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성물들/성배를 찾아서

현대 속의 성배 이야기

정준극 2009. 11. 6. 08:34

[현대판 성배 전설]

 

'다 빈치 코드' 영화 포스터

 

유럽에서는 19세기에 성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대표적인 경우는 알프레드 테니슨 경(Lord Alfred Tennyson)이 쓴 Idylls of the King(아서왕 시집)이다. 아서왕 이후의 성배의 행방과 모험에 대한 스토리를 엮은 것이다. 또 하나 대표적인 작품은 바그너의 오페라 Parsifal(파르지팔)이다. 바그너의 파르지팔은 전통적인 성배 전설과는 다른 새로운 주제로 엮어졌다. 성배를 여인의 수태와 연관지은 것이다. 성배에서는 주기적으로 피가 흘러나오는데 이것은 여성의 생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생리를 한다는 것은 곧 임신을 할수 있고 후손을 생산할수 있다는 방향으로 연관지었다.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Dante Gabriel Rossetti)의 작품은 성배에 대한 새로운 주제를 시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림의 여인은 한손에 성배를 들고 있고 다른 손으로는 축복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치 수태를 받아들이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성배를 들고 있는 막달라 마리아. 머리 위에는 성령의 비둘기가 날고 있다.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작품.

 

성배는 영화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처음에 나온 것은 무성영화인 Parsifal(파르지팔)이었다. 1922년에는 The Light of Faith(신앙의 빛)이 나왔다. 론 샤니(Lon Chaney)가 성배를 훔치려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토마스 코스테인(Thomas Costain)이 쓴 소설 The Silver Chalice(은성배)는 1954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 폴 뉴만(Paul Newman)의 데뷔작이었다. 1974년에 나온 Lancelot du Lac(호수의 랜슬롯)은 명우 로버트 브레슨(Robert Bresson)의 불굴의 작품이었다. 1975년의 Monty Python and the Holy Grail(몬티 파이톤과 성배)는 아서왕의 전설에 대한 그동안의 전설들을 집대성한 것과 같았다. 로버트 테일러와 멜 화라가 주연한 Knights of the Round Table(원탁의 기사: 1953)에서는 파르지팔이 성배로부터 랜슬롯의 아들 갈라하드가 가장 위대한 기사가 될것이라는 예언을 듣는다. Excalibur(엑스칼리버)에서는 아서왕이 환상중에 성배를 보며 성배의 신비한 능력으로 병고침을 받고 또한 황폐화된 그의 영토가 비옥하게 된다는 내용이 전개된다. Indiana Jones and the Last Crusade(인디아나 존스와 마지막 십자군)은 성배를 찾아 떠나는 모험을 현대적 세팅에서 다룬 작품이었다.

 

영화 '원탁의 기사' 포스터. 로버트 테일러(랜스롯경), 멜 화라(아서왕), 에바 가드너(귀네비어 왕비)

 

성배는 환상적인 작품이나 역사픽션 또는 과학픽션의 주제로 사용되어 왔다. 백년전쟁을 배경으로 한 버나드 콘웰(Bernard Cornwell)의 작품 The Grail Quest(성배를 찾아서)는 대표적이다. 마이클 무처코크(Michale Moorcock)의 환상소설 The War Hound and the World's Pain(전쟁광과 고통당하는 세계)는 30년 전쟁을 배경으로 신비의 성배를 찾아나서는 모험을 그린 작품이다. 1968년의 사뮈엘 들레이니(Samuel Delany)의 공상과학 소설인 Nova(노바)는 우주공간에서 성배를 찾아 떠나는 모험을 그린 것이다. TV쇼인 Babylon 5(바벨론 5)와 Stargate SG-1(스타게이트 성배 1)은 성배를 주제로 한 공상과학적인 작품이다. 마리온 침머 브래들리(Marion Zimmer Bradley)의 The Mists of Avalon(아발론의 안개)은 성배를 4원소의 하나로 상징한 작품이다. 즉, 성배는 물을 상징하며 엑스칼리버는 불을, 최후의 만찬 때에 사용한 접시는 흙을, 예수의 옆구리를 찌른 창이나 예수를 기둥에 묶고 때린 몽둥이는 바람을 상징하는 것으로 표현했다. 피터 데이빗(Peter David)의 3부작 Knight(기사)에서는 아서왕이 현대의 뉴욕에 나타나 활동하는 내용이다. 아서왕에 대한 전설은 현대에도 여러 작가들의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 예를 들면 챨스 윌리엄스(Charles Williams)의 소설 War in Heaven(천국전쟁), 그리고 그의 시집인 Region of the Summer Stars(여름 별들의 지역)은 아서왕이 현대에 등장하는 작품이다. 여류작가인 로잘린드 마일스(Rosalind Miles)의 Child of the Holy Grail(성배의 아이) 역시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의 2000년 소설인 Baudolino(바우돌리노)에서 성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이 성배의 환영이 나타남을 보고 감격해 하는 그림

