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추억 따라/서울

광화문 광장과 세종대왕 이야기

정준극 2009. 11. 8. 01:24

광화문 광장과 세종대왕 이야기

(The Story of King Sejong) - 세종대왕이면 King Sejong the Great 라고 해야 하지 않나?

 

대단한 광화문광장의 조감도

 

광화문에 광화문광장이 조성되었다는 것은 이미 보도를 통해 다 알려졌고 더구나 광화문광장을 다녀온 사람들이 개방 두어달만에 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하니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근자의 와중에 그곳에 다녀왔다는 일말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약간이나마 설명을 붙이고자 한다. 혹시 아직도 안가보았다면 일단은 가보기를 권장하면서...

 

광화문 네거리에 이순신장군의 동상이 장엄하게 서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요즘 원래는 높이가 얼마였는데 갑자기 좀 더 늘리라고 해서 제작을 맡은 김세중 교수가 고생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아무튼 대단히 장엄한 동상이다. 한편, 이순신장군의 동상과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을 복원하는 장소의 중간 쯤에 얼마전 황금빛도 찬란한 세종대왕의 기념상을 설치해 놓은 것도 모두 잘 아는 사실이다. 굳이 부연하자면 광화문 광장은 2009년 8월 1일부터 개방되었고 세종대왕 기념상은 한글날인 2009년 10월 9일에 제막되었다는 사실이다. 세종대왕 기념상 앞을 해치마당이라고 부른다는 것도 설명이 필요없는 사항이다. 요새 서울의 심볼로서 해치가 아주 뜨고 있다. 해치나 해태나 모두 똑 같은 이름이라고 알고 있다. 얼마전에 잠실운동장에서 열린 디자인올림픽에서도 비싸게 보이는 해치들이 많이 등장했었다. 하지만 일부 기독교 단체에서는 해치가 우상이라고 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토로한바 있다. 그뿐이다. 

 

황금빛 찬란한 세종대왕 기념상. '서울 시장을 비롯해서 모두들 수고 했어. 준비들 하느라고'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이순신장군 기념상 앞에 대단한 분수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주변의 의자마다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어서 음악과 함께 분수가 무용을 한다. 기왕이면 소란하여서 듣기 싫은 유행음악 대신에 구군악대의 연주로 분수가 움직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분수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실은 이순신장군 동상이 있는 곳의 땅속에 지하3층 규모의 엄청난 공간이 새로 완성되어서 경탄을 금치 못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함이다. 하기야 겉으로는 보이지 않으므로 광화문 일대를 밥먹듯이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런데 언제 팠는지 대단한 지하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지하의 공간은 현재는 '세종이야기'라는 전시장이다. 세종대왕 업적기념관, 또는 세종박물관이라고 부르지 않고 '세종이야기'라고 이름을 붙인 것 부터가 평범하지 않다. 세종대왕 기념상 앞에서 지하로 들어갈수도 있고 세종문화회관에서 들어갈수도 있으며 KT빌딩을 통해서도 들어갈수 있다. 그리고 물론 광화문 지하철역과 교보문고와도 연결되어 있다. 사통팔달이다. 어느틈에 이런 거창한 지하시설을 만들었을까?

 

 

'세종이야기' 전시장 입구 대문. 광화문 지하 3층 위치에 이런 어마어마한 규모의 지하공간을 만들었다니 놀랍다.

 

세종대왕 기념상 후면의 지하계단을 통하거나 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후 복도를 따라 '세종이야기'라는 현판이 걸린 대문을 지나면 한쪽 벽면에 위대한 성군 세종을 소개하는 멀티 영상물이 줄기차게 상영되고 있다. 마치 천문과학관에서 천체영상을 보는 것 같으므로 '와, 대단하다'라는 인상을 갖지 않을수 없게 한다. 이어서 무얼 물어보면 매우 친절하게 대답해주는 안내원들의 눈치를 보며 이곳저곳의 전시장을 살펴보다보면 어느덧 한시간이 지난다. 한마디로 말해서 돈을 많이 들여서 잘 해 놓았다. 간단한 기념품점까지 있다. 다리가 아픈 사람이나 친구와 만나 소곤소곤 수다를 떨 사람들을 위해 쉼터도 마련되어 있다. '소곤소곤'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내가 가본 날에도 전라도나 충청도의 어느 마을에서 오신 분들인지 하여튼 구경하러 오신것 까지야 매우 좋지만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서로 떠드는 사람들이 많아서 '아직도 민도가 이것뿐인가?'라는 자조섞인 생각을 갖게 해주었기 때문에 일부러 소곤소곤이라고 표현했던 것이다. 제발 바라건대 전시장을 자기집 안방으로 착각하여 '야, 아무개야, 뭐 볼만한 것도 없는디 정신만 사납다. 아이구 그만 가버리면 쓰갔는디'라고 떠드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세종이야기' 대문을 거치면 복도 한쪽에 멀티영상물이 압도한다. 우주여행에 동참한 것 같은 분위기이다.

