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성물들/성배를 찾아서

아리마대 요셉에 대한 전설의 시작

정준극 2009. 11. 9. 18:40

[아리마대 요셉에 대한 전설의 시작]

 

 

아리마대 요셉과 성배에 대한 전설은 2세기에 들어와서 비로소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리마대 요셉에 대한 이야기는 4복음서에도 나오지만 경외서에도 상당한 내용이 등장한다. 예를 들면 ‘빌라도 행전’(Acts of Pilate)에 나온다. ‘빌라도 행전’에는 ‘니고데모 복음서’(Gospel ofNicodemus)와 ‘요셉 이야기’(Narrative of Joseph)가 첨부되어 있다. 이 두가지 첨부서에 아리마대 요셉에 대한 이야기가 비교적 상당히 나온다. 기독교 초기의 여러 학자들도 복음서에 나와 있지 않은 아리마대 요셉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겨 놓았다. 이레니우스(Irenaeus: 125-189), 히폴리투스(Hyppolytus: 170-236), 테르툴리안(Tertullian: 155-222), 유세비우스(Eusebius: 260-340) 등 초기 기독교 시절의 역사학자들은 모두 아리마대 요셉에 대한 이야기를 자기들의 저서에 포함하였다. 복음서에서는 언급하지 않은 내용들이었다. 아리마대 요셉에 대한 전설은 이야기로만 구전되어 오다가 콘스탄티노플의 주교인 존 크리소스톰(John Chrysostom: 347-407)이 최초로 글로 남겼다. 크리소스톰은 아리마대 요셉이 누가복음 10:1에 기록된 대로 예수께서 따로 세우신 70인 사도중의 한 사람이라고까지 말하였다.

 

초대기독교의 뛰어난 역사학자인 유세비우스. 유대땅 가이사라 출신이다.

 

 

그후 수백년동안 아리마대 요셉에 대한 전설은 기억 속에서 사라졌으나 12세기에 이르러서 아서왕의 전설과 관련하여 다시 등장하게 되었다. 아리마대 요셉은 성배를 수호한 최초의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내 놓은 사람은 로베르 드 보롱(Robert de Boron)이었다. 그는 그의 3부작 '멀린과 성배' 중의 하나인 Joseph d'Arimathie(아리마대의 요셉)에서 요셉이 예수의 영혼으로부터 성배를 받아 다른 사람들 편에 영국으로 보냈다고 썼다. 그로부터 다른 작가들도 보롱의 아이디어를 계승하여 성배의 전설을 엮어나가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요셉 자신이 영국으로 가서 영국 기독교의 초대주교가 되었다는 이야기까지로 발전되었다.

 

로베르 드 보롱의 3부작 '멀린과 성배' 표지. 그 중에 아리마대의 요셉, 멀린, 퍼시발이 들어 있다.

 

 

[니고데모 복음서]

경외서인 ‘빌라도행전’에 포함되어 있는 ‘니고데모 복음서’에는 아리마대 요셉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자세하게 나온다. ‘니고데모 복음서’를 니고데모가 썼는지 또는 다른 사람이 썼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예수의 죽음과 그 이후에 대한 이야기를 비교적 소상하게 기록해 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아리마대 요셉은 로마총독 빌라도에게 예수의 시체를 장사지내기 위해 달라고 하여 허락을 받아 니고데모의 도움으로 장사지낼 준비를 마친후 자기가 나중에 쓰려고 마련해 놓은 무덤에 장사지냈다는 것은 복음서의 내용과 다를바 없다. 니고데모복음서는 그 후의 이야기를 적어 놓았다. 아리마데 요셉이 숨을 거둔 예수에 대하여 모든 일을 처리하자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장본인들인 대제사장인 가야바(Caiaphas)와 안나(Annas)를 비롯한 유태인 장로들이 아리마대 요셉을 불러서 ‘왜 제멋대로 빌라도 총독 나리에게 가서 죄인의 시체를 달라고 그랬느냐? 도대체 누구와 상의해서 예수를 십자가에서 내려 장사를 지냈느냐?’면서 몹시 화를 냈다는 것이다. 그러자 아리마대 요셉은 이들에게 ‘어찌하여 나에게 화를 내느냐? 내가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의 시체를 달라고 요청해서인가? 보라, 나는 예수를 깨끗한 세마포로 싸서 내가 마련해 놓은 새 무덤에 장사지냈다. 그리고 무덤의 입구를 돌을 굴려 막아 놓았다. 그대들은 죄가 없는 정의로운 분에게 악행을 하였다. 그대들은 회개하지 않고 오히려 그분을 십자가에 매 달았다. 그리고 창으로 그분을 찌르기까지 하였다’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예수께서 니고데모에게 말씀하심. 야콥 요르단(Jacob Jordaens)작품. 니고데모는 바리새인이지만 예수의 말씀을 듣고 그를 따르게 되었으며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자 몰약과 향품을 사가지고 와서 아리마대 요셉과 함께 예수를 유태인의 관례에 따라 장사를 지낸 사람이다.

