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성물들/성배를 찾아서

랜스롯(Lancelot)은 누구?

정준극 2009. 11. 9. 18:36

랜스롯(Lancelot du Lac)은 누구?

갈라하드의 아버지

 

랜스롯이 귀네비어 왕비를 보호하고 있는 그림. 허버트 제임스 드레이퍼(Herbert James Draper)작품.

 

랜스롯이 누구인지는 자세한 설명이 필요 없다. 영국에서 너무 잘 알려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전설에서든지, 소설에서든지, 또는 최근의 영화에서든지 랜스롯은 누구보다도 인기를 끌고 있는 주역이다. 랜스롯은 아서왕의 원탁의 기사 중의 한 사람이다. 아서왕의 원탁의 기사는 25명이라고 한다. 그중에서 랜스롯은 랭킹으로 세 번째로 묘사되고 있다. 의리의 거웨인(Gawain)과 노장 에릭(Erec)에 이어 세 번째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랜스롯을 원탁의 기사 중에서 첫 번째 기사로 보고 있다. 왕족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성배의 기사 갈라하드이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랜스롯은 벤위크(Benwick)왕국의 왕자였다. 전설 속의 왕국이기 때문에 실제로 어딘지는 정확치 않다. 프랑스의 어느 지방이라고 한다. 랜스롯은 용감하며 용모가 준수했다. 그래서 귀부인들로부터 인기가 많았다. 랜스롯은 아서왕을 도와 영국의 통일을 이룩한 가장 훌륭한 기사였지만 그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스토리는 귀네비어(Guinevere) 왕비와의 로맨스였다. 랜스롯은 우연한 기회에 아서왕과 결혼하기 위해 카멜롯(Camelot)으로 가던 귀네비에가 아서왕의 반대파들의 공격을 받아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용감하게 돌진하여 귀네비에를 구출한 일이 있다. 그로부터 아서왕은 랜스롯을 크게 신임하여 그를 귀네비에 왕비의 챔피온(수호기사)으로 임명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하여 랜스롯과 귀네비에는 가깝게 지내게 되지만 두 사람은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운명적으로 아름다운 사랑의 감정이 싹트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두 사람 모두 이룰수 없는 이상한 인연의 사랑으로 인하여 번민의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랜스롯은 끝내 아서왕에 대한 충성심을 저버리지 않았다. 랜스롯은 귀네비에에 대한 순수한 사랑과 아서왕에 대한 충성심을 성배를 찾는 위대한 사명으로 승화시킨다.

 

귀네비어 왕비. 윌리엄 모리스 작품

 

랜스롯은 프랑스에 있는 벤위크(Benwick)왕국의 반(Ban)왕의 아들이라고 한다. 웰스의 오랜 전설에서는 웰스의 영웅 루크 렌리그(Llwch Llenlleawg: 발음이 정확한지 모르겠음: Llwch of the Striking Hand)가 바로 랜스롯이라는 주장도 있다. 랜스롯은 웰스를 대표하는 영웅으로서 그만을 위한 전설이 생겨났지만 나중에는 아서왕의 전설에 합류하게 되어 그 이후로부터는 아서왕의 원탁의 기사로서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 랜스롯이 아직 어린 아기였을 때 아버지 반은 원수인 클라우다스 드 라 데서트(Claudas de la Deserte)가 침공해 오는 바람에 왕비 엘레인과 함께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 한편, 어린 랜스롯은 물의 요정들이 몰래 데리고 가서 기른다. 일설에는 어머니 엘레인이 랜스롯을 데리고 떠났지만 남편의 상처를 보살피느라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중에 호수의 부인(Lady du Lac)이 나타나 랜스롯을 데리고 가서 길렀다고 한다. 그래서 랜스롯의 이름에 du Lac(호수의)라는 명칭이 들어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랜스롯의 어머니의 이름도 엘레인이지만 랜스롯과 잠자리를 같이하여 갈라하드를 낳은 여인의 이름도 엘레인이다.]

 

호수의 부인은 랜스롯이 장성하자 그를 아서왕의 궁전으로 보낸다. 랜스롯은 가웨인경의 권고로 기사가 된다. 랜스롯은 아서왕의 궁전에 도착하자마자 왕비인 귀네비에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일설에는 아서왕과 결혼하기 위해 캬멜롯으로 가던 귀네비에를 아서왕의 반대파가 납치를 하려 했는데 랜스롯이 우연이 그 자리를 지나다가 귀네비에를 악당들의 손으로부터 구출해 냈다고도 한다. 그러나 랜스롯이 호수의 부인의 주장으로 캬멜롯에 먼저 갔으며 그곳에서 귀네비에 왕비를 만나게 되었다는 설이 더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하여 랜스롯이 랜스롯의 첫 번째 사명은 아서왕의 원수인 멜리간(Meleagant)으로부터 귀네비에를 구출하는 것이었다.

