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성물들/수의와 겉옷(성의)

오비에도의 수다리움

정준극 2009. 11. 3. 11:06

오비에도의 성수건

Sudarium of Oviedo

 

스페인의 북부 오비에도(Oviedo)의 구주대성당(The Metropolitan Cathedral Basilica of the Holy Saviour: 스페인어 Catedral Metropolitana Basílica de San Salvador)에 예수를 장사지낼 때에 얼굴을 쌌던 수건이 있다. 수건에는 피 자국과 같은 얼룩이 있어서 신빙성을 더해 주고 있다. 예수의 얼굴을 쌌던 수건이 있다는 것은 요한복음 20장 7절의 기록으로 확실해졌다. 유태인이나 아랍인들은 습관적으로 수건을 가지고 다닌다. 이를 수다리움(Sudarium)이라고 부른다. 수다리움은 여러 용도로 사용되는데 예를 들어 붕대로서 시체의 얼굴을 싸매는데 사용하는 것은 그 중의 하나이다. 당시 유태인들의 장례 관습에 의하면 죽은 사람의 얼굴을 별도의 천으로 감쌌는데 이는 주로 입이 벌어져 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공관복음서에는 수의(세마포) 얘기만 나오지만 요한복음에는 수다리움도 빈 무덤 안에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오비에도에 있는 성수건은 예수를 장사 지낼 때에 얼굴을 쌌던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많은 존경을 받고 있다.

 

오비에도의 수다리움에 프린트되어 있는 예수의 얼굴 모습

 

오비에도의 성수건은 7세기부터 스페인에 있었으나 그 존재가 알려진 것은 8세기경부터였다. 그 이전에는 성수건이 어디 있었는지 확실치 않으나 학자들은 예루살렘에 있었다고 보고 있으며 실제로 어떤 기록에는 1세기경에 예루살렘에서 보았다는 내용이 있다. 토리노의 성수의와 오비에도의 성수건에 있는 붉은 얼룩을 예비로 조사한 결과 두 개의 천은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며 나아가 같은 사람을 쌌던 세마포(린넨)라고 생각되었다고 한다. 특히 성수건에 있는 붉은 얼룩을 조사한 결과 남자의 얼굴에 싸맸던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된다는 것이며 몸이 수직으로 있었을 때 싸맸던 것으로 생각되어 예수가 아직 십자가상에 있을 때 싸매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을 갖게 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아리마대 요셉이 예수의 시체를 십자가에서 내릴 때 우선 얼굴부터 수다리움으로 싸맨후 내리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다가 무덤 안에서 예수의 시체를 세마포로 쌀 때에 머리를 감쌌던 수다리움은 벗겼다는 추측이다. 중세 이후의 성화(성화)에는 예수를 십자가에서 내릴 때 얼굴을 무엇으로 덮거나 싸맸던 모습은 하나도 없지만 그건 단순히 후세의 그림일 뿐이므로 당시에는 상황이 어떠했는지 모른다.

 

성수건(수다리움)을 보관하고 있는 오비에도 대성당의 상자

 

서양에서는 신도놀로지(Sindonology)라는 학문이 있다. 직물을 연구하는 학문이지만 주로 성수의와 성수건을 연구한다. 그만큼 성수의와 성수건에 대한 관심이 크다. 스페인성해포(聖骸布)연구센터의 마르크 구스친(Mark Guscin)는 1999년 교회의 요청으로 성수건을 자세히 검사하였다. 특히 토리노의 성수의와의 연관성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그는 역사성, 법의학성, 혈액화학성 및 얼룩의 패턴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오비에도의 성수건과 토리노의 성수의는 같은 시기에 같은 사람에게 사용된 것이 틀림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오비에도 성수건의 붉은 얼룩을 조사한 결과 피가 묻었던 자국이 분명하며 분석결과 AB형이 틀림없을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성수건에서는 극히 미미하지만 꽃가루(花粉)이 검출되었는데 이는 토리노의 성수의에서 발견한 화분과 같은 종류의 것이라는 것도 밝혀졌다.

 

성수건을 간직하고 있는 오비에도의 구주대성당과 오비에도 자치도시 섭정 기념상

 

기왕에 화분(Pollen) 얘기가 나와서 몇 마디를 덧붙이자면, 토리노의 성수의와 오비에도의 성수건에서 모두 아주 작은 양이지만 꽃가루가 검출되었는데 이는 아마도 가시면류관을 씌울 때에 나뭇가지에서 이마에 묻었던 것이 나중에 수의로 옮겨 묻은 것이 아니겠느냐는 추측이다. 아무튼 수의와 수건에서 화분이 나왔기 때문에 검사해보니 서로 종류가 같은 것으로서 3월이나 4월에 꽃피는 군델리아 투르네포르티(Gundelia trounefortii)라는 나무로서 예루살렘 주변지역에 자생하는 것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그러므로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것이 3월이나 4월인 것이 거의 확실시되며 오늘날 교회에서 부활절을 3월말이나 4월초에 지키는 것도 이에 부합하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오 놀라운 과학의 힘이여! 별것을 다 알아 내도다!

 

오비에도 대성당. 무덤에서 예수의 얼굴을 싸맸던 수건을 간직하고 있다. 수건에는 예수의 얼굴 모습이 프린트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 시기가 언제였느냐는 것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한 것이다. 봄에 피는 꽃나무이지만 그것이 1세기에 있었던 꽃나무였는지 또는 7세기의 것이었는지는 알수 없었다는 얘기다. 사실상 1998년에 수행된 또 다른 분석에 의하면 오비에도의 성수건은 7세기의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또한 수의나 수건에 묻어 있다는 화분에 대하여도 이견이 만만치 않았다. 어떤 학자들은 수건이나 수의가 기독교 초기(1-2세가)에는 교인들도 많지 않았으므로 공개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더구나 어떤 사람들은 감격한 나머지 수의나 수건에 손을 대고 입맞춤을 하기까지 했을 것이므로 그런 과정에서 꽃가루 및 박테리아가 옮겨졌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주장이었다. 수의에 묻어 있는 꽃가루와 수건에 묻어 있는 꽃가루가 일치한다는 것은 어떤 극성스러운 한 사람이 순례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이젠 그만 좀 잡고 있으시오’라고 말할 때까지 그냥 잡고 있었던 것을 의미한다는 설명이었다.

 

외부에서 본 오비에도의 구세주대성당의 보물실(Holy chamber:  Camara Sancta). 이곳에 성수건(수다리움)이 보관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