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달라 마리아 이야기/이런저런 에피소드

놀리 메 탄제레(Noli me tangere)

정준극 2009. 9. 22. 17:32

귀신이 들렸던 막달라 마리아

그리고 놀리 메 탄제레

 

성경에는 막달라 마리아라는 이름이 구체적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고 그냥 ‘여인들’의 하나로서 표현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여인들’이라는 표현에 막달라 마리아가 반드시 포함된다고는 볼수 없지만 신학자들은 대체로 어떤 경우이든지 ‘여인들’이라고 하면 막달라 마리아도 포함된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누가복음 8장 2-3절이다. “2 또한 악귀를 쫓아내심과 병 고침을 받은 어떤 여자들 곧 일곱 귀신이 나간자 막달라인이라 하는 마리아와 3 헤롯의 청지기 구사(Chuza)의 아내 요안나와 수산나와 다른 여러 여자가 함께 하여 자기들의 소유로 그들을 섬기더라”라는 구절이다. 이로 미루어 보아 예수를 따라 다니면서 자기들의 재물로 예수의 사역을 돕고 정성으로 섬겼던 여자들이 여러명 있는데 그중에는 막달라 마리아도 포함되어 있음을 알수 있다.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를 수행하며 경비를 지원한 이유는 아마도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에게 씌었던 마귀들을 쫓아내 주었기 때문에 감사하여서 그러했다고 보고 있다.

 

막달라 마리아를 비롯한 무덤을 찾아온 여인들이 천사로부터 예수 부활의 소식을 듣고 있다. 동방정교회 이콘. 저 멀리 새예루살렘 성전이 보인다.

 

다시 강조하지만,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의 고난과 죽음을 직접 눈으로 본 몇 명 안되는 사람 중의 하나였다. 마태복음 28장 55-56절에 보면 “예수를 섬기며 갈릴리에서부터 따라온 많은 여자가 거기 있어 멀리서 바라보고 있으니 56 그 중에는 막달라 마리아와 또 야고보와 요셉의 어머니 마리아와 또 세배대의 아들들의 어머니도 있더라”라고 기록되어 있다. 얘기가 조금 빗나갈지 모르지만 십자가 주변의 여자들에 대한 기록은 마가복음 15장 40-41절에도 있으니 “40 멀리서 바라보는 여자들도 있었는데 그 중에 막달라 마리아와 또 작은 야고보와 요세의 어머니 마리아와 또 살로메가 있었으니 41 이들은 예수께서 갈릴리에 계실 때에 따르며 섬기던 자들이요 또 이 외에 예수와 함께 예루살렘에 올라온 여자들도 많이 있었더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누가복음 24장 49절에는 막달라 마리아 등의 이름이 거명되어 있지 않으며 다만 “갈릴리로부터 따라온 여자들도 다 멀리 서서 이 일을 보니라” 라고 되어 있다. 나아가 누가복음 24장 55절에는 “갈릴리에서 예수와 함께 온 여자들이 뒤를 따라 그 무덤과 그의 시체를 어떻게 두었는지를 보고 56 돌아가 향유와 향품을 준비하더라”라는 기록이 있다. 그러므로 갈릴리의 여자들이 예수의 시체를 바위에 판 무덤에 놓아 둔 것까지 모두 지켜보았으며 그 중에는 막달라 마리아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이무튼 이들이야말로 예수의 십자가상의 고난을 직접 지켜본 사람들이다.

 

예수의 발아래 엎드려 참회이 눈물을 흘리고 머리칼로 닦는 막달라 마리아. 혹은 베다니의 마리아라고 한다.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가 숨을 거둔후 예수의 시체를 아리마대의 요셉이 준비한 바위 무덤에 장사지낼 때까지 줄곧 함께 있었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무덤이 어디 있는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서 안식일후의 첫날 새벽에 아직도 어두운 때에 무덤을 쉽게 찾아 갔었기 때문이다. 막달라 마리아는 안식일이 끝난 첫날 새벽에 다른 여자들과 함께 예수의 몸에 향유를 바르기 위해 무덤을 찾아갔으니 무덤이 빈 것을 발견하였고 이어 천사를 만났다(마태복음 28장 5절). 천사는 막달라 마리아와 다른 여자들, 즉 살로메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에게 “어서 가서 제자들에게 예수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셨고 먼저 갈릴리로 가실 것이니 거기서 만날 것이라고 전하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요한복음 20장 1절로부터의 말씀에 의하면 다른 여자들의 이름은 나오지 않고 막달라 마리아만이 새벽에 먼저 무덤으로 갔다고 되어 있다. 즉, “안식 후 첫날 일찍이 아직 어두울 때에 막달라 마리아가 무덤에 와서 돌이 무덤에서 옮겨진 것을 보고...”라고 되어 있다. 어쨌든 막달라 마리아는 제자들(사도들)에게 예수의 부활을 첫 번으로 알리는 임무를 받았기 때문에 막달라 마리아는 ‘사도들에 대한 사도’(Apostle to the Apostles)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어떤 학자는 막달라 마리아가 선지자 중의 하나라고 말하였다.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에게 예수의 부활의 기쁜 소식을 사도들과 만방에 전하라고 한 것은 선지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가 승천한 후에 예루살렘의 다락방에 남아 여인들을 이끌었다고 한다.

