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이야기/세계의 여왕: 빅토리아

우울한 어린 시절

정준극 2009. 10. 15. 12:45

세계의 빅토리아여왕 - 3

 

[우울한 어린 시절]

빅토리아여왕은 훗날 자기의 어린 시절이 우울함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빅토리아의 어머니는 어린 빅토리아를 과잉보호하며 키웠다. 말이 과잉보호이지 실은 잔소리와 함께 외부접촉을 일체로 금지한 생활이었다. ‘켄싱턴 시스템’(Kensington System)이라고 하는 지독한 가정교육이었다. 켄싱턴 시스템은 빅토리아의 어머니와 재정 감사관으로서 어머니의 정부라고 생각되는 존 콘로이경(Sir John Conroy)이 합작하여 만든 것이다. 빅토리아가 아무나 만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규제하여 어머니만을 의존토록 만드는 내용이었다. 그래야 나중에 빅토리아가 여왕이 되었을 때 비록 섭정이 되지 못하더라도 모후(모후)로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무튼 빅토리아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놀지도 못하였다. 유일한 친구가 있다면 대쉬(Dash)라는 이름의 작은 강아지 한 마리였다. 빅토리아는 여왕이 될 때까지 자기 혼자만의 방도 갖지 못했다. 매일 밤 어머니와 함께 잠을 자야했다. 빅토리아가 어느새 10대의 소녀가 되자 어머니는 존 콘로이경을 빅토리아의 개인비서로 임명코자 했다. 그러나 빅토리아는 어머니와 이상한 관계에 있는 그런 사람을 개인비서로 삼을 생각이 절대로 없어서 어머니의 말에 처음으로 반기를 들었다. 빅토리아는 국왕이 되자마자 우선적으로 존 콘로이경을 자기의 근처에서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멀리 쫓아버렸다. 그리고 어머니도 버킹엄궁전에서도 구석진 곳에 살게 했다. 되도록 얼굴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어머니가 만나자고 요청해도 간혹 거절했다.

 

소녀시절의 빅토리아

 

빅토리아의 세 삼촌들은 대개의 왕자들이 그런 것처럼 바람들을 피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더구나 모두 부인들로부터 자녀를 얻지 못하자 자녀를 가져야겠다는 일말의 욕심으로 정부들을 두고 자녀생산을 위해 목숨을 걸다시피 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몇 명 생겨났지만 모두 정식부인의 소생이 아니기 때문에 왕위계승서열에는 명함도 들여 밀지 못하였다. 빅토리아의 어머니는 이것이 도무지 마음에 걸렸다. 혹시 이들이 음모를 꾸며서 빅토리아가 왕이 되지 못하게 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어 잠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자기 딸 빅토리아를 이들로부터 보호하려면 이들을 모함하여 내쫓는 수밖에 없었다. 빅토리아의 어머니는 삼촌들의 정부들이 낳은 사생아들이 다른 여자들의 아이들이라느니 하면서 흑색선전을 일삼았다. 결과는? 빅토리아의 어머니는 여러 사람들로부터 경멸을 받았다. 특히 빅토리아의 삼촌들로부터 미움을 받았다. 삼촌들의 정부(情婦)들도 빅토리아의 어머니를 미워하는데 가세하였음은 물론이었다. 궁정에서 이렇듯 왕족들 간에 치사한 음모와 험담과 악플이 계속되자 일반국민들은 왕족들을 증오하기 시작했다. 빅토리아의 어머니는 그럴수록 어린 빅토리아를 더욱 보호해야한다고 믿었다. 어린 빅토리아가 자칫 잘못된 이성 관계에 들어가면 큰일 난다고 생각하여 극도로 경계하였다. 자기의 연애는 로맨스라고 믿었으면서도 만일 딸이 연애라도 하게 되면 이는 불륜이라면서 아예 처음부터 못을 박았다. 어려서부터 남녀관계와 관련하여 지나치게 도덕적인 교육을 받은 빅토리아는 나중에 국왕이 되어서도 엄격한 도덕성을 강조하였다. 이를 ‘빅토리아 도덕성’(Victorian Morality)이라고 한다.

 

대관식후의 빅토리아여왕

 

빅토리아의 가정교사는 레젠(Lehzen) 남작부인이었다. 레젠은 어린 빅토리아에게 상당한 영향을 주었으며 빅토리아가 왕위에 오른 후에도 계속 남아 있었다. 빅토리아에게 있어서 레젠은 가족 이상이었다. 그러다가 빅토리아가 알버트공과 결혼하자 레젠의 역할도 막을 내리게 되었다. 알버트공은 ‘켄싱턴 시스템’에 물들어 있는 레젠이 무능하다고 생각하였으며 특히 첫 아이가 탄생하자 이 아이의 안전과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사직토록 하였다. 빅토리아는 물론 남편의 의사를 존중했다.

 

가정교사였던 레젠남작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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