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클로스 이야기/전설따라 삼천리

성니콜라스의 모습

정준극 2009. 9. 16. 19:01

성니콜라스의 모습

 

오늘날 유럽의 여러 지역에서는 12월 6일의 성니콜라스 데이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자선활동을 하는 날로 정하여 지키고 있다. 특히 중세에는 대부분 나라에서 수녀원의 수녀들이 바구니에 빵을 가득 담아서 가난한 사람들의 집 앞에 놓아두는 관습이 있었다. 또 다른 중세의 관습에 따르면 유럽의 저지대(네덜란드 등)에서는 12월 6일에 선원들이 모두 일단 항구에 모였다가 교회에서 열리는 성니콜라스 축일 미사에 참석했다고 한다. 성니콜라스는 선원들의 수호성인이기 때문이었다. 이날 뱃사람들은 항구 시장에서 간단한 선물을 사서 가족이나 연인에게 주었다고 한다. 왜 간단한 선물을 샀느냐하면 정말 좋은 선물은 크리스마스를 위해 남겨 놓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성니콜라스와 하인 루프레헤트(독일)

 

알바니아에서는 성니콜라스를 센콜레(Shen’Kolle)라고 부른다. 알바니아의 가톨릭 신자들은 모두들 센콜레를 숭배한다. 알바니아에서 센콜레의 축일은 12월 5일이다. 알바니아에서는 센콜레, 즉 성니콜라스의 유골을 이탈리아의 바리성당에 이관한 날인 5월 8일도 축일로 지키고 있다. 12월 5일의 축일은 센콜리 이 딤니트(Shen'Kolli i Dimnit: 겨울의 성니콜라스)라고 부르며 5월 8일의 축일은 센콜리 이 마이트(Shen'Kolli i Majit: 5월의 성니콜라스)라고 부른다. 알바니아 사람들은 무슨 일을 다짐하거나 맹세할 때에 센 콜린(Shen'Kollin)이라고 소리친다. ‘성니콜라스를 만나게 되기를’이라는 뜻이다. 특히 알바니아 북부, 몬테네그로의 동부지방인 말레시아(Malesia) 사람들이 그런 소리를 자주 한다. 말레시아에서는 성니콜라스 축일의 전야에 집집마다 촛불을 밝히며 축일을 예비한다. 그리고 전야에는 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러다가 자정이 지나 축일을 마지하게 되면 서로 집들을 방문한다. 이때에 미리 준비한 양고기나 돼지고기를 대접한다. 사람들은 ‘메리크리스마스’처럼 ‘나타 에 센콜리트 유 니모프테’(Nata e Shen'Kollit ju nihmofte)라고 말한다. 알바니아어이기 때문에 우선은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아마도 좋은 뜻의 말일 것이다. 알바니나의 레자(Lehza)에는 성니콜라스교회가 있다. 성니콜라스교회에는 알바니아의 국가영웅인 게르기 카스트리오티(Gjergi Kastrioti)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알바니아에서는 성니콜라스를 가장 중요한 성인으로 모시고 있다.

 

불가리아의 이콘. 뱃사람들, 어부들의 수호성인임을 보여주고 있다.

 

정교회인 러시아에서도 성니콜라스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의 이콘(Icon: 성화)에는 성니콜라스가 누구보다도 많이 등장한다. 일반적으로 이콘의 성니콜라스는 대주교의 제의를 입고 있으며 한손에는 복음서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이콘에서는 성니콜라스가 러시아정교회 대주교의 관을 쓰고 있으며 흰수염에 대머리의 모습으로 통일되어 있다. 니케아공회에서 정한 성화 규칙에 따르면 성니콜라스는 한쪽 어깨에 복음서를 들고 있는 그리스도를, 다른 쪽 어깨에는 성모를 그리도록 되어 있다. 한편, 성니콜라스는 뱃사람들이나 어부들의 수호성인이므로 간혹 어떤 이콘에는 성니콜라스가 배에 올라 서있는 모습, 또는 바다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성니콜라스와 아이들을 그린 우크라이나의 2007년도 우표

 

로마 가톨릭의 성화에서는 성니콜라스가 주교(비숍)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주교의 권위를 상징하는 기장을 걸쳤으며 주교의 붉은 망토를 입고 주교관을 썼다. 그리고 손에는 주교장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다른 손에는 간혹 세 개의 지갑, 또는 세 개의 금화나 세개의 황금공을 들고 있는 경우가 있다. 성니콜라스가 지참금 때문에 결혼하지 못하는 처녀들을 도와주었다는 전설을 상징한 것이다. 성니콜라스를 그린 성화는 그가 어떤 사람들의 수호성인으로 표현되느냐에 따라 배경그림이 달라진다. 뱃사람들의 수호성인이면 바다에서 풍랑을 헤치고 항해하는 배의 모습이 배경그림으로 등장한다. 어린이들을 도와주는 마음씨 착한 할아버지로 표현될 때에는 배경에 어린이들이 등장한다. 어떤 경우에는 나무통에서 어린이 세명이 기어 나오는 장면도 있다. 백정에게 잡혀서 고기로 팔려야 하는 운명의 세 어린이를 성니콜라스가 부활시켜주었다는 전설을 배경으로 삼은 것이다. 유럽의 중북부 지방에서는 성니콜라스의 축일에 대문 앞에 세 개의 황금공을 매다는 대신에 세 개의 노란 오렌지를 매달아 놓는 경우가 있다. 이 지역의 사람들은 성니콜라스가 스페인에 살고 있다가 겨울만 되면 오렌지를 가지고 찾아온다고 믿고 있다.

 

잘츠부르크의 크람푸스. 성니콜라스와 동행하며 말 안듣는 아이들을 찾아 혼내 준다는 전설적인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