 

갈릴리 바다의 어부들. 부활하신 예수께서는 막달라 마리에게 먼저 갈릴리에 가서 있을 것이니 제자들에게 갈릴리에서 만나자고 전해 달라고 말씀하시었다.

 

성경에 기록된 바를 조금 더 상고해 보자. 요한복음 20장 11-18절의 말씀이다. “11 마리아는 무덤 밖에 서서 울고 있더니 울면서 구부려 무덤 안을 들여다보니 12 흰 옷 입은 두 천사가 예수의 시체 뉘었던 곳에 하나는 머리 편에, 하나는 발 편에 앉았더라 13 천사들이 이르되 여자여 어찌하여 우느냐 이르되 사람들이 내 주님을 옮겨다가 어디 두었는지 내가 알지 못함이니라 14 이 말을 하고 뒤로 돌이켜 예수께서 서 계신 것을 보았으나 예수인줄은 알지 못하더라 15 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자여 어찌하여 울며 누구를 찾느냐 하시니 마리아는 그가 동산지기인줄 알고 이르되 주여 당신이 옮겼거든 어디 두었는지 내게 이르소서 그리하면 내가 가져가리이다 16 예수께서 마리아야 하시거늘 마리아가 돌이켜 히브리 말로 랍오니(Rabboni) 하니(이는 선생님이라는 말이라) 17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를 붙들지 말라 내가 아직 아버지께로 올라가지 아니하였노라 너는 내 형제들에게 가서 이르되 내가 내 아버지, 내 하나님 곧 너희 하나님께로 올라간다 하라 하시니 18 막달라 마리아가 가서 제자들에게 내가 주를 보았다 하고 또 주께서 자기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르니라”

 

부활한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를 보고 ‘마리아야!’라고 이름을 부른 것은 아주 정답게 들린다. 그런데 왜 처음에는 그렇게 사랑하는 마리아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모르는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여자여 왜 우느냐? 누굴 찾느냐?’라고 말한 것은 아무래도 애통해 하는 마리아에 대하여 너무 무심한 언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 또한 마리아가 예수를 만지려고 하지도 않았는데 예수가 ‘돈 터치 미!’(놀리 메 탄제레: Noli me tangere)라고 말한 것은 조금 성급한 판단이 아니었을까? 아무튼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에게 ‘어서 가서 사람들에게(형제들에게) 내가 살아났다는 사실을 전하라’고 말한 것이 성경에서 막달라 마리아의 이름이 등장하는 마지막이며 그 이후로는 등장하지 않는다.

 

예수께서 막다라 마리아에게 놀리 메 탄제레(나를 만지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의 시체에 바를 몰약을 들고 있다. 한스 홀바인 2세 작품. 근데 예수님은 언제 옷을 구해서 입으셨나?

  

놀리 메 탄제레(Noli me tangere): 신약성경에서 에케 호모(Ecce Homo: 이 사람을 보라), 에케 아누스 데이(Ecce Agnus Dei: 신의 어린양을 보라)와 함께 가장 유명한 라틴어 구절이다. 놀리 메 탄제레는 ‘나를 만지지 마라’는 뜻이다. 요한복음 20장 17절의 말씀이다. 막달라 마리아가 부활하신 예수를 보고 너무나 반가워서 다가가서 손으로 그의 몸을 만지려고 하자 예수께서 ‘아직은 안돼! 나를 만지지 마라!’고 말씀하였다. 놀리 메 탄제레는 중세 그레고리안 성가에 자주 등장하는 가사가 되었다. 그리고 성화에 있어서도 중요한 주제가 되었다. 놀리 메 탄제레라는 타이틀의 미술작품들은 우리에게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요한복음에 나오는 이 말은 원래 그리스어로 표현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스어를 번역하면 ‘나를 붙잡으려고 하지 마라’(Cease holding on to me)이다. 또는 ‘나에게 매달리려고 하지마라’(Stop clinging to me)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