 

랜스롯이 아서왕의 무덤에서 마지막으로 귀네비어 왕비를 만나고 있다.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작품

 

켈트족의 전설에는 비슷한 스토리가 있다. 어떤 신비한 이방인이 어떤 부인을 납치하는데 남편이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부인을 되찾아 온다는 스토리이다. 랜스롯이 귀네비에 왕비를 구출하는 스토리도 실상은 켈트의 전설이 변형된 것이 아니겠느냐는 얘기이다. 랜스롯과 귀네비에의 위험한 로맨스는 아서왕의 분노를 산다. 랜스롯은 ‘슬픔의 수호자’(Dolorus Guard)라는 이름을 받고 멀리 추방되어 떠난다. 랜스롯은 카퍼(구리)기사가 지키는 성을 지나야만 했다. 이 성을 지나가려면 세 번에 걸친 결투를 거쳐야 했다. 처음에는 열명의 기사와 결투하여 물리쳐야하며 두 번째에도 열명의 기사와 또 다시 결투를 해야 하고 마지막에는 구리의 기사와 대결해야 하는 것이다. 랜스롯은 그를 키운 호수의 부인의 도움을 받아 스므명의 기사들을 차례로 물리친다. 이를 본 구리의 기사가 겁에 질려 도망친다. 마을사람들은 랜스롯을 어떤 무덤으로 안내한다. 랜스롯은 무덤에서 철판을 발견한다. 철판에는 ‘누구든지 이 철판을 들어내는 사람은 그 안에 그의 이름이 적혀 있다’고 되어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랜스롯은 ‘하얀 기사’(White Knight)로만 알려져 있었다. 랜스롯이 그때까지 아무도 들지 못했던 철판을 들어내자 그 안에 랜스롯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랜스롯은 ‘슬픔의 수호자’에서 ‘기쁨의 수호자’(Joyous Guard)가 된다.

 

얼마후 아서왕은 원수인 게일오트(Galehaut)와 전투를 벌이게 된다. 랜스롯은 게일오트와 친구가 되어 그를 설득하여 아서왕에게 평화스럽게 항복하도록 만든다. 아서왕은 이를 고맙게 여겨 랜스롯을 원탁의 기사로 임명한다. 그러는 중에 원래 심성이 고약한 게일오트는 아서왕에 대한 감정이 남아 있어서 귀네비에왕비가 랜스롯을 다시 좋아하게 만들어 아서왕에 대한 복수를 꾸민다. 귀네비에왕비와 랜스롯은 게일오트의 성에서 밀회키로 되어 있다. 그러나 랜스롯은 게일오트의 성으로 가지 않고 아서왕의 원탁으로 돌아가서 자기의 충성심을 확인한다. 훗날, 랜스롯은 아서왕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 반을 몰아낸 클아우다스를 패배시키고 왕국을 되찾는다. 하지만 랜스롯은 왕으로 머물러 있지 않고 아서왕의 캬멜롯으로 가서 사촌들인 보르스(Bors)와 라이오넬(Lionel)등과 함께 아서왕의 원탁의 기사로서 소임을 다한다.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

 

랜스롯은 아서왕의 원탁의 기사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 된다. 이때 쯤해서 피셔왕의 딸인 엘레인(Elaine)이 랜스롯을 사랑하게 된다. 엘레인을 마법의 힘으로 랜스롯이 자기를 귀네비에 왕비로 착각하도록 만든다. 그렇게 하여 하루밤을 지낸 랜스롯과 엘레인 사이에서는 저 유명한 갈라하드가 태어난다. 다음날 아침,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파악한 랜스롯은 거의 미칠지경이 된다. 랜스롯의 미친 행동을 보다못한 아서왕은 랜스롯을 몇해동안 궁전에서 추방한다. 세월이 흘러 온전하게 된 랜스롯은 다시 캬멜롯으로 돌아온다. 아서왕의 궁전에 돌아온 랜스롯은 퍼시발과 갈라하드와 함께 성배를 찾으러 떠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귀네비에 왕비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이유 때문에 성배를 찾더라도 멀리서밖에 볼수 없게 제약을 받는다. 대신, 랜스롯의 아들인 갈라하드가 랜스롯의 사촌인 보르스, 그리고 펠리노어(Pellinore)왕의 아들인 퍼시발이 성배를 찾는다.

 

영화 '원탁의 기사'에서 랜스롯 역의 로버트 테일러. 이 영화에서는 엘레인이 퍼시발의 여동생으로 되어 있으며 엘레인은 래스롯과 정식으로 결혼하여 갈라하드를 낳지만 일찍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한 모간 르 페이는 아서왕의 누이이며 그의 남편이 모르드레드로 되어 있다.  

 

랜스롯과 귀네비에 왕비의 불륜은 파괴적인 힘이 되어 여러 결과를 낳는다. 가웨인경의 형제들이 죽게 되며 랜스롯과 가웨인은 서로 불편한 관계가 된다. 아서왕의 이복동생인 모르드레드(Mordred)가 아서왕을 배반하여 결국은 아서왕이 죽음을 마지하게 된다. 아서왕이 죽자 귀네비에 왕비는 수녀가 되어 수녀원으로 들어간다. 아서왕의 죽음과 귀네비에가 수녀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랜스롯은 산속으로 들어가 세상과 담을 쌓은 은둔자로서 여생을 참회하는 생활을 한다. 전설에 의하면 랜스롯은 성금요일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모르드레드. H J Ford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