비하여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정도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레이더에 오스트리아 와인은 오래 동안 감지의 대상이 아니었다.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호주, 그리고 간혹 캘리포니아 버건디와 같은 미국의 와인들이 관심꺼리였다. 그러나 보라! 오늘날 오스트리아는 세계의 찬사를 받기에 마땅한 와인들을 생산하고 있으며 날로 그 명성이 높아지고 있다. 오스트리아 와인은 대체로 드라이(Dry)하다. 그리고 음식궁합이 잘 맞는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단 것을 좋아한다. 초콜릿이나 케이크가 대단히 발달해 있는 나라가 바로 오스트리아이다. 오스트리아의 와인은 이런 디저트와도 친분이 두텁다. 그런데 어찌하여 오스트리아 와인은 지난날 국제적 와인 켈러에서 소외되어 있었던 것인가? 몇가지 이유가 있다.

 

비엔나 근교의 포도원. 도나우가 내려다 보이는 곳.

 

첫째는 1985년에 있었던 이른바 ‘부동액 스캔들’ 때문이다. 와인에 다이에틸렌 글리콜(Diethylene glycol)을 혼합한 사건이다. 다이에틸렌 글리콜은 독성이 있는 알코올이다. 그런데 이런 물질을 와인에 첨가하면 보다 달콤한 맛이 난다. 오스트리아는 외국(주로 독일)에 수출하는 와인에 독성이 있는 다이에틸렌 글리콜을 첨가하였다가 나중에 발각이 되어 큰 소동을 겪었다. 다행하게도 인체에 영향을 끼친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하여 오스트리아 와인은 신불자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되었으며 수출 길도 막혔다. 오스트리아 와인제조자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오스트리아의 명예가 가까스로 회복된 것은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였다. 모두들 모여서 ‘우리 정말 잘하자! 절대로 자동차 부동액으로 쓰는 다이에틸렌 글리콜을 와인에 집어넣지 말자!’고 다짐했다. 다이에틸렌 글리콜 사건 이후에 오스트리아의 와인법은 대단히 까다롭게 개정되었다. 아마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와인법일 것이다. 이로써 오스트리아 와인은 전화위복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

 

와인(Wein)과 여인(Weib)과 왈츠(Waltz). 세개의 W가 어우러진 비엔나 

 

두 번째 이유는 간단하다. 공급과 수요에 대한 원칙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국내 수요가 많기 때문에 외국으로 수출할 여분이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조금 여유가 있어서 수출하게 되면 우선 독일로 가야했다. 따라서 영국, 미국, 한국, 일본, 중국은 차례가 오지도 않았다. 그러므로 외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근간에 이르러 오스트리아 와인에 대한 세계적 인식이 달라졌다. 오스트리아 와인은 정부의 강력한 법규제 등으로 인하여 품질이 보장되므로 최고급 와인의 반열에 들어서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세계의 와인 마니아들도 오스트리아 와인에 대하여 관심을 높이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독일이나 헝가리 와인보다도 훨씬 좋다는 평을 서슴지 않고 있다. 누가 무어라고 해도 비엔나는 예술과 낭만의 도시이다. Wien(빈)의 첫 글자인 W에는 또 다른 세가지 W의 의미가 담겨 있다는 말이 있다. 화려한 왈츠(Walz)의 W, 아름다운 여인(Weib)의 W, 그리고 향기로운 와인(Wein)의 W가 그것이라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와인에는 화려한 왈츠와 아름다운 여인과 향기로운 포도의 전통이 담겨 있다. 오스트리아의 와인은 ‘예술 속의 와인’이다. 그러므로 더욱 사랑을 받는다. 오스트리아는 와인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급 와인글라스를 생산하고 있다. 리들(Riedel)이다.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와인글라스인 리델의 매장. 오스트리아 쿠프슈타인에서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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