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이야기/세계의 여왕: 빅토리아

[참고자료 4] 로열 알버트 홀(Royal Albert Hall: RAH)

정준극 2009. 10. 15. 13:07

[참고자료 4]

로열 알버트 홀(Royal Albert Hall: RAH)

빅토리아여왕의 부군 알버트공을 기리는 공연장

 

로열 알버트 홀(Royal Albert Hall: RAH)

 

세계적으로 유명한 런던의 로열 알버트 홀(RAH)은 빅토리아여왕의 부군인 알버트공을 기념하여 세운 연주회장이다. RAH는 런던 웨스트민스터 시티의 나이츠브릿지(Knightsbridge)에 있다. RAH는 1941년 이래 매년 여름 BBC-프롬스(Proms)가 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프롬스는 프품네이드 콘서트(Promenade Concert)의 약자로서 매년 여름 8주간에 걸쳐 클래식 음악 연주회와 기타 공연으로 구성된다. 영어의 프롬네이더(Promenader) 또는 프롬머스(Prommers)라는 단어는 매년 BBC-프롬스 콘서트에 웬만해서는 빠지지 않고 단골로 가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원래 프롬스는 일찍이 1895년부터 시작된 런던의 대행사였다. 처음에는 퀸스 홀(Queens Hall)에서 열리다가 1941년부터 RAH로 옮겨 열리게 되었다. 이후로 RAH는 Proms의 대명사가 되었고 근자에 BBC가 주관하게 되어 BBC-프롬스라고 부르게 되었다. 프롬스에서는 매년 약 70회의 연주회가 열린다. BBC-프롬스의 마지막 날에는 영국 전역에 걸쳐 수많은 연주회장에서 동시에 여러 연주회가 열리기도 한다. 2009년 시즌에는 토털 100회의 연주회가 열려서 기록을 세웠다. 그만큼 해마다 인기상승이다. 세계의 음악평론가들은 BBC-프롬스를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며 가장 민주적인 음악 축제’라고 입을 모은다. 누가 영국을 고전음악의 불모지라고 그랬는가? BBC-프롬스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실제로 BBC-프롬스는 고전음악뿐만 아니라 팝음악으로도 유명하다. 세계적인 비틀즈와 롤링 스톤스도 BBC-프롬스를 통해 정상에 올랐던 것을 보면 잘 알수 있는 일이다. 세계적인 그룹인 크림(Cream)이 1968년 고별연주회를 가진 곳도 RAH였다. 크림의 연주회 실황은 1969년 1월 BBC에서 전국에 방송되었는데 BBC 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로열 알버트 홀에서의 프롬스(PROMS)연주회

 

[알버트 서거 10주년 기념]

RAH는 1871년 문을 열었다. 알버트공의 서거 10주년을 기념해서였다. 빅토리아여왕이 직접 오프닝에 참석했다. RAH에서는 1년에 350회 이상의 연주회가 열린다. 1년중에 거의 매일 연주회가 열리는 셈이다. RAH에서는 주로 클래식음악 연주회가 열리지만 이외에도 발레, 오페라, 록, 팝 연주회도 열리며 무대에서는 테니스 경기도 거행된다. 또 어떤 경우에는 화려한 파티도 열린다. 돔형의 RAH는 웨스트민스터 시티에서도 이른바 알버토폴리스(Albertopolis)라고 부르는 문화예술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알버토폴리스는 1851년 런던의 하이드파크에서 열린 대전시회(Great Exhibition)의 수익금으로 조성된 신도시를 말한다.

 

런던 대전시회를 위해 하이드파크에 세운 수정궁. 전시회의 수익금으로 알버르토폴리스를 세웠다.

 

RAH는 영국 왕립공병대의 프란시스 포우크(Francis Powke) 대위와 헨리 스콧(Henry Scott) 소장이 공동으로 설계했다. RAH는 고대 로마의 야외원형극장(앰피티에터)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당시 유럽 제1의 건축가인 독일의 고트프리트 젬퍼(Gottfried Semper)의 건축양식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고트프리트 젬퍼는 런던에 초청되어 사우드 켄싱턴 박물관(South Kensington Museum)을 건축했다. 고트프리트 젬퍼는 독일 드레스덴 오페라극장 등의 걸작을 남긴 건축가였다. 철구조물인 돔은 만체스터에서 제작되어 대형 마차로 런던으로 운반되었다. 건물에 철구조물의 돔을 올릴 때 혹시나 벽이 무너질 것을 염려하여 자원해서 공사장 안에 남아 있겠다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철수했다. RAH는 당초에 1870년 크리스마스 데이에 준공식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사가 조금 지연되어 해를 넘겨 1871년 봄에 오픈되었다. 1871년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고종 시절로서 강화도에서 저 유명한 신미양요가 일어난 해이다. 빅토리아여왕은 세상 떠난 부군인 알버트를 기념하는 건물이므로 깊은 관심을 가지고 건설현장을 자주 방문하였다. 빅토리아여왕은 RAH의 모습을 보고 ‘영국 헌법과 같이 생겼군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만큼 단단하고 완벽하며 모든 면모를 고려했다는 뜻이다.