 

그러자 유태인 장로들은 아리마대 요셉을 체포하여 감옥에 가두고 감옥의 문을 봉하고 수비하는 사람을 세워 감시토록 하였다. 아리마대 요셉은 장로들에게 ‘그대들이 십자가에 매 달은 하나님의 아들이 나를 그대들의 손에서 구원하시리니 그대들은 악한 짓을 행한 보답을 받을 것이니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다음날(또는 며칠후) 유태인 장로들이 요셉을 가둔 감옥에 와서 보니 감옥문은 봉인한 채로 그대로 있으나 요셉은 간곳이 없었다고 한다. 나중에 장로들이 알아보니 요셉은 고향인 아리마대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놀랍고 두려운 장로들은 요셉을 다시 만나 얘기를 나누고자 원하였으며 아울러 요셉의 일곱 친구 편에 편지를 보내어 자기들의 행동에 대하여 용서를 구하였다고 한다. 이에 요셉은 고향 아리마대에서 예루살렘으로 올라와 장로들을 만나 그가 어떻게 하여 감옥을 벗어나게 되었는지 설명해 주었다고 한다. 니고데모 복음서에는 요셉이 감옥을 벗어난 이야기가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유태인의 산헤드린(Sanhedrin). 공회로서 아리마대 요셉도 산헤드린의 위원이었다. 산헤드린은 '앉아 있는 모임'이라는 뜻이다.

 

“나는 안식일 하루 종일을 감옥에서 지냈다. 자정이 되어 내가 기도하려고 일어섰는데 감옥 방이 네 귀퉁이가 들려서 위로 올라갔다. 내 눈에는 온통 사방에 환한 빛 만 보였다. 땅은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 나는 놀랍고 두려워서 바닥에 쓰러졌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나를 일으켜 세우고 머리로부터 발끝까지 깨끗한 물을 부어 씻겨 주었다. 사방에서는 향기로운 냄새가 났다. 그 사람은 계속하여 나의 얼굴을 씻겨 주었다. 그리고 나의 얼굴에 입맞춤을 하고 ‘요셉아, 두려워하지 마라, 눈을 떠서 네가 누구와 얘기하고 있는지 보라’라고 말하였다. 내가 눈을 떠서 바라보니 예수의 모습이었다. 나는 귀신을 본 것 같아 두려웠다. 나는 겨우 입을 열어 ‘랍비 엘리아(Elias)이십니까?’라고 물어보았다. 그분은 나에게 ‘나는 엘리아가 아니로다’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분에게 ‘그러면 주여 누구시나이까?’라고 재차 물어보았다. 그분은 ‘나는 예수로다. 그대가 나의 육신을 빌라도에게 구하여 가져다가 깨끗한 세마포로 두르고 나의 얼굴을 수건으로 싼 예수니라’라고 말씀하였다. 나는 그분이 예수인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확실치 않아서 ‘주여 당신이 누웠던 곳을 나에게 보여주소서’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그분은 나를 데리고 내가 그분을 뉘였던 무덤으로 가서 그분이 누었던 곳을 보여주었으며 그분의 몸을 둘러쌌던 세마포와 그분의 얼굴을 감쌌던 수건을 보여주었다. 나는 그분이 확실히 예수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후 그분은 나를 나의 집으로 데려다 주시고 비록 대문이 닫혀 있었으나 대문을 통과하여 나를 나의 침상에 눕혀 주시었다. 그리고 나에게 ‘평화가 있으라!’고 말씀하시고 나에게 입맞춤을 하시더니 ‘집에서 40일간 있되 밖으로 나가지 말지어다. 나는 갈릴리의 형제들에게 갈것이니라’고 말씀하시었다.” 이것이 니고데모복음서에 적혀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교회는 니고데모복음서를 정경으로 받아 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같은 내용은 간헐적으로 구전되어 내려왔을 뿐이다.

 

예루살렘에 있는 예수의 무덤. 편편한 돌이 예수의 시체를 뉘었던 자리. 이 무덤은 원래 아리마대 요셉이 자기가 사용하려고 준비한 것이었다. 현재는 성묘교회(Church of Sepulcher)가 되어 있어서 세계의 순례자들이 몰려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