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와 유태인/홀로코스트

엔드뢰중...최종해결책?

정준극 2009. 11. 16. 05:05

[홀로코스트/쇼아 = 파이널 솔루션] - 나치의 엔드뢰중(Endlösung)

 

신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제물을 태운다는 뜻의 홀로코스트라는 단어는 18세기부터 인간을 대량학살 한다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20세기 초반에는 유태인이 아닌 다른 민족에 대한 박해와 학살도 포함하는 단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1차대전 중에 터키가 아르메니아인들을 인종청소하기 위해 대량 학살하고 박해하였던 것도 홀로코스트라고 불렀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주로 나치에 의한 유태인 학살을 뜻하는 단어로 한정되었다. 앞에서도 언급한 대로 이스라엘에서는 홀로코스트라는 표현보다는 쇼아라는 말을 더 합당한 것으로 인정하여 사용하고 있다. 사실상 히브리어의 쇼아를 홀로코스트로 번역하여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40년부터였다. 예루살렘에서 발간된 책인 Sho'ah Yehudei Polin을 ‘폴란드 유태인에 대한 홀로코스트’(The Holocaust of the Jews of Poland)라고 번역한 것이 쇼와 대신에 홀로코스트라는 단어를 사용한 첫 번째 케이스일 것이다. 그 전에는 쇼아를 ‘혼돈’(Catastrophe)이라고 번역한 일이 있다. 예를 들어 1934년 카임 봐이츠만(Chaim Weizmann)은 시온주의집행위원회에서 ‘히틀러가 권력을 잡은 것은 아마도 새로운 세계대전과 같은 예상할수 없는 혼돈을 불러오는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히브리어 신문이 이를 게재하면서 독일어의 Katastrophe를 Shoah라고 번역했던 것이다.

 

류블린 게토에서 나치 경찰과 아인자츠그루펜이 유태인들을 체포하고 있다. 라인하르트 작전이었다.

 

1942년 예루살렘의 역사학자인 벤 시온 디누르(Ben Zion Dinur)는 그의 저서에서 폴란드의 유태인을 말살하려는 것을 쇼아라고 정의하고 영어로는 Catastrophe(혼돈)라고 불렀다. 그로부터 Catastrophe라는 단어는 유럽에 있는 유태인들에 대한 집단 박해를 뜻하는 단어로도 사용되었다. 이스라엘에서 홀로코스트를 쇼아로 부르기로 한 것은 1951년으로 Yom Ha-Shoah Ve Mered Ha-Getaot를 National Day of Holocaust Remembrance(홀로코스트 기념일)로 번역하면서부터였다. 한편 다른 나라에서는 Holocaust 라는 단어를 Disaster(재앙)로 번역하여 사용하였다. 특히 주로 핵전쟁과 같은 가공할 요소로부터 인류가 받을 재앙을 의미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서는 Holocaust 라는 단어를 유럽의 유태인에 대한 집단학살을 의미하는 고유명사로 사용하고 있다.

 

강제수용소에 갇혀 있는 유태인들

 

나치시기에 유태인들을 말살한다는 뜻의 용어는 상당히 점잖은 표현인 Endlösung der Judenfrage(엔드뢰중 데어 유덴프라게: Final Solution of the Jewish Question: 유태인문제의 최종해결)이었다. 그래서 독일과 영국에서는 홀로코스트라는 단어 대신에 ‘최종해결’(Endlösung: Final Solution)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2차 대전이 끝난후 독일의 역사학자들은 Völkermord(푈커모르트: Genocide)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인종학살이라는 의미이다. 요즘에는 독일에서 홀로코스트라는 단어 대신에 히브리어인 쇼아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오스트리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비엔나의 유덴플라츠(유태광장)에 있는 홀로코스트 기념물의 명칭도 쇼아기념물이다.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죽임을 당한 유태인들이 손에 끼고 있던 결혼반지들. 독일은 이 금반지들을 녹여서 재산으로 챙겼다.