 

로열 콘소트 로우드(Royal Consort Road)에서 바라본 로열 알버트 홀. 1871년이면 우리나라에서 신미양요가 일어난 해이다. 로열 콘소트는 국왕의 배우자, 즉 빅토리아여왕의 부군 알버트공을 말한다.

 

오프닝은 1871년 3월 29일에 있었다. 왕세자인 에드워드(Prince of Wales)가 환영의 연설을 했다. 이어 빅토리아여왕이 오프닝을 선언할 차례였지만 여왕은 너무 감격하여 말을 잇지 못할 형편이었다. 이에 에드워드 왕세자가 ‘이제 여왕폐하께서 RAH의 오프닝을 선언하시었습니다!’라고 대신 말하였다. 그런 연후에 콘서트가 진행되었다. RAH의 음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당장 지적되었다. 음의 에코가 심하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어떻게 조치를 취해야 할지 몰랐다. 그보다도 여왕은 RAH가 오픈하자마자 음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고인에게 민망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여 보수공사를 내키지 않아했다. 천정에 에코 흡수장치를 설치한 것은 그로부터 거의 1백년이 지난 1969년이었다. 천정에 설치한 에코 흡수장치는 ‘버섯’ 또는 ‘비행접시’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1871년 5월 29일의 그랜드 오프닝. 마치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보는 것 같았다.

 

[예술과 과학의 승리]

건물의 외관에는 대형 모자이크 프리즈(Frieze)가 있다. 프리즈는 천정과 벽면 사이의 공간을 말하며 일반적으로 그림이나 조각으로 채운다. 모자이크 프리즈의 주제는 ‘예술과 과학의 승리’(The Triumph of Arts and Sciences)이다. 이는 알버트공이 생전에 주장하던 모토였다. 모자이크 프리즈는 16개의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1) 1851년의 대전시회에 출품한 국가들 (2) 음악 (3) 조각 (4) 회화 (5) 예술가들과 후원자들 (6) 석공들 (7) 목공과 벽돌공들 (8) 건축 (9) 예술과 과학의 초창기 (10) 농업 (11) 식물표본 및 토지조사 (12) 천문학과 항해술 (13) 철학자들, 현자들, 학생들 (14) 공학 (15) 기계의 힘 (16) 도예와 유리공예이다. 프리즈의 상단에는 테라코타로 만든 글씨가 적혀 있다. 내용은 역사적 사실과 성경에 나오는 구절들이다. 내용인즉 “이 건물은 모든 국가의 산업, 과학, 예술을 진보키 위해 건설되었다. 이는 여왕의 부군인 알버트 공의 의지를 완성키 위한 것이다. 부지는 1851년 대전시회의 수입으로 조성되었다. 초석은 1867년 5월 20일에 빅토리아여왕폐하가 놓았으며 1871년 3월 29일 개관되었다. 주는 위대하시며 권능과 영광과 승리와 권세의 주시도다. 이 세상 만물이 모두 주의 것이요 모든 지혜와 역사하심이 주의 손에 있나이다.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평화로다”이다.

 

로열 알버트 홀의 프리즈 그림. '예술과 과학의 승리'

 

개관기념 콘서트는 아서 설리반(Arthur Sullivan)의 칸타타 on Shore and Sea(땅에서 바다에서)이었다. 1871년 5월 1일 공연되었다. 일본 씨름인 스모경기가 영국에서 최초로 거행된 곳도 RAH의 무대에서였다. 영국과 일본은 이처럼 콤비였다. 1969년에는 존 로드(John Lord)가 작곡한 Concerto for Group and Orchestra(그룹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를 말콤 아놀드(Malcolm Arnold)의 지휘로 딥 퍼플(Deep Purple)과 로열 필이 함께 공연했다.

 

공사다망하신 중에도 빅토리아여왕이 친히 참석하시어 자리를 빛낸 로열 알버트 홀 개관기념 연주회. 아서 설리반의 칸타타가 연주되었다. 그런데 여왕은 어디 앉아 있나? 혹시 왼쪽의 여자? 아무튼 대단한 연주회장이다. 영국을 죽어라고 사랑하는 캐나다의 토론토에도 마치 골프공처럼 생긴 로이 톰슨 홀이 있다. 로열 알버트 홀을 조그맣게 본따서 만들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