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성물들/성배를 찾아서

성배(聖杯)를 찾아서

정준극 2009. 11. 6. 08:00

성배(聖杯)를 찾아서

Holy Grail

 

성배는 예수 그리스도가 제자들과 가졌던 최후의 만찬에서 사용했던 그릇, 특히 포도주를 담았다고 하는 잔을 말한다. 아리마대의 요셉이 십자가에 달린 예수의 옆구리에서 흘러나온 피를 받아 담은 그릇도 성배라고 부른다. 최후의 만찬에서 사용했던 잔(그릇)과 십자가에서 예수가 흘린 피를 담은 잔이 같은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성배는 기독교에서 십자가 다음으로 가장 신성시되는 성물이다. 그래서인지 역사상 수많은 예술가와 학자들이 성배를 주제로 한 작품을 내놓았다. 거의 모든 예술작품들이 성배가 신비한 전설과 함께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그려 놓았다. 가장 잘 알려진 성배의 전설은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에 대한 것이다. 원탁의 기사들인 퍼시발(Percival: 파르지팔), 갈라하드(Galahad), 보르스(Bors)가 성배를 찾아 헤매다가 드디어 ‘성배의 성’에서 성배를 찾아 거룩하게 된다는 스토리이다. 갈라하드는 원탁의 기사중의 하나인 랜스롯(Lancelot)의 아들이라고 한다. 퍼시발의 아들 중 하나는 백조의 기사로 유명한 로엔그린이라고 한다.

 

Anthony Frederick Sandys 작품 '막달라 마리아'. 델아웨어 미술관 소장. 혹자는 막달라 마리아가 들고 있는 것이 향유를 담았더 병이라고하며 또 혹자는 최후의 만찬에서 사용했던 포도주 잔이라고 말한다.

 

성배는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것인데 어찌하여 영국에서 가장 그럴듯한 전설들이 생겨나게 되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아리마대의 요셉이 성배를 영국으로 보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느날 아리마대 요셉이 예수의 영혼으로부터 성배를 받았으며 이를 제자들을 통해 영국에 보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에는 본인이 직접 영국으로 건너가 성배를 지킬 수호단(성배기사단)을 결성했다고 한다. 성배수호단의 혈통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아리마대 요셉은 최초의 영국 주교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한 성배에 얽힌 전설은 과연 어떤 것인지, 성배는 현재 어디에 있는지, 과연 신비한 능력이 있는지 등에 대하여 살펴보자. 성배는 영어로 Holy Chalice라고도 하고 Holy Grail이라고도 한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하여도 알아보자.

 

갈라하드경이 파르지팔, 보르스와 함께 마침내 성배를 찾아 경배하고 있는 장면

 

영국의 전설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아서왕에 대한 전설이다. 아서왕이 바위에서 엑스칼리버를 꺼내어 왕이 되어 영국의 통일을 이룩하였으며 아름다운 귀느비에와 결혼한다는 얘기는 삼척동자까지도 잘 아는 얘기이다. 이어 원탁의 기사인 랜스롯(Lancelot)경과 왕비 귀느비에와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고결한 갈라하드(Galahad)경의 모험, 그리고 저 유명한 퍼시발이 성배를 찾기 위한 여행담은 언제나 들어도 흥미만점의 스토리이다. 아서왕의 전설은 중세 음유시인들이 가장 애호하는 주제였다. 그래서 아서왕의 전설은 음유시인(트로바도르)에 의해 유럽의 여러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구전이었을 뿐이었다. 아서왕의 전설이 소설로서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2세기에 로베르 드 보롱(Robert de Boron)이 성배의 전설에 대하여 쓴 Joseph d'Arimathie(아리마대의 요셉)이다. 이 소설에서 저자는 요셉이 예수의 영혼으로부터 성배를 받아 이를 제자들과 함께 영국으로 가져갔다는 얘기를 적었다. 그리고 성배기사단이 조직되어 성배를 비밀스럽게 간직하여 왔으며 오늘날에도(12세기) 그 기사단의 후손들이 성배를 지키고 있다는 얘기였다. 성배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얘기는 아서왕의 전설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그 이야기는 프랑스 트로예(Troyes) 출신이라고 생각되는 슈레티앙(Chretien)이 쓴 Perceval, le Conte du Graal(프르스발, 성배 이야기)에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등장했다.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가 원탁의 가운데에 환상으로 나타난 성배의 모습을 보고 감격해 하고 있다. 원탁의 기사는 25명.

 

성배의 전설의 원천은 어디인가? 수많은 역사학자들 또는 예술가들이 이 문제를 풀기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처음에 알려지게 된 것은 중세 음유시인들에 의해서였다. 성배의 이야기는 대부분 로맨틱한 사랑이야기와 결부되었다. 그래야 궁정의 귀부인들이 넋을 놓고 귀를 기울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성배의 이야기는 기독교가 형성되기 이전에 이미 나와 있던 것이라고 한다. 고대 유럽의 몇몇 지역에서 나타났던 전설 따라 삼천리와 같은 민화로서 사랑과 모험을 주제로 한 것이었다. 이것이 아서왕의 전설과 연결되어 새로운 옷감으로 짜여 졌고 이것이 다시 성스러운 잔에 대한 전설과 얽혀서 오늘날의 성배 이야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갈라하드, 퍼시발, 보르스가 성배를 찾아 경배하고 있는 장면. 성배의 순수성을 상징하는 백합이 피어있고 성령의 인도를 받는다는 의미로 비둘가가 그려져 있다.

 

성배에 대한 이야기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내용이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성배를 소유할 수 있는 기사(영웅)는 그만한 자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용맹해도 순수한 성품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성배를 지키고 소유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퍼시발이 처음에 성배를 보았을 때에는 모든 면에서 성숙하지 못하여 자기의 운명을 성취할수 없었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이다. 중세 후기의 성배 이야기에서는 성배가 하나님의 은혜의 상징이었다. 모든 사람에게 나타날 수 있지만 마음에 준비가 된 순수하고 경건한 사람만이 진정으로 성배를 볼수 있다는 것이다. 갈라하드(Galahad)가 대표적이다.

 

스페인의 '바위 속의 성당'이 성배를 간직하고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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