 

무엇이 전시되어 있는가? 세종대왕의 업적이 소개되어 있다. 한글창제, 과학과 예술, 군사정책 등 세종대왕의 치적이 영상물, 모형물, 파넬 등으로 전시되어 있다. 세종대왕은 몇세에 세상을 떠났는가? 65세 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53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공무원으로서의 정년도 채우지 못하였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 세종대왕의 이름은 무엇인가? 성은 당연히 이씨이고 이름은 도이다. 세종이라는 것은 칭호일 뿐이다. 생일은? 음력으로 4월 10일인데 태어난 해(1397년)의 4월 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하면 5월 15일이다. 그리고 돌아가신 날은 2월 17일이다. 취미는? 안내 팸플릿을 보니 독서라고 되어 있다. 요즘엔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독서입니다'라고 대답하는 청년은 아마 하나도 없을 것이다. 만일 그랬다가는 '독서 좋아하네'라는 핀잔을 듣기가 십상이기 때문이다.

 

전시장 내부. 세종대왕이 이룩하신 과학기술분야의 업적 소개  

 

돌이켜보건대 옛날에는 이력서에 취미난이 있어서 반드시 써넣어야 하기 때문에 간혹 곤혹케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하여 하는수 없이 '독서'라고 적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다가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면접관이 '아, 취미가 독서군요. 그래 요즘 읽은 책은?'라고 물으면 '아이구, 공연히 취미를 독서라고 적어 넣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머뭇거리게 된다. 그러면 면접관이 '그럼 로미오와 줄리엣은 읽어 보았나요?'라고 물으면 대개는 대답하지 않을수가 없어서 한다는 소리가 모기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예, 근데 로미오는 읽었는데요 줄리엣은 아직 못읽었어요. 열심히 읽겠습니다'라면서 말끝을 흐리기가 일수였다. 때아니게 '세종이야기'에서 쓸데없는 '로미오와 줄리엣'이야기를 함을 심히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다시 전시장 이야기로 돌아가면, 전시장은 매주 월요일에는 문을 닿으며 나머지 날에는 오전 10시반에 문을 열어 늦은밤 10시반에 닿는다. 그러니 밤에 광화문광장에 들려서 야간분수도 구경하고 도대체 '세종이야기'가 무엇인지 이럭저럭 살펴 보는 것도 미상불 관찮은 일이다. 입장료는 당연히 없다.  

  

광화문광장에 설치해 놓은 혼천의 모형

 

'세종이야기' 전시의 백미는 국내 동양화단의 거장들이 그린 세종의 업적화들일 것이다. 대마도정벌도는 산정 서세옥(山丁 徐世鈺) 화백이 그렸다. 육진개척도는 남정 박노수(藍丁 朴魯壽) 화백의 작품이다. 집현전학사도는 월전 장우성(月田 張遇聖) 화백의 그림이다. 주자소도는 운정 정완섭(云丁 鄭完燮) 화백의 노작이다. 지음도는 현초 이유태(玄艸 李惟台) 화백의 작품이다. 모두 원로 화가들이시다. 이들중에서 현초선생은 1999년에 작고하셨으며 월전선생은 2005년에 세상을 떠나녔으니 '세종이야기'의 작품들은 그분들의 유작이다. 우리나라 동양화단의 거목되시는 분들의 작품을 대할수 있다는 것은 또 하나의 기쁨이다. [노화백들의 작품들을 감히 사진으로 찍어 게재함은 심히 반성할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로그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얼핏 소개하오니 하해와 같은 양해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사진이 썩 훌륭하지 못하여 죄송만만한 심정입니다. 전시장에서 원작을 보시면 전혀 감흥이 다를 것입니다. 바라건대 주최측에서는 이분들의 그림을 그림엽서 등으로 만들어 판매했으면 한이 없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학생들 공부자료도 되고! 외국인들에게 한국홍보용 자료도 되고!]  

 

 

산정 서세옥 화백의 '대마도정벌도' 

남정 박노수 화백의 육진개척도 

운정 정완섭 화백의 주자소도 

현초 이유태 화백의 지음도 

월전 장우성 화백의 집현전학사도

 

집현전에서 한글 창제를 위해 불철주야 연구하시는 세종대왕 모형 

한글반포. 백성들이 좋아하는 모습

세종대왕을 주제로 한 조각전시회의 한 작품

광화문광장의 해치마당 

세종대왕 기념상의 뒷면을 이렇게 생겼다. 용이 수없이 많다.

 

이순신 장군상 앞의 분수 

광화문광장의 이순신장군 동상과 분수. 무더운 여름날에는 아이들이 아예 분수 속에 들아가서 산다. 이순신장군께서

'얘들아 이제 그만 집에 가서 공부해야지'라고 말씀 하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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