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성물들/수의와 겉옷(성의)

토리노의 수의

정준극 2009. 10. 30. 21:50

[토리노의 수의]

Shroud of Torino(Turin)

 

‘토리노의 수의’(튜린의 수의: Shroud of Turin)는 예수의 얼굴이라고 생각되는 어떤 남자의 모습이 프린트되어 있는 린넨(세마포) 천이다. 토리노(튜린)의 수의라고 부르는 것은 이 천이 현재 이탈리아 토리노(튜린)의 세례요한대성당의 로열채플에 간직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통 수의(Shroud)라고 부르지만 토리노의 수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시신에게 입히는 베로 만든 수의가 아니다. 4.4m x 1.1m의 장방형의 한 장으로 된 세마포이다. 마치 한 장의 침대 시트와 같다고 보면 된다. 이 세마포가 예수를 장사 지낼 때에 예수의 시체를 쌌던 것이라고 하며 그때에 예수의 형상이 세마포에 프린트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진짜 예수의 시체를 쌌던 세마포인지 아닌지를 규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그 천에 나타나 있는 얼굴 모습이 진짜 예수의 얼굴 모습인지를 알아내는 것은 더 중요하다. 만일 그 얼굴 모습이 진짜 예수의 얼굴 모습이라고 하면 이는 2천년전에 활동했던 예수의 모습을 최초로 짐작할수 있는 유일한 자료가 된다. 그리고 만일  토리노의 수의에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 모습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예수의 초상화를 그릴 때마다 토리노의 수의에 프린트된 모습을 영원한 모델로 하여 통일되게 그릴수 있게 된다. 아무튼 만일 토리노의 수의에 예수라고 생각되는 어떤 남자의 모습이 찍혀져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은 대단한 사건이 아닐수 없다.

 

 

이것이 토리노의 수의. 앞의 것은 중간부터 전신 모습을 볼수 있다. 옆에 있는 원래의 세마포에는 얼굴 모습이 희미하지만 사진 네가 필름에 나타난 얼굴 모습은 분명하다.

 

도대체 수의에 찍힌 얼굴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사실 세마포(린넨)를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거기에 그려진 모습이 얼굴인지 아닌지 도무지 알수 없을 정도로 희미하여서 구별을 할수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이 세마포를 사진으로 찍어서 네가티브 필름을 보면 얘기가 완전히 다르다. 틀림없는 사람의 얼굴이다. 마치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다. 하기야 예수의 시체를 감쌌던 천이므로 잠시 죽어있는 예수의 얼굴 모습이 찍혔을 것이므로 눈을 또렷하게 뜨고 무슨 말을 할 것 같은 모습은 아닐 것이다. 돌이켜보건대 실제로 처음에 수의라고 믿어지는 세마포를 발견했을 때에는 희미하나마 누리끼리한 천에 세피아(먹물)로 그린 듯한 얼굴 윤곽을 찾아 볼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과 함께 얼굴 모습이 자꾸 희미해져서 도무지 알아 볼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1898년 5월 28일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1898년 토리노 성당에서 성수의를 일반에게 공개 할때에 만든 포스터. 예수의 얼굴 모습은 콧수염이 있는 것으로 그렸다. 얼굴 모습 아래에는 성수의를 접지 않고 펼친 모습이다. 자세히 보면 같은 이미지가 두 개 프린트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날 성수의에 대하여 대단한 관심이 있는 이탈리아의 변호사 겸 아마추어 사진가인 세콘도 피아(Secondo Pia: 1855-1941)라는 사람이 성수의를 사진 찍기 위해 세례요한성당의 허락을 받아 성수의를 자기 집으로 가져왔다. 그는 저녁에 자기의 집에서 성수의를 사진 찍은 후 암실에서 필름을 현상하여 네가(Negative) 필름을 보니까 놀랍게도 사람의 얼굴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깜짝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들고 있던 사진건판을 떨어트렸다고 한다. 피아가 이 사실을 교회의 성직자에게 보고하자 그들은 피아가 사진을 조작했다고 주장하며 믿지 않았다. 그로부터 다시는 사진을 찍기 위해 성수의를 성당 밖으로 내보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과 함께 성수의에 예수의 얼굴 모습이 프린트되어 있다는 얘기가 확산되자 바티칸도 다시한번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1931년 주세페 엔리(Giuseppe Enrie)라는 사진가에게 다시 사진을 찍어보도록 허락했다. 엔리가 사진을 찍은 후 필름을 현상해보니 네가필름에서 과연 사람의 얼굴 모습이 비교적 선명하게 나타났다. 이로써 피아의 주장은 신빙성을 얻게 되었다.

