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달라 마리아 이야기/막달라 마리아는 누구?

몰약을 든 사람들(Myrrhbearers)

정준극 2009. 9. 22. 12:37

⋇ 몰약을 든 사람들(Myrrhbearers)

 

몰약을 든 막달라 마리아. 러시아정교회 이콘.

 

예수를 장사한지 사흘만에 무덤을 다시 찾아온 여인들은 부활하신 예수를 처음으로 만나는 놀라운 영광을 마지하게 되었다. 이들을 ‘몰약(沒藥)을 든 사람들’, 영어로는 미르베어러(Myrrhbearers)라고 한다. 미르베어러를 번역하면 ‘몰약을 든 사람들’이지만 뜻으로는 ‘예수의 부활을 처음으로 목격한 여인들’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미르베어러라고 하면 몇몇 여인중에서도 특히 막달라 마리아를 말한다. 넓은 의미에서는 아리마데(Arimathea) 요셉과 니고데모(Nicodemus)도 ‘몰약을 든 사람들’에 포함된다. 이들은 예수의 시체를 십자가에서 내려 세마포로 싸서 아직 사용한 일이 없는 동굴무덤에 장사한 사람들이다.

 

예루살렘의 성묘교회. 넓은 바위 위가 예수의 시체를 놓았던 장소라고 한다.

 

‘몰약을 든 여인들’은 예수께서 생전에 갈릴리 지방을 중심으로 복음을 전할 때부터 예수를 따르며 섬기던 여인들이었다(마가복음 15장 41절). 이 여인들은 다른 남자들, 특히 예수께서 특별히 선별한 제자들과는 달리 예수께서 체포되고 처형되는 가장 어려운 시기에 예수를 떠나지 않고 함께 하였으며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세상을 떠나자 그를 장사지내는데 참여하였고 무덤이 어딘지를 알아 두었던 여인들이다. 예수가 죽은 날의 다음 날은 안식일이었다. 안식일은 금요일 석양으로부터 시작하여 토요일 해질 때까지이다. 그러므로 안식일이 곧 닥쳐오기 때문에 예수를 자세하게 장사지낼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당시 유태인의 관습에 의하면 죽은자의 가장 가까운 친족들은 장사를 지낸후 사흘동안 매일 무덤을 찾아가 곡을 하도록 되어 있다. 다만, 중간에 안식일이 끼어 있으면 그날만은 무덤을 찾아가지 않아도 되었다. 그래서 여인들은 안식일이 끝나자마자 이른 새벽에 유태인의 관습대로 곡을 하고 시체에 향유를 바르기 위해 무덤을 찾아갔던 것이며 그렇게 하여 부활하신 예수를 처음 만나게 되었고 예수로부터 부활의 복음을 제자들에게 전하라는 귀중한 사명을 부탁받았던 것이다. 그러므로 ‘몰약을 든 여인들’을 ‘사도들에 대한 사도’라고 부르며 특히 막달라 마리아는 ‘사도와 같은 인물’로 부르게 되었다.

 

 아리마데의 요셉. 피에트로 페루지노 작품

 

아리마데의 요셉에 대하여 잠시 설명하자면, 그는 예수를 따르는 제자였지만 들어내 놓고 예수를 따르는 제자는 아니었다(요한복음 19: 38). 하지만 예수가 십자가에서 운명하자 그는 로마총독인 본디오 빌라도(Pontius Pilate)를 찾아가 예수의 시체를 장사지내고자 하니 달라는 담대한 요청을 하였다. 빌라도로부터 승인을 받은 아리마데의 요셉은 니고데모와 함께 예수를 십자가에서 내려 아직 아무도 장사를 지낸 일이 없는 무덤에 장사를 지냈다. 자기가 사용하려던 동굴무덤이었다. 그러므로 아리마데 요셉과 니고데모는 다른 모든 사람과는 달리 예수의 시체를 만지고 느낀 사람들이다. 요셉은 아리마데라는 동네 출신으로 부자이며 아마도 산헤드린(Sanhedrin)의 멤버였다고 한다. 산헤드린은 성경에 공회(公會)로 번역되어 있다(누가복음 23장 50절). 말하자면 참의원과 같은 기구였다. 아리마데의 요셉이 부자라는 것은 마태복음 27장 57절에 ‘저물었을 때에 아리마데의 부자 요셉이라 하는 사람이 왔으니 그도 예수의 제자라’라는 기록을 보면 분명하다. 성경에는 아리마데의 요셉이 공회의원으로서 선하고 의로우며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리는 사람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예수의 시체를 십자가에서 내림. 루벤스 작품. 오른쪽에 머리에 두건을 두른 사람이 아리마데의 요셉인듯.

