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성물들/성배를 찾아서

아리마대의 요셉(Joseph of Arimathea)은 누구?

정준극 2009. 11. 9. 18:38

아리마대의 요셉(Joseph of Arimathea)은 누구?

전설 속의 성배의 수호자

 

 

아리마대 요셉. 피에트로 페루지노(Petro Perugoni)작품의 일부

 

신약성경 복음서에 나오는 아리마대의 요셉이라는 사람은 생각컨대 신비의 인물이다. 예수의 비밀제자라는 것도 신비하고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자 용감하게 빌라도 총독에게 가서 예수를 장사 지내고자 하니 시체를 달라고 요청한 것도 보통일이 아니다. 그리고 자기가 죽으면 사용하려던 무덤에 예수를 장사지낸 것도 예수를 웬만큼 존경하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또한 부자였다고 한다. 마태복음에 그렇게 적혀 있다. 얼마나 부자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부자라고 되어 있다.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 예수님의 친구들 중에는 부자가 없다. 모두 가난하고 배우지 못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유독 아리마대 요셉만이 부자이다. 예수님의 상류층 제자로서 니고데모도 있지만 그에 대하여는 부자라는 설명이 없다. 예수님은 부자들을 별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래서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우냐 하면 비유로 얘기해서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까지 설명한바 있다. 그렇지만 제자 중에 부자도 있으니까 좋은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리마대 요셉이 부자이기 때문에 하인들을 시켜서 예수의 시체를 십자가에서 내려 세마포로 싸고 돌무덤에 장사를 치루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며칠이라도 예수님의 시체가 십자가에 달려 있을뻔 했다.

 

성경에는 나오지 않지만 전설에 의하면 그는 어떤 로마 군인이 십자가에 달린 예수가 숨을 거두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창으로 옆구리를 찌르자 예수의 몸에서 흘러나온 물과 피를 마침 가지고 있던 잔(성배)에 받아 간직하였다고 한다. 그후 그는 예루살렘에서 유태인들로부터 '당신이 뭔데 왜 예수라는 죄인을 애써서 도와주며 난리인가?'라는 핍박을 받자 어쩔수 없이 예사모(예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사람들과 함께 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건너 다른 나라로 피신하게 되었는데 오늘날의 프랑스에 도착하여 정착하였으며 그후 성배를 가지고 영국으로 가서 그곳에서 성배를 수호하는 조직을 만들어 수세기동안 성배를 수호하였다고 한다. 성배에 대한 전설이 영국에서 유독 활기를 띠게 된 것도 아리마대 요셉의 영국 정착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아리마대 요셉은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로 공인되기 전에 이미 영국에 교회를 설립하였고 영국 최초의 기독교 주교로서 복음을 전하는 활동을 하였고 한다. 아리마대의 요셉에 대한 내용은 신통하게도 4복음서에 모두 기록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마태복음이나 마가복음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은 누가복음이나 요한복음에 기록되지 않는데 아리마대의 요셉에 대하여는 4복음서에 모두 기록되어 있다. 아리마대의 요셉은 유태인 공회(산헤드린)의 의원(자문관)이라는 높은 지위의 인물이며 개인적으로도 부유한 사람이라고 되어 있다. 이제 아리마대의 요셉에 대한 모든 사항을 추적해보자. 우선 복음서에서 그의 이름이 나와 있는 내용부터 살펴보자.

 

6세기경 시리아에서 발견된 성서를 이탈리아의 플로렌스에서 번역한 라불라 성경에 포함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상의 고난 그림.

 

- 마태복음 27:57-61: ‘57 저물었을 때에 아리마대의 부자 요셉이라 하는 사람이 왔으니 그도 예수의 제자라 58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의 시체를 달라하니 이에 빌라도가 내주러 명령하거는 59 요셉이 시체를 가져다가 깨끗한 세마포로 싸서 60 바위 속에 판 자기 새 무덤에 넣어 두고 큰 돌을 굴려 무덤 문에 놓고 가니 61 거기 막달라 마리아와 다른 마리아가 무덤을 향하여 앉았더라’

 