 

성수의에 예수의 얼굴 모습이 있는 것을 처음으로 사진으로 찍은 세콘도 피아

 

이 사진이 일단 공개되자 과학자, 교회관계자, 역사학자, 작가 들 사이에서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하여 문제의 수의가 보존되어 왔으며 또 예수의 얼굴 모습이 어떻게 프린트되었는지에 대하여 밤낮으로 뜨거운 논쟁이 불붙었다. 논쟁의 과열되자 바티칸으로서 입만 다물고 있을수 없었다. 마침내 1958년 교황 비오12세(Pius XII)는 성수의에 나타나 있는 예수의 얼굴 모습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가톨릭 신앙의 대상으로 삼도록 하였으며 아울러 매년 ‘참회의 목요일’(Shrove Thursday)에 예수의 얼굴 모습이 나타났음을 축하토록 했다. 교황이 공식적으로 수의에 찍힌 예수의 얼굴 모습을 인정했다는 것은 앞으로 예수의 얼굴을 그리거나 조각으로 만들 때에 이를 표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과 같다. 일부 학자들은 예수의 얼굴 모습이 언제 수의에 찍혔는지에 대하여 논란을 벌였다. 혹자는 첫날 예수의 시체를 수의로 감쌀 때에 기록되었다고 주장했고 혹자는 예수가 부활하기 직전, 영혼이 돌아와 숨을 쉬기 시작할 때에 찍혔다고 주장했다. 정말 할 일들이 없었는지 별것을 다 가지고 논쟁을 벌였다. 어떤 사람은 자연적으로 산화작용에 의해 수의에 얼굴 모습이 그려진 것이기 때문에 신경 쓸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고 또 어떤 사람은 세마포(細麻布: 린넨)와 공기 중의 어떤 성분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그런 모습이 그려지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황 비오12세(1896-1958). 토리노의 성수의에 나타난 형상이 예수의 모습이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하였다. 

 

그런데 최근 토리노의 수의에 나타난 희미한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 모습을 바탕으로 현대적 3차원 컴푸터그래픽 기술을 이용하여 새로운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복원했다고 한다. 미국의 히스토리 채널은 최근 3D 기술을 이용해 지금까지 볼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의 입체적 얼굴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이 작업을 주도한 그래픽 아티스트 레이 다우닝은  '토리노 수의에 묻은 피와 땀, 먼지 자국등을 토대로 먼저 얼굴 윤곽을 그린 후 최첨단 디지털 애니메이션 기술을 입혀 3차원의 원래 얼굴을 재현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렇게하여 복원한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은 지금까지 그림에서 볼수 있었던 흰 피부의 백인 이미지와는 달리 비교적 검은 피부의 중동계 남성의 얼굴이었다.

 

히스토리 채널이 주관하여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복원한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 모습. 토리노 수의에 묻어 있는 피와 땀, 먼지등을 근거로 만들어냈다. 이에 의하면 예수의 얼굴은 중동사람처럼 가무잡잡하다는 것이다.

 

* 다음은 2010년 5월 3일자 AP통신이 전한 내용을 퍼 온 것입니다.

 

(토리노 AP=연합뉴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일 '토리노 수의'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사람의 "피로 새겨진" 성상이라고 말해 수의가 예수 그리스도를 감쌌던 것임을 사실상 인정했다. 교황은 이날 이탈리아 토리노를 방문해 10년 만에 일반에 공개된 토리노 수의를 관람하면서 이 수의가 진짜 그리스도의 매장에 사용된 천이라는 데 대해 강력한 믿음을 피력했다. 그는 "이 장례용 천은 복음서들이 우리에게 예수님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과 같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사람의 시신을 감쌌던 천"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이 수의는 가시관을 쓰고 채찍에 맞고 십자가에 못 박힌 한 남자의 피로 새겨진 성상이라며 수의의 핏자국이 전하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는 "수의의 형상은 죽은 남자의 모습으로 이 핏자국은 이 사람의 삶에 대해, 그리고 사랑과 생명에 대해 얘기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토리노 수의는 (주인공이) 죽은 당시 어떤 모습으로 무덤에 눕혀졌는지 말해준다"며 "그 시간은 하루 반 정도로 짧았지만 그 가치와 중요성은 매우 크고 무한하다"고 강조했다.

기독교 유물 가운데 가장 논란이 많은 것 중 하나인 토리노 수의는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혀 처형된 뒤 부활하기 전까지 시신을 감싼 것으로 알려진 천으로 2세기 터키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교황청은 지난해 수의에 남아 있는 문자 흔적을 컴퓨터로 해독한 연구 결과 예수의 시신을 감쌌던 천으로 드러났다고 밝히는 등 수의가 진짜임을 주장하고 있으나 탄소연대측정으로 수의 제작시기를 연구한 전문가들은 이 천이 13~14세기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반박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인 2012년 6월, 이탈리아 파르마의 포풀라레대학교 교수인 안토니오 롬바티는 토리노의 수의가 실은 주후 1300년 경 터키에서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약 40종의 수의가 나돌고 있으나 그 중에서 진품이라고 인정할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주장하고 교회(바티칸을 지칭함)가 이 문제를 결말지어야 한다고 내세웠다.

 


토리노의 수의. 가운데 보면 어떤 수염난 할아버지가 두 손을 아래쪽에 포개고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을 볼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