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클로스 이야기/전설따라 삼천리

성니콜라스 데이

정준극 2009. 9. 16. 19:03

성니콜라스 데이

 

성니콜라스 데이는 12월 6일이다. 성니콜라스가 세상을 떠난 날이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집집마다 찾아 다닌다는 얘기와 연결해서 12월 24일을 성니콜라스 데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유럽에서는 성니콜라스데이를 주로 어린이들을 위한 축일로 지킨다. 이날 어린이들이 교회를 찾아가면 성니콜라스로부터 선물을 받는다. 미국에서 산타클로스가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준다는 풍습은 유럽의 성니콜라스 축일의 전통에서 비롯한 것이다. 산타클로스라는 말도 네덜란드어의 신터클라스(Sinterklaas), 즉 성니콜라스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제 몇몇 나라에서의 성니콜라스 데이에 대하여 알아보자. 그나저나 12월 6일인 성니콜라스 데이를 12월 24일에 지키도록 만든 것은 미국 백화점들의 상술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애기도 있다. 물건들을 팔아먹기 위해서! 

 

백마를 타고 나타난 성니콜라스. 아니, 산타클로스라고 하면 최소한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고 바람처럼 등장해야 하지 않나? ㅋㅋ

 

개신교에서는 성니콜라스 데이라는 것이 없지만 로마 가톨릭에서는 성니콜라스 축일을 잊지 않고 지킨다. 성니콜라스(산 니콜라: San Nikola)는 이탈리아 바리(Bari)시의 수호성인이다. 바리에는 성니콜라스의 유해가 안장되어 있다. 일설에 의하면 알바니아로부터 가져왔다고 한다. 아무튼 바리에서의 성니콜라스축제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한다. 5월 7-9일의 3일간 열린다. 특히 5월 8일에는 성당에 안치되어 있는 성니콜라스의 유해(성골)를 가져 나와 보트에 싣고 앞 바다를 한바퀴 돈다. 수많은 보트들이 뒤를 따르는 장관이 펼쳐진다. 이를 페스타 아 마레(Festa a mare)라고 부른다. ‘바다 축제’라는 뜻이다.

 

바리에서의 성니콜라스(산 니콜라) 축제

바리의 페스타 아 마레

                     

사싸리(Sassari)라는 곳에서는 12월 6일에 리토 델레 누빌리(Rito delle nubili)라는 행사가 진행된다. '처녀제'(處女祭)라는 뜻이다. 이날 낮에는 사싸리에 사는 장차 시집 갈 처녀들이 성니콜라스로부터 선물을 받는다. 이탈리아 북부, 트리에스테에서는 12월 6일 아침에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주는 풍습이 있다. 그리고 12월의 첫주에는 1주일 내내 도시의 이곳저곳에서 축제가 열린다. 트리에스테에서는 성니콜라스 데이를 크리스마스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가정들이 의외로 많다. 한때 오스트로-헝가리제국의 주요 항구도시였던 트리에스테는 이탈리아, 슬로베니아, 독일의 문화적 영향을 받았지만 그리스와 세르비아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이탈리아의 바리. 성니콜라스의 유해가 있다는 곳이다.

                     

레바논의 로마 가톨릭, 그리스 정교회, 아르메니아교회 등 모든 기독교 공동체는 세인트 니크(Saint Nick)의 축일을 지키고 있다. 레바논에서는 성니콜라스(세인트 니크)의 이름을 따서 붙인 교회, 수도원, 병원, 학교 등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많다. 예를 들면 Escalier Saint-Nikolas des Arts(성니콜라스예술학교), Saint Nikolas Garden(성니콜라스 정원), Saint Nikolas Greek Orthodox Cathedral(성니콜라스 그리스정교회 성당) 등이다. 요단강 서안의 베들레헴 서쪽 2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작은 마을인 베이트 잘라(Beit Jala)는 성니콜라스를 수호성인으로 받들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성니콜라스가 성지순례를 할 때에 이 마을에서 몇 년 동안 묵었다는 것을 큰 자랑으로 생각하고 있다. 줄리안력에 의거하여 매년 12월 19일(그레고리안력에 의하면 12월 6일)에는 성니콜라스정교회에서 성스러운 미사가 열린다. 미사를 마친 후에는 대개 마을거리에서 퍼레이드가 벌어지며 전시회 등 여러 행사가 진행된다. 원근 각처에 살고 있는 아랍 팔레스타인 기독교인들도 이날은 베이트 잘라에 모여 예배와 축제에 동참한다.

 

러시아 페라폰토프(Ferapontov)수도원의 성니콜라스 프레스코. 디오니시우스 작품. 미국의 산타클로스보다 좀 말르셨네요. 대머리이기도 하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