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더 알기/오스트리아 와인

명가의 품종

정준극 2009. 9. 12. 17:15

대표적인 포도 품종

 

와인에 대하여 아는 체를 하기 위해서는 그 와인을 만든 포도의 품종을 아는 것도 어지간히 중요하다. 우리나라 슈퍼에서 파는 수입포도의 품종도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는 처지에 그 수많은 와인을 만드는 포도의 품종을 기억하는 것은 감당이 불감당이겠지만 와인에 대하여 좀 아는 체를 하려면 어쩔수 없이 몇 개의 포도품종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 오스트리아에서 재배하고 있는 포도의 품종은 약 30종에 이른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6-7종에 국한한다. 그뤼너 벨틀리너(Grüner Veltliner)가 전체 와인 생산량의 36%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이 블라우어 츠봐이겔트(Blauer Zweigelt), 그리고 리슬링 포도의 먼 친척이 되는 벨슈리슬링(Welschriesling)이 각각 9%를 담당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봐이써 브루군더(Weisser Burgunder) 및 샤르돈네(Chardonay)로서 6%를 차지하고 있고 블라우프랜키슈(Blaufränkisch)는 5%이다. 이밖에 라인지방에서 굴러 들어왔다고 생각되는 리슬링(Riesling)이 3%이며 블라우어 포르투기저(Blauer Portugieser)가 그 뒤를 따른다. 포도의 이름은 대체로 알아듣기 힘든 단어들이지만 수많은 품종의 이름을 모두 기억할 필요는 없으며 다만 이상에서 언급한 대여섯 주품종의 성함을 알고 있으면 일단 면무식은 한다.

 

그뤼너 벨트리너 봐이쎈키르헨

               

그뤼너 벨틀리너라든지 블라우어 츠봐이겔트와 같은 이름은 와인 병에 표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와인 병의 한쪽 구석에 그뤼너 벨틀리너라고 써 있는 것을 억지로라도 찾아내서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아하, 이건 그뤼너 벨틀리너이네!'라고 말하면 옆 사람들 및 웨이터로부터 약간이지만 더 존경을 받을수 있다. 부르겐란트의 호수오페라공연으로 유명한 노이지들러제(Neusiedlersee) 인근에서 주로 디저트용 와인을 만든다는 것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우연히 오페라 얘기를 하다가 노이지들러제의 여름 호수극장에 대한 이야기로 접어들고 이어 그 지방에서 만드는 아이스 와인(Eis Wein)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언급한다면 주위 사람들로부터 대단한 감탄을 받을 것이다. 물론 어떤 사람은 '아는 것이 많아서 먹고 싶은 것도 많겠네!'라고 은근히 핀잔의 말을 내뱉을수도 있지만 그런건 귀담아 듣지 않아도 된다. 아이스 와인이란 간단히 말해서 얼린 포도로 만든 와인이다. 그런 포도는 반드시 새해가 지나서야 수확한다. 포도의 당분은 얼지 않고 수분만 어는 것이다. 그러므로 와인을 만들었을 때 맛이 달다. 독일와인의 범주에서는 아이스 와인이 프래디카트봐인(Prädikatwein)에 속한다. 프래디카트라는 말은 평점이라는 뜻이지만 와인의 경우에는 우수와인이라고 해석할수 있다. 즉, 아이스와인은 우수와인에 속한다. 프랑스에서도 아이스와인이 인기를 차지하고 있다. Vin de glace(뱅 드 글라스)라고 부른다. 그러나 뱅 드 글라스는 프랑스에서는 거의 생산되지 않고 주로 룩셈부르크에서 생산된다. 아이스와인은 주로 리슬링 포도로 만든다. 이제 주요 포도품종의 특성에 대하여 고찰토록 해보자.

 

 

그뤼너 벨틀리너

 

- 그뤼너 벨틀리너(Grüner Veltliner): 주로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푸른색 포도이다. 포도 맛 중에서도 톡 쏘는 듯한 맛이 느껴진다. 일반적으로 드라이(씁쓸한 맛: Sec)하다. 오스트리아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3분의1 이상은 그뤼너 벨틀리너 포도로 만든 것이다. 그만큼 많이 재배하는 품종이다. 호이리게 와인으로서는 가장 뛰어나다. 와인을 만들어서 바로 마시는 것은 호이리게라고 부르며 두고두고 마시는 것이 슈패틀레제스(Spätleses)라고 부른다. 호이리게는 그 해에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을 말하며 슈패클레제스는 늦게 만든 와인이라는 뜻이다. 노이부르거(Neuburger)는 질바너(Silvaner)와 고대 로터 벨틀리너(Roter Veltliner)와의 교배종으로 알려져 있다. 프뤼로터 벨틀리너(Frühroter Veltliner: 조생종)는 말바시어(Malvasier)라고도 부르는데 아마 지중해 동부에서 재배하는 말바시아(Malvasia) 품종의 사촌이라고 생각된다.