 

니고데모는 바리새인으로서 역시 산헤드린의 멤버였다. 니고데모의 이름이 성경에 처음 등장한 것은 요한복음 3장 1-21절로서 남의 이목이 두려워 밤중에 예수를 찾아와 가르침을 받고 갔다. 성경에서 니고데모가 두 번째로 언급된 것은 요한복음 7장 45-51절로서 장막절에 바리새인들이 예수를 붙잡아 처형코자 모의하니 이에 니고데모가 나와서 말하기를 ‘모세의 율법에 어떤 사람이 죄를 지었다고 하면 그 사람이 행한 사실들을 확인하기도 전에 남들의 말만 듣고 죄를 주게 되어 있느냐?’면서 항의하였다. 니고데모가 세 번째로 성경에 등장한 것은 바로 예수를 장사지낼 때였다. 니고데모는 경외서인 ‘니고데모복음서’를 썼다고도 한다.

이제 다시 ‘몰약을 든 사람들’ 즉 ‘예수의 부활을 처음으로 목격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자. 다음 8명이 ‘몰약을 든 사람들’로서 인정받고 있다. 그 첫 번째가 막달라 마리아이다.

 

- 막달라 마리아

- 클로바(Cleopas)의 아내 마리아

- 헤롯 안티파스의 청지기 수자(Chuza)의 아내 요안나

- 세베데(Zebedee)의 아들인 야고보(James)와 요한의 어머니 살로메

- 수잔나

- 라사로의 여동생들인 마리아와 마르다

- 아리마데의 요셉

- 니고데모

 

성경에는 ‘야고보와 요세(Joses)의 어머니 마리아’의 이름도 등장한다(마태복음 27: 56, 마가복음 15: 40). ‘야고보와 요세의 어머니 마리아’는 성모 마리아(Theotokos)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한다. 성경에는 예수에게 동생들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예수의 동생들은 요셉이 첫 부인에게서 나은 아이들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성모 마리아는 야고보와 요세의 계모가 된다. 또 한가지 혼돈을 주는 것은 막달라 마리아가 라사로와 마르다의 동생인 마리아가 같은 사람인지 또는 다른 사람인지 확실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몰약을 든 사람들’을 언급할 때에는 사정에 따라 막달라 마리아와 라사로의 여동생 마리아를 별개의 인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어떤 경우에는 예수의 발에 향유를 바른 베다니의 마리아와 막달라 마리아를 같은 여인으로 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다른 사람이라고 보고 있다. 아무튼 성경에는 마리아(미리암)이라는 이름의 여인이 여러명 등장하기 때문에 피치 못하게 혼돈을 주고 있다. 이들을 잘 구별하는 것이 기독교인으로서의 사명이기도 하다.

 

동방정교회와 그리스가톨릭교회는 파샤(Pascha)의 세 번째 주일, 즉 부활절 다음의 두 번째 주일을 ‘몰약을 든 사람들’의 주일로 지킨다. 그 주일로부터 한 주간은 ‘몰약을 든 사람들’ 주간이라고 부른다. 이 주간에는 특별 찬송과 성경말씀을 봉독한다. 마가복음 16장 9-20절, 사도행전 6장 1-7절, 마가복음 15장 43-16장 8절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