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이야기/비운의 씨씨

엄마와 이모의 계획

정준극 2009. 10. 5. 13:50

엄마와 이모의 계획

 

프란츠 요셉은 불과 18세의 나이에 대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제로 등극하였다. 젊은 황제의 어머니인 조피(Sophie: 또는 Sophia)는 프란츠 요셉의 결혼을 서둘렀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무궁한 발전을 기하기 위해서였다. 황제에게 왕비가 없다면 이것 또한 체면이 안 되는 일이기에 서두르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젊은 황제는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라면서 결혼을 미루기만 했다. 그러기를 4년이 지났다. 왕대비 마마인 조피는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었다. 이곳저곳 신부 감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몇 사람 후보가 있었지만 마땅치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여동생 생각이 났다. ‘맞다! 동생네에 딸들이 있지! 그 중에서 큰 딸은 얼핏 혼기가 찼을 걸...’ 이렇게 생각한 조피는 바바리아 (지금의 뮌헨 부근)에 살고 있는 동생 루도비카에게 연락했다. ‘사촌간이면 어떠냐? 왕실 결혼에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지!’라고 생각했다. 동생 루도비카는 뛸 듯이 기뻐했다. 자기의 큰 딸 헬렌이 막강한 오스트리아 제국의 젊은 황제와 결혼 할수 있다니! 더 할 나위 없는 가문의 영광이었다. 더구나 젊은 황제는 용모도 준수하지 않던가?

 

씨씨의 어머니 루도비카

 

1853년 8월 어느 날, 언니 조피는 동생 루도비카와 연락하여 잘츠부르크 인근에 있는 황실 여름 별장에서 프란츠 요셉과 헬렌의 미팅을 주선키로 했다. 아들 프란츠 요셉에게는 여름  휴가라는 명목아래 바드 이슐(Bad Ishl) 별장에 함께 가기로 약속했다. 엄마 조피는 아들 프란츠 요셉 황제에게 ‘이번 여름 별장에 가서 아무개를 만나게 될 터이니 그저 잔 말 말고 청혼해서 이 에미 속 좀 편하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 평소 효자로 알려진 프란츠 요셉은 더 이상 혼인을 미룰 수가 없어서 마음에는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어찌하랴? 황실을 위한 일이니! 그래서 '망극하나이다!'라고 답변하고 ‘바드 이슐’의 황실 별장으로 왔다. 루도비카와 헬렌은 가슴을 두근거리면서 바드 이슐에 미리 와 있었다. 루도비카는 자기 딸이 황제로부터 청혼을 받지도 않았는데 공연히 소문이 나면 곤란하니까 그런 얘기는 입 밖에도 내지 않고 그저 자기네 식구끼리 별도로 여름 휴가차 바드 이슐에 왔다고 했다. 가족 휴가이므로 어쩔수 없이 작은 딸 엘리자베트도 같이 데리고 왔다. 그 때 엘리자베트의 나이는 열여섯 이었다. 바드 이슐이 어딘고 하니 요한 슈트라우쓰의 오페레타 ‘박쥐’(Die Fledermaus)의 무대가 된 곳이며 프란츠 레하르가 말년을 보낸 곳이다.

 

씨씨의 아버지 막시밀리안 대공과 어머니 루도비카(루이제) 

 

밝고 명랑한 엘리자베스

16세의 밝고 명랑한 아가씨 엘리자베트는 바드 이슐에 오자 혼자서 숲속을 거닐거나 산에 오르기도 하고 아버지의 낚시대로 강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등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지내고 있었다. 엘리자베스트는 엄마(루도비카)와 이모(조피)가 언니인 헬렌과 프란츠 요셉과의 결혼을 꾸미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고 그저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날도 엘리자베트는 강에서 낚시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마침 바드 이슐에 도착한 젊은 황제 프란츠 요셉도 강가를 산책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이렇게 하여 우연찮게 만났다. 엘리자베트는 이 젊은 귀공자가 대 제국의 프란츠 요셉 황제인줄 몰랐다. 프란츠 요셉도 이 천방지축 같은 예쁘고 명랑한 아가씨가 누구인지 알 지 못했다. 두 사람은 그저 웃고 떠들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프란츠 요셉은 오랜만에 왕궁에서 빠져 나와 신선한 자연 속에서 명랑하고 발랄하며 천진난만한 아가씨를 만나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얘기 끝에 이 아름다운 아가씨가 이모님 딸로서 자기와는 사촌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프란츠 요셉은 첫 눈에 엘리자베트에게 끌렸다. 다음날 두 사람은 아무도 모르게 등산을 함께 가서 또 다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엘리자베트는 왕족으로서 자수를 놓는다든지 피아노를 공부한다든지 또는 궁중 예법을 공부하기는커녕 혼자서 자유스런 시간을 가지기를 더 즐겨했다. 이상 두 사람의 데이트 스토리는 영화 '내 사랑 영원히'에서 빌려온 것이다.

  

16세의 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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