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성물들/성배를 찾아서

갈라하드(Galahad)는 누구?

정준극 2009. 11. 9. 18:34

갈라하드(Galahad)는 누구?

성배를 찾은 후 승천한 기사

 

갈라하드경(Sir Galahad)은 아서왕의 원탁의 기사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아서왕의 전설에서 성배를 찾아 경배한 세 사람 중의 하나이다. 갈라하드는 랜스롯경과 엘레인(Elaine)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갈라하드는 용감함과 순수함의 대명사이다. 갈라하드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며 오로지 성배에 대한 진리만을 추구한다. 그는 평생을 금욕주의로서 고행을 감당하여 살아간다. 갈라하드는 가장 이상적인 중세의 기사이다. 아서왕의 전설에서는 갈라하드는 기사로 화신한 예수 그리스도로 되어 있을 정도이다. 갈라하드는 문학작품에 처음 등장한 것은 랜스롯-성배 전설을 엮은 작품에서이다. 토마스 말로리경(Sir Thomas Malory)의 유명한 작품인 ‘아서왕의 죽음’(Le Morte d'Arthur)에는 거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성배를 찾아 감격해 하는 갈라하드, 보르스, 퍼시발

 

갈라하드는 어떻게 태어났는가? 성배의 왕인 펠레스(Pelles)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다. 엘레인(Elaine)이다. 엘레인은 원탁의 기사인 랜스롯경을 사모하였다. 그러나 랜스롯경은 아서왕의 왕비인 귀네비어(Guinevere)를 마음에서 잊지 못하고 있다. 어느날, 엘레인은 마법의 힘을 빌어 귀네비어의 모습으로 변하여 랜스롯에게 접근한다. 두 사람은 하루 밤을 함께 지낸다. 그러나 나중에 사실을 알게된 랜스롯은 엘레인을 버리고 아서왕의 궁전으로 떠난다. 세월이 되어 갈라하드가 태어난다. 비밀스럽게 태어난 갈라하드는 어느 수녀원에서 엘레인의 고모할머니가 키운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의 이름은 랜스롯이었으나 나중에 갈라하드로 바꾸었다. 갈라하드의 존재를 알고 있는 마법사 멀린(Merlin)은 갈라하드가 아버지 랜스롯보다 더 용감하고 순수한 기사가 되어 결국은 모든 기사의 가장 위대한 꿈인 성배를 찾아 경배할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아서왕의 전설을 다룬 문학에서 또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갈라하드의 외할아버지, 즉 성배의 왕인 펠레스가 아리마대 요셉의 매형인 브론(Bron)의 후손이라는 것이다. 후손이 없었던 아리마대 요셉은 브론에게 성배를 수호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갈라하드가 가웨인의 권유로 원탁의 기사에 동참하는 장면 

 

청년이 된 갈라하드는 아버지 랜스롯과 처음으로 만난다. 랜스롯은 훌륭한 청년으로 자란 갈라하드를 보고 감격하여 아들에게 기사의 작위를 수여한다. 기사의 작위를 줄수 있는 것은 왕만이 할수 있다. 랜스롯은 왕이 아닌데도 갈라하드에게 기사의 작위를 수여하였다. 그만큼 권위를 가지고 있었으며 아울러 그만큼 아들 랜스롯을 사랑했던 것이다. 랜스롯과 갈라하드는 카멜롯(Camelot)에 있는 아서왕의 궁전으로 간다. 성령강림절(오순절)이었다. 갈라하드는 원탁의 기사들이 모여 있는 방으로 들어간다. 마침 비어있는 자리가 하나 있다. 청년 갈라하드는 무심코 그 자리에 앉는다. 그 자리는 성배를 찾을 기사만이 앉을수 있는 자리로서 평소에는 감히 아무도 앉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만일 함부로 그 자리에 앉았다가는 처형을 당하는 것이 당연했다. 아서왕은 이 청년의 놀라운 행동에 깊은 감명을 받아 갈라하드에게 몇가지 테스트를 한다. 그중 하나는 바위에 꽂혀 있는 칼을 꺼내는 것이었다. 갈라하드는 모든 기사들이 보는 가운데 바위에 꽂혀 있는 칼을 쉽게 꺼낸다. 아서왕은 즉시 갈라하드를 원탁의 기사로 임명하고 그를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기사라고 선언한다. 갈라하드가 정식으로 원탁의 기사의 자리에 앉자 테이블 가운데에 성배의 형상이 나타난다. 이로부터 갈라하드는 성배를 찾는 모험을 시작한다.

 

성배를 찾아 모험에 나선 갈라하드 Watts 작품.

 

토마스 말로리경(Sir Thomas Malory)의 ‘아서왕의 죽음’(Le Morte d'Arthur)에는 갈라하드가 비견할수 없이 용감한 기사로 묘사되어 있다. 그에게 대적하는 모든 상대는 패배를 당하고 만다. 갈라하드는 수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마침내 성배의 성(城)을 찾아낸다. 말로리경은 갈라하드가 기적적으로 성배를 찾은 것은 행운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그의 한없는 순수함(Purity)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순수함은 순결과 같은 뜻이다. 갈라하드는 마치 예수처럼 평생을 죄없이 순결하게 살았다. 다른 기사들의 생활과는 완전히 달랐다. 갈라하드의 순수성을 나타내는 글로서는 알프레드 테니슨경(Lord Alfred Tennyson)의 ‘갈라하드경’(Sir Galahad)이라는 시가 있다. 그 첫머리를 소개하면, “My good blade carves the casques of men, My tough lance thrusteth sure, My strength is as the strength of ten, Because my heart is pure”이다. 용감한 힘은 순수한 마음에서 생긴다는 것이다.

 

알프레드 테니슨. George Frederick Watts 작품

 

갈라하드는 아무런 죄를 짓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행동은 일반 사람들과 달랐다. 앞을 가로막는 라이벌들을 만나면 힘들이지 않고 퇴치하였다. 갈라하드는 말수가 적었다. 기도를 드리는 일처럼 꼭 필요한 경우에만 입을 열었다. 성배의 성을 찾아 험한 산길을 갈 때에는 언제나 일행인 퍼시발이나 보르스보다도 앞장섰다. 그래서 결국은 성배를 찾는 일도 홀로 먼저 이룩하였다. 갈라하드는 성배를 찾자 마치 구약시대의 에녹(Enoch)이나 엘리야(Elijah), 그리고 부활하신 예수처럼 하늘로 들림을 받아 올라갔다. 예수께서 승천할 때에 제자들을 뒤에 두고 승천한 것과 마찬가지로 갈라하드도 동료 기사들을 뒤로하고 승천하였다.

 

예수의 승천. 16세기 가로팔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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