 

[다른 민족에 대한 나치의 홀로코스트]

            

홀로코스트가 되었던 쇼아가 되었던 또는 엔드뢰중(최종해결)이 되었던 이는 나치가 유태인을 말살하기 위해 저지른 만행을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나치가 유태인만 말살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다른 민족이나 집단들도 말살하려고 했기 때문에 이에 따라 희생된 사람들도 홀로코스트의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안한 일이지만 기왕에 홀로코스트에 대한 탐구를 하는 마당이므로 좀 더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사전에는 어떻게 설명되어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컬럼비아백과사전에는 홀로코스트를 ‘나치 독일이 유럽 유태인들을 박해하고 말살한 사항을 말하는 명칭’이라고 되어 있다. 콤팩트 옥스포드 잉글리쉬 딕셔너리와 마이크로소프트 엔카르타(Microsoft Encarta)에도 비슷하게 정의되어 있다. 엔사이클로피디어 브리타니카는 ‘2차 대전중 나치 독일과 그 동조자들이 6백만명에 이르는 유태인 남자, 여자, 어린이들을 국가로부터 조직적으로 지원을 받아 살해한것’이라고 표현했다. 한편, 학자들은 홀로코스트라는 명칭을 적용하는데 대하여 두가지 의견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순전하게 유태인들에게만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둘째는 유태인뿐만 아니라 로마니(Romani: 로마와 신티: 집시를 말함), 폴란드인, 러시아군 전쟁포로, 슬라브인, 남자동성연애자, 여호와의 증인, 불구자, 정치적 반대론자 등을 죽인 것도 홀로코스트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영국군이 포로로 잡은 독일 SS 친위대원들에게 벨젠(Belsen) 강제수용소에서 죽임을 당한 유태인들의 시신을 옮기도록 하고 있다. 친위대원들은 무슨 생각들을 했을까?

 

예후다 바우어(Yehuda Bauer)와 같은 학자는 홀로코스트라는 용어를 유태인 학살만을 뜻하는 것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치가 목표로 삼은 것은 유태인 전부를 말살하는 것이었으며 다른 민족에 대하여는 일부만 해당되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다른 여러 학자들도 이 주장에 동조하였다.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을 기념하는 야드 바셈(Yad Vashem)과 같은 기구들도 홀로코스트라는 용어는 당연히 유태인에게만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들은 홀로코스트가 유럽에서 오랜 기간 동안 유지되어 온 반유태인 정서에 기본을 둔 것이므로 이같은 역사적인 배경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라츨로 텔레키(Laszlo Teleki)와 같은 학자는 유태인이야 당연히 홀로코스트의 대상이 되지만 이와 함께 나치에 의해 학살당한 수많은 로마니(Romani: 집시)들도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홀로코스트라는 용어를 2차대전중의 유태인 학살에만 국한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상당히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데이빗 스태나드(David Stannard)는 어떤 경우던지 수많은 사람들이 인종적인 차별 등으로 박해를 받으면 홀로코스트라고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5천만명 이상의 아메리카 인디언들을 학살한 미국의 경우도 분명이 ‘아메리칸 홀로코스트’라고 불러야 하며 크메르 루즈에 의한 캄보디아에서의 대학살도 ‘캄보디아 홀로코스트’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4년 르완다에서의 민족학살도 ‘르완다 홀로코스트’라고 불러야 하며 아울러 아프리카 식민지의 흑인들을 노예로 팔아먹은 마파(Maafa)는 ‘아프리카 홀로코스트’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 닥칠지도 모르는 ‘뉴클리어 아마겟돈’(Nuclear Armageddon)은 ‘핵 홀로코스트’라고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연합군최고사령부는 독일의 보벨린(Wobbelin) 강제수용소에서 죽임을 당한 유태인들의 시신을 보벨린의 독일시민들이 무조건 보도록 조치를 했다. 독일인들은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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