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성물들/성배를 찾아서

슈레티앙과 드 보롱

정준극 2009. 11. 6. 08:06

[초기 문학작품에 나타난 성배]

Beginning in Literature

 

- 트로예의 슈레티앙(Chretien de Troyes)

‘퍼시발, 성배 이야기’를 쓴 트로예의 슈레티앙은 그가 이 스토리를 쓰게 된 것은 그의 파트론인 플란더스의 필립백작이 준 한권의 책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산문시가 들어있는 그 책은 1180-1191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내용은, 기사 퍼시발이 피셔왕의 마법의 저택에서 식사를 하는 중에 밖에서 젊은이들이 어떤 신비스런 물건들을 이방에서 저방으로 계속 옮기는 장면을 보았다고 한다. 젊은이들은 마치 식사 중에 음식접시를 차례로 가져오는 것처럼 무슨 물건들을 차례로 옮기고 있었다는 것이다. 퍼시발은 처음에는 피가 흘러내리는 창을 보았고 그 다음에는 두명의 소년이 가지촛대를 옮기는 것을 보았으며 마지막으로는 어떤 아름다운 소녀가 화려하게 장식한 접시(Un graal, 또는 술잔)를 옮기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스코틀랜드 킬모어(Kilmore) 교회에 있는 스테인드 글라스.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가 다정하게 함께 있는 모습니다.  

 

저자인 슈레티앙은 아름다운 소녀가 옮기는 물건을 un graal이라고 표현했다. graal이라는 단어는 중세 초기의 성배에 관한 저서에서도 자주 사용한 것이다. 슈레티앙에게 있어서 grail은 널찍하고 조금 깊숙한 접시를 의미했다. 상당히 큰 국그릇 같은 것을 말했다. 이런 그릇에는 보통 연어나 정어리 또는 장어요리를 넣어 서브한다. 그런데 그런 그릇에 실제로는 얇은 과자(웨이퍼) 한 개를 담았다는 것이다. 웨이퍼 과자는 마치 오늘날 성만찬식에서 사용하는 성체(聖體: 또는 祭餠)와 같은 것이었다. 피셔왕의 불구가된 아버지에게 따로 드리기 위해서 준비한 식사라는 것이다. 식사중에 이상한 광경을 목도한 퍼시발은 옆 사람들에게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고자 했으나 옆사람들은 ‘잠자코 식사나 하라’면서 오히려 주의를 주었다고 한다. 퍼시발은 아무 말도 못하고 조용히 식사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 퍼시발은 만일 어제 저녁에 자기가 올바른 질문만 했더라면 어떤 사정이었는지를 알게 되어 혹시라도 피셔왕의 불구가 된 아버지를 고칠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부상당한 왕이 신비스럽게도 금식하는 이야기는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성만찬에서 사용하는 제병만을 먹고 연명하였으며 결국은 병고침을 당한 이야기는 많이 있다. 현실에 있어서도 제노아의 성캐서린은 음식을 먹지 않고 제병만을 섭취하며 살았다. 슈레티앙이 강조코자 한 것은 아마도 성체(제병)가 성만찬 의식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맡으며 성배 자체는 아니라는 것이라고 해석할수 있다.

 

랜스롯 경과 귀느비에 왕비

 

- 로베르 드 보롱(Robert de Boron)

성배에 대한 스토리를 처음 책으로 펴내어 이후의 성배문학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사람은 슈레티앙이지만 그러나 진실로 성배다운 스토리를 쓴 사람은 로베르 드 보롱이었다. 드 보롱은 1191-1202에 완성한 그의 저서 Joseph d'Arimathie(아리마대의 요셉)에서 아리마대의 요셉이 예수가 최후의 만찬에서 사용했던 잔(Chalice)을 구하여 그것으로 십자가에서 예수가 흘린 피를 받아 담았다는 것이다. 아리마대의 요셉은 빌라도의 허락을 받아 예수를 장사지낸 사람이다. 유태인들은 자가들이 죄인으로 몰아 십자가에 매달아 죽인 예수를 아리마대의 요셉이 로마총독에게 부탁하여 시체를 받아다가 자기가 쓰려고 마련한 새 무덤에 장사를 지내자 극도로 기분이 나빴다. 결국 아리마대의 요셉은 예수를 지나치게 옹호하고 지원했다는 명목으로 다음날 아침에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한 때에 예수가 감옥으로 요셉을 찾아와 성배가 축복을 받았음을 말하고 성배의 신비함에 대하여 설명해 주었다는 것이다. 얼마후 요셉은 석방되었으며 그의 친척들과 추종자들을 모아 서쪽으로 떠났다. 막달라 마리아도 아리마대의 요셉과 함께 배를 타고 서쪽으로 떠났다고 한다. 아리마대의 요셉은 서쪽 지방에서 성배를 수호할 왕조를 창설하였는데 프르스발(파르지팔)은 바로 요셉이 설립한 왕조의 후예라는 것이었다. 아리마대의 요셉은 유태인의 왕족이었기 때문에 그의 후손이라는 파르지팔도 왕족으로서의 권위를 지녔다는 설명이다.

 

밀라노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수도원의 벽에 그려져 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1498년. 

 

[성배문학의 두 그룹]

세월이 지남에 따라 성배문학은 두 그룹으로 나뉘게 되었다. 첫째는 아서왕의 기사들이 성배의 성을 찾아가 마침내 성배를 찾는다는 내용이며 둘째는 아리마대의 요셉 이후에 벌어진 성배의 역사에 대한 내용이다. 첫 번째 그룹에 속한 작품으로서는 다음 아홉 개 작품이 대표적이다.

 

- 슈레티앙의 Perceval, le Conte du Graal(성배이야기)

- 슈레티앙의 서사시를 기본으로 한 네 개의 속편 소설(저자 미상)

- 독일의 볼프람 폰 에센바흐가 쓴 Parzival. 드 보롱의 성스러운 내용을 슈레티앙의 스토리에 적용하였다.

- 디도(Didot)의 Perceval. 디도는 이 작품의 소유자일뿐이며 작자는 미상이지만 드 보롱이 쓴 Joseph d'Arimathie(아리마대의 요셉)의 후편이다.

- 웰스의 소설인 Peredur(로마시대의 영국인들). 슈레티앙의 내용을 참고하였으나 기독교 이전의 켈트 민화를 더욱 많이 참고하였다.

- 독일어로 된 Diu Crone(The Crown). 퍼시발이 아니라 가웨인(Gawain)이 성배를 찾는다는 내용이다.

- Perlesvaus라는 소설은 성배를 다루기는 했지만 일반적인 성배 이야기와는 전혀 내용이 다르다.

- Lancelot(랜스롯)은 속어로 쓴 소설로서 갈라하드를 성배의 영웅으로 그렸다.

- Queste del Saint Graal(성배를 찾아서) 역시 갈라하드가 성배를 찾기까지의 모험을 그렸다.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이야기도 성배의 전설을 기본으로 한 것이라고 한다.

 

두 번째 그룹에 속한 대표적인 작품은 다음과 같다.

- 로베르 드 보롱의 Joseph d'Arimathie(아리마데의 요셉)

- Estoire del Saint Graal은 성배를 찾은 갈라하드의 모험을 그린 것으로 ‘랜스롯’이나 ‘성배를 찾아서’보다 나중에 나왔다.

 

아리마대의 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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