 

[넌 픽션]

성배이야기를 비소설적이면서도 소설처럼 다룬 작품들도 많이 나와 있다. 이런 작품에서는 성배를 역사적 배경에서 해석하여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경우에는 심리학자들이 정신분석학에 사용하기 위해 성배이야기를 해석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유명한 심리학자인 엠마 융(Emma Jung)과 마리-루이스 폰 프란츠(Marie-Louise von Franz)이다. 이들은 공저인 The Gail Legend(성배의 전설)에서 성배를 설명함에 있어서 정신분석학적 방법을 사용하였다. 어떤 작품들은 성배가 어떤 음모이론에 연루되거나 비교적(秘敎的)인 의미를 지닌 것으로 해석하였다. 그레이엄 핸코크(Graham Hancock)는 성배이야기가 성궤에 간직되어 있는 석판으로 된 언약판에 암호로 기재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Holy Blood, Holy Garil(보혈, 성배)의 저자들은 여러 역사적인 사실을 들면서 예수가 십자가에서 운명하지 않고 살아서 나중에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하며 이들에게서 태어난 후손들이 오늘날 메로빙(Meroving) 왕조를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배가 예수의 혈통을 받아들이는 그릇으로서 막달라 마리아 자신을 뜻하는 것이라고 내세웠다.

 

성배가 간직되어 있었다고 하는 스코틀랜드의 로슬린 채플

 

이런 아이디어는 현대작가들에게도 영감을 주었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댄 브라운(Dan Brwon)의 베스트셀러 소설인 The Da Vinci Code(다빈치 코드)이다. 이에 의하면 성배는 단순히 포도주를 담아 마신 술잔이 아니라 예수와 결혼한 막달라 마리아의 자궁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다빈치 코드’에서는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면보다는 하나의 인간으로서 삶의 기쁨과 고뇌를 한꺼번에 경험하며 살았음을 강조하였다. 이어 댄 브라운은 성배가 원래는 스코틀랜드의 로슬린 채플(Rosslyn Chapel)에 있었으나 성배수호자들이 최근에 이를 파리의 루브르박물관 마당에 설치한 작은 피라밋 아래의 비밀의 방에 감추어 두었다고 주장했다. 루브르박물관 측은 댄 브라운의 소설로 인하여 유리 피라밋의 지하가 성배의 장소로 인식되는 바람에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게 되었으나 일부 광신적인 사람, 또는 무모한 절도범들이 루브르의 피라밋을 마치 카이로의 피라밋으로 간주하여 지하를 파서 있지도 않은 성배를 훔치려고 하기 때문에 안되겠다 싶어서 실제로 피라밋의 바닥을 깊이 파 보았으나 당연히 아무것도 찾지 못하였고 그 자리에 그런 내용을 써서 붙여 놓아 절대로 오해가 없도록 해 놓았다.

 

루브르 박물관의 거대한 유리 피라밋 지하에 비밀의 방이 있으며 그곳에 있는 역피라미드 속에 성배가 감추어져 있다는 댄 브라운의 주장에 따라 그 아래를 세밀하게 조사하였으나 비밀스런 방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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