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성물들/창에 얽힌 이야기

성창(聖槍: The Holy Lance)의 정체

정준극 2009. 11. 3. 00:20

[성창(聖槍)] The Holy Lance

비엔나의 제국보물실에도 보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옆구리를 찌른 창이 성장(聖槍)이다. 영어로는 Holy Lance, Holy Spear, Spear of Destiny, Lance of Longinus(론기누스의 창), Spear of Longinus, Spear of Christ라고 부른다. 성경에서는 요한복음에만 성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요한복음 19장 34절을 보면 ‘그 중 한 군인이 창으로 옆구리를 찌르니 곧 피와 물이 나오더라’라고 적혀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옆구리를 창으로 찌른 사람은 로마 군인인 론기누스(Longinus)라고 한다. 그래서 '성창'을 '론기누스의 창'이라고도 부른다. 한가지 궁금한 것은 창으로 몸을 찌르자 피가 나온 것은 이해하겠는데 물이 나왔다는 것은 무슨 내용인지 알기가 어렵다. 그 얘기는 나중에 하자. 결론부터 말하면, 골고다에서 로마군인 론기누스가 예수님의 옆구리를 찌른 바로 그 문제의 창은 어디 있는가? 최소한 세 곳에 따로따로 있는데 현재 비엔나 미술사박물관 산하의 황실보물실(제국보물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것이 가장 오리지널이라는 것이다. 합스부르크의 황실보물실(Schatzkammer)은 호프부르크(Hofburg) 궁전의 한 파트에 있다. 어떻게 해서 성창이 합스부르크의 수중에 들어가게 되었는지도 한번 살펴보자.

 

비엔나 호프부르크의 샤츠캄머(제국보물실)에 보관되어 있는 성창(Heilige Lanze: Holy Lance). 가운데 부분으 나중에 금으로 둘러쌌다.

 

[성경의 기록]

로마시대에는 십자가형벌을 받은 사람을 빨리 죽게 하기 위해 두 발을 꺾는 관례가 있었다. 로마군인들은 예수님의 경우에도 그렇게 하려고 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예수님은 이미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둔 상태였다. 다리를 꺾을 이유가 없어졌다. 그래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로마군의 백부장은 병사 한 사람에게 창으로 예수님의 옆구리를 찔러 보라고 명령하였다. 경외서에는 그 군인의 이름을 론기누스(Longinus)라고 했다. 론기누스가 옆구리를 찌르자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피가 흘러나온 것은 당연하지만 물이 나왔다는 것은 어떤 일인지 알수가 없다. 오리겐(Origen)과 같은 신학자는 예수님의 옆구리에서 물과 피가 흘러나왔다는 것은 기적이라고 설명했다. 물이 나왔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심장부근의 공동(空胴)을 창으로 찔러 구멍을 냈기 때문에 그곳에 있던 액체가 흘러나왔다고 억지로 설명할수 있지만 그래도 굳이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고 한 것은 석연치 않다. 가톨릭은 물이 흘러나온 것을 비유로서 받아들이고 있다. 즉, 물은 교회를 말한다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세례와 성만찬을 말한다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옆구리에서 교회를 상징하는 물이 흘러나옴은 마치 아담의 옆구리에서 이브를 창조한 것과 같다는 얘기이다.

 

창으로 예수의 옆구리를 찌르는 장면. 러시아 이콘

 

[성창의 등장]

성창이 최초로 기록으로 나타난 것은 570년경이다. 이탈리아 피아첸짜(Piacenza)의 안토니누스(Antoninus)라는 순례자가 성지 예루살렘을 방문했을 때 시온산 교회에서 ‘주님에게 씌웠던 가시면류관과 주님의 옆구리를 찌른 창을 보았다’고 기록한 것이 첫 기록이다. 가톨릭백과사전에는 주후 615년에 예루살렘을 정복한 파사(페르시아)왕 코스라우2세(Khosrau II)가 성창의 끝부분 촉을 니체타스(Nicetas)라는 사람에게 주었으며 니체타스는 이를 콘스탄티노플로 가져와 하기아 소피아(Hagia Sophia) 사원에 보관했다고 적혀 있다. 당시는 콘스탄티노플이 로마제국의 수도로서 콘스탄티누스(콘스탄틴)대제가 얼마 전부터 콘스탄티노플(현재의 이스탄불)에 정착하여 지내고 있었다. 그후 1244년에 프랑스의 루이9세가 콘스탄티노플의 볼드윈2세(Baldwin II)로부터 성창의 부러진 촉을 얻었다고 한다. 성창의 촉은 원래부터 부러져 있던 것이었다. 루이9세는 성창을 파리의 상트 샤펠르(Sainte Chapelle)성당에 두어 경배토록 했다. 그후 1789년 프랑스혁명이 일어나자 상트 샤펠르성당은 수백년동안 간직하여 온 성창의 촉을 국립도서관으로 옮겼다. 그 다음부터는 종적을 알수 없었다.

 

이스탄불의 하기아 소피아(지혜의 성전). 한때 성창을 보관하고 있었다.

                  

[론기누스의 정체]

예수님의 옆구리를 창으로 찌른 로마 병사의 이름은 복음서에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전해 내려오는 얘기에 의하면 경외서인 니고데모복음서(Gospel of Nicodemus)의 한 파트인 ‘빌라도행전’(Acts of Pilate)에 로마 병사의 이름이 나온다는 것이다. ‘빌라도행전’은 4세기경에 ‘니고데모복음서’에 추가된 사항이라고 한다. 그 병사는 론기누스(Longinus 또는 Longginus)로서 나중에 백부장이 되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예수님의 옆구리를 찌른 창을 ‘론기누스의 창’(Lancea Longini)이라고 부른다. 론기누스라는 이름은 라불라복음서(Rabula Gospels)에도 등장한다. 586년에 완성된 라불라복음서는 현재 플로렌스의 로렌스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그 책에 론기누스가 창으로 예수님의 옆구리를 찌르는 삽화가 들어 있으며 십자가의 상단에 그리스어로 병사의 이름이 적혀 있다. 만일 그림에 론기누스라는 이름을 나중에 추가해서 적어 넣지 않았다면 이 그림은 론기누스라는 이름이 나오는 처음 기록이 된다.

 

안젤리코 수도승이 1440년에 그린 '성창과 론기누스'. 론기누스의 옆에는 아리마데의 요셉이 서 있으며 십자가 아래에 꿇어 엎드린 사람은 프라 안젤리코 자신을 의미한다. 우는 여인은 막달라 마리아와 오히려 그를 위로하는 성모 마리아이다. 로마 병사인 론기누스만이 광륜(할로)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