 

벨슈리슬링

 

- 벨슈리슬링(Welschriesling): 포도 품종 중에서도 오랜 족보를 자랑하는 것이다. 독일 라인지방의 리슬링 포도의 변형이다. 우아한 향취와 훌륭한 뉘앙스의 맛을 자랑한다. 좋은 포도원에서 좋은 해에 수확되는 리슬링 와인은 오스트리아 최고의 와인으로서 손색이 없다. 매력적인 향취는 간혹 복숭아, 아프리코트, 레몬등의 냄새가 혼합된 듯한 것이다. 벨슈리슬링은 약간 얼얼한 신맛이 난다. 그래서 오히려 신선하며 또한 향기가 입안에 오래동안 남아 있다. 노이지들러제 지역에서 만드는 디저트 와인(아이스 봐인)은 대체로 벨슈리슬링을 사용한 것이다. 봐하우 지역은 일반 리슬링으로 유명하다. 클로스터노이부르트에서 벨슈리슬링과 오랑게트라우베(Orangetraube: 오렌지포도)를 교배하여 얻은 골트부르거(Goldburger)는 장래가 촉망되는 품종이다. 일반 리슬링은 봐하우 지역에서 주로 재배된다. 리슬링은 독일에 비하여 아주 적은 량만을 생산하지만 최고급의 드라이한 오스트리아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데 사용한다.

 

- 겔버 무스카텔러(Gelber Muskateller): 깊은 머스캣 포도의 향기가 난다. 포도의 향기와 맛이 신선하다. 무스카트 오토넬(Muscat Ottonel)은 주로 노이지들러제 지역에서 디저트용 와인을 만드는데 사용한다.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은 무스카트 실바너(Muiscat Sylvaner)라고 부른다.

 

- 츠봐이겔트(Zweigelt): 체리와 비슷한 맛이 있다. 매력적이며 매끄럽다. 오스트리아의 포도품종 개발가인 프릿츠 츠봐이겔트 교수의 이름을 따서 붙인 품종이다. 츠봐이겔트 교수는 블라우프랜키슈와 생 로랑의 품종을 교배하여 새로운 맛의 품종을 개발하고 츠봐이겔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과일 맛이 나며 오래 둘수록 향기롭게 숙성된다. 오스트리아의 레드 와인의 상당량이 츠봐이겔트로 만든 것이다. 츠봐이겔트는 츠봐이겔트블라우라고 부르기도 하며 블라우부르거(Blauburger)라고 부르기도 한다. 츠봐이겔트블라우는 블라우프랜케슈와 생로렝를 교배하여 얻은 품종미여 블라우부르거는 블라우프랜키슈와 블라우어 포르투기저를 교배하여 얻은 품종이다.

 

 

츠봐이겔트

 

- 블라우프랜키슈(Blaufränkisch): 짙은 색의 산딸기와 비슷한 향기를 지니고 있다. 쌉쌀한 맛은 중간정도이다. 블라우프랜키슈는 Blue Franconian이란 뜻이다. 아마도 샬레마뉴 대제의 시대로부터 연유한 품종이 아닌가 보고 있다. 당시에는 어떤 포도든지 품질이 우수하면 프랑코니안(프랜키슈)라고 불렀다. 마치 영광굴비라고 하면 품질이 좋은 굴비를 의미하는 것과 같다. 품질이 떨어지는 포도는 후닉(Hunnic), 즉 훈족의 포도라는 뜻으로 불렀다. 난폭했던 훈족은 아직도 어디를 가나 천대를 받는다. 블라우프랜키슈로는 깊은 과일 향기가 나는 레드 와인을 만든다. 전문가들은 블라우프랜키슈로 만든 와인의 맛이 벨베트와 같다고 말한다. 블라우프랜키슈로 만든 와인은 이른바 ‘신중한’ 맛이 난다. 한편, 블라우어 포르투기저로는 신선하고 과일향이 나는 레드 와인을 만든다.

 

- 생 로랑(St Laurent): 아마렐레 체리와 같은 특이한 체리 향기가 배어나는 품종이다. 주로 레드 와인을 만드는데 사용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강한 향취의 피노 누아(Pinot Noir)와 흡사하다. 북부 부르겐란트와 테레멘지역에서 많이 재배된다. 생로랑은 19세기 중엽에 프랑스로부터 건너온 품종이다. 피노 누아(블라우어부르군더)의 후손이라고 본다. 생로랑은 오스트리아에서 재배하기에 어렵지만 이 포도로 만든 레드 와인은 고급품이다.

 

블라우어 빌트바허(Blauer Wildbacher)는 오스트리아 고유 품종이다. 서부 슈티리아 지방에서 쉴르허(Schilcher)라는 로제(Rose) 와인을 만드는데 사용한다. 뢰슬러(Rössler)는 최근에 클로스터노이부르크에서 교배하여 얻은 새로운 품종이다. 지어판들러(Zierfandler)와 로트기플러(Rotgipfler)는 테르멘(Thermen)지역의 토박이 품종이다. 간혹 지어판들러와 로트기플러의 두 품종을 혼합한 와인을 만들기도 한다. 피노 그리스(Pinot gris)는 오스트리아에서 룰랜더(Ruländer), 또는 그라우부르군더(Grauburgunder)라고 부른다. 피노 블랑(Pinot blanc)은 봐이쓰부르군더(Weissburgunder)라고 부른다.

 

낭만과 추억이 깃든 그린칭의 호이리거

 

'오스트리아 더 알기 > 오스트리아 와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표적인 로컬 와인  (0) 2009.09.12
명품에 대한 인증  (0) 2009.09.12
전설의 와인 고장  (0) 2009.09.12
유규한 와인 역사  (0) 2009.09.12
역경을 헤치고  (0) 2009.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