- 마가복음 15:43-47: ‘43 아리마대 사람 요셉이 와서 당돌히 빌라도에게 들어가 예수의 시체를 달라하니 이 사람은 존경 받는 공회원이요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리는 자라 44 빌라도는 예수께서 벌써 죽었을까 하고 이상히 여겨 백부장을 불러 죽은지가 오래냐 묻고 45 백부장에게 알아본 후에 요셉에게 시체를 내주는지라 46 요셉이 세마포를 사서 예수를 내려다가 그것으로 싸서 바위 속에 판 무덤에 넣어 두고 돌을 굴려 무덤 문에 놓으매 47 막달라 마리아와 요세의 어머니 마리아가 예수 둔 곳을 보더라’

 

- 누가복음 23: 50-53: ‘50 공회 의원으로 선하고 의로운 요셉이라 하는 사람이 있으니 51 (그들의 결의와 행사에 찬성하지 아니한 자라) 그는 유대인의 동네 아리마대 사람이요 하나님의 나라(Kingdom of God)를 기다리는 자라 52 그가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의 시체를 달라 하여 53 이를 내려 세마포로 싸고 아직 사람을 장사한 일이 없는 바위에 판 무덤에 넣어 두니’

 

- 요한복음 19:38-42: ‘38 아리마대 사람 요셉은 예수의 제자이나 유대인이 두려워 그것을 숨기더니 이 일 후에 빌라도에게 예수의 시체를 가져가기를 구하매 빌라도가 허락하는지라 이에 가서 예수의 시체를 가져가니라 39 일찍이 예수께 밤에 찾아왔던 니고데모도 몰약(Myrrh)과 침향(알로에) 섞은 것을 백 리트라쯤 가지고 온지라 40 이에 예수의 시체를 가져다가 유대인의 장례법대로 그 향품과 함께 세마포로 쌌더라 41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곳에 동산이 있고 동산 안에 아직 사람을 장사한 일이 없는 새 무덤이 있는지라 42 이 날은 유대인의 준비일이요 또 무덤이 가까운 고로 예수를 거기 두니라’

 

십자가상의 예수의 옆구리를 창으로 찌름. 십자가 아래에는 막달라 마리아로 생각되는 여인이 십자가를 붙잡고 애통하고 있다.

 

학자들의 아리마대 요셉의 행동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고 보고 있다. 자기의 사회적인 체면을 불구하고, 혹시나 당할지도 모르는 위험도 무릅쓴채 세마포를 사서 예수의 시체를 수의처럼 싸고 자기가 사용하려던 새 무덤에 장사 지냈기 때문이다. 자기의 가족이라고 해도 이렇게 까지는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학자들의 주장이었다. 그렇다면 아리마대의 요셉은 예수를 자기의 가족쯤으로 생각했던 것일까? 그보다도 더 중요한 사항은 아리마대 요셉의 이같은 행동이 구약성경 이사야 53:9의 말씀을 실현키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경외서에 그렇게 기록되어 있다.

 

- 이사야 53:9는 ‘그는 강포를 행하지 아니하였고 그의 입에 거짓이 없었으나 그의 무덤이 악인들과 함께 있었으며 그가 죽은 후에 부자와 함께 있었도다’라는 구절이다. ‘강포를 행하지 아니하였고 그의 입에 거짓이 없었다’는 사람은 예수 그리스도를 말한다. 또한 ‘부자와 함께 있었다’는 말은 아리마대 요셉이 부자인 것과 일치하며 ‘악인들과 함께 있었다’는 것은 골고다에서 양 옆에 강도들이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이사야 선지자는 이사야 53장을 통하여 그의 예언의 당사자인 ‘고통 받는 종’이 메시아임을 시사했다. 이사야 53장은 ‘슬픔의 인간’(Man of Sorrows)의 장(章)이라고 부른다.

 

가톨릭, 루터교, 동방정교회, 영국성공회 일부는 아리마대 요셉을 성인으로 숭배하고 있다. 그의 축일은 로마가톨릭에서는 3월 17일이며 동방정교회에서는 7월 31일이다. 정교회는 또한 7월 31일과는 별도로 부활절후 두 번째 주일을 ‘몰약을 받든 사람들의 주일’(Myrrh-bearers Sunday)로 지키며 이때에 아리마대 요셉에 대하여도 기념하고 있다.

 

예수를 장사지냄. 티티안 작품. 예수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아리마대 요셉, 니고데모, 사도 요한, 막달라 마리아, 성모 마리아의 모습은 잘 볼수 있다. 가장 오른쪽이 아리마대 요셉일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