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달라 마리아 이야기/이런저런 에피소드

막달라 마리아에 대한 잘못된 인식

정준극 2009. 9. 22. 17:55

전설 따라 삼천리

 

초기 기독교 시절에는 누가복음 7장의 기록된 대로 막달라 마리아를 죄인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사치와 음행을 일삼았던 창녀였다는 주장도 있었다. 죄를 지은 여인에 대한 얘기는 누가복음 7장 36-50절에 나온다. “37 그 동네에 죄를 지은 한 여자가 있어 예수께서 바리새인의 집에 들어가 앉아 계심을 알고 향유 담은 옥합을 가지고 와서 38 예수의 뒤로 그 발 곁에 서서 울며 눈물로 그 발을 적시고 자기 머리털로 닦고 그 발에 입 맞추고 향유를 부으니....48 이에 여자에게 이르시되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하시니....50 예수께서 여자에게 이르시되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하시니라”라고 기록되어 있다. 물론 성경에는 향유를 가져와 예수님의 발을 닦은 여인의 이름이 막달라 마리아라는 어떠한 기록도 없다. 그러다가 3세기경 교회 지도자들은 누가복음 7장의 이야기를 설교하면서 죄를 지은 여인이 다름 아닌 막달라 마리아라고 해석했던 것이고 그 이후로 오늘에 이르기까지 ‘죄 지은 여인’이라고 하면 막달라 마리아를 연상케 되었다.

 

영화 '그리스도의 수난'에서 성모 마리아(마이아 모르겐슈테른)와 막달라 마리아((모니카 벨루치)가 서로 위로하고 있는 장면. 이 영화에서도 막달라 마리아는 처음에 죄 많은 여인으로 등장한다.

 

개신교는 누가복음 7장에 등장하는 죄 지은 여자가 막달라 마리아라는 아이디어를 반대하였다. 근거가 없기 때문이었다. 한편, 가톨릭은 이 여자를 죄악에 물들었던 여자일 뿐만 아니라 베다니에 사는 마르다와 라사로의 동생인 마리아라고 확대 해석하였다. 마르다와 마리아에 대한 이야기는 누가복음 10장 38-42절에 등장한다. 그러다가 로마 가톨릭은 1969년 바티칸공회에서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바른 죄 많은 여인이 막달라 마리아도 아니며 베다니의 마리아도 아니라면서 과거의 연결을 철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톨릭 전설에서는 아직까지도 막달라 마리아를 죄 많은 여자로 보고 있다.


베다니에서 눈물때문에 젖은 예수의 발을 머리털로 씻는 죄 지은 여인. 막달라 마리아? 루벤스작

 

초대 기독교의 상당수 교인들은 예수가 구해준 간음한 여자, 즉 율법에 따라 돌을 맞아 죽임을 당해야 하는 여자였지만 예수가 ‘누구든지 죄가 없는 사람부터 이 여자를 돌로 치라’고 하여 구해준 여자가 막달라 마리아라고 믿고 있다. 그러다가 중세 이후에 성경에만 집중하는 신학자들은 두 여자가 실은 막달라 마리아라는 근거가 전혀 없으므로 서로 다른 여자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다가 19세기의 신학자들은 또 다시 막달라 마리아와 창녀라고 생각되는 죄 많은 여자가 같은 사람이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이런 주장에 영향을 받은 것이 멜 깁슨의 영화 ‘그리스도의 수난’(The Passion of the Christ)이다. 영화에는 막달라 마리아가 창녀였다고 그리고 있다. 마틴 스코시스(Martin Scorsese)의 영화 ‘그리스도의 마지막 유혹’(The Last Temptation of Christ)에서도 막달라 마리아를 창녀로 그려 놓았다.

 

영화 '그리스도의 마지막 유혹'(The Last Temptation of Christ)에서 막달라 마리아(Barbara Hershey)와 예수 그리스도(William Dafoe)의 즐거운 한때. 막달라 마리아를 창녀로 설정한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