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와 유태인/홀로코스트

깨진 유리의 밤 - 크리슈탈나하트

정준극 2009. 11. 16. 05:15

[크리슈탈나하트]

 

1938년 11월 7일, 헤르셀 그륀슈판(Herschel Grünspan)이란 유태인 청소년이 파리에서 나치독일의 외교관인 에른스트 폼 라트(Ernst vom Rath)를 암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나치로 하여금 유태인 박해를 법적수단이 아닌 물리적 폭력수단으로 수행해도 좋다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었다. 이 사건이 터지고 난후 나치 선전상인 요셉 괴벨스(Joseph Goebbels)는 외형적으로는 나치당원들과 돌격부대(SA: Strumabteilung)에게 냉정할 것을 주문했지만 실제로는 유태인에 대하여 마음대로 폭력을 행사하라고 조장했다. 그리하여 그날 저녁부터 며칠에 걸쳐, 나치에 의한 유태인 집단만행(포그럼)은 독일 전역에서는 물론 오스트리아, 그리고 폴란드의 독일어를 사용하는 지역인 주데텐란트(Sudetenland)에서 동시에 발생하였다. 이날 밤의 포그럼을 크리슈탈나하트(Kristallnacht), 또는 ‘11월의 포그럼’이라고 부른다. 크리스탈나하트는 글자그대로 보면 ‘수정과 같은 밤’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깨진 유리의 밤’(Night of Broken Glass)이었다. [크리슈탈나하트를 '유리의 밤' 또는 '수정의 밤'이라고 번역한 경우가 있지만 그냥 크리슈탈나하트라고 부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비엔나에서는 11월 9일 밤에 크리스탈나하트가 시작되었다.]

 

크라스탈나하트를 유발한 유태인 열혈 청년 헤르셀 그륀슈 

 

크리슈탈나하트 다음날 아침 유태인들은 길거리에 개처럼 끌려나와 폭행을 당했고 유태인 상점들은 약탈을 당했다. 경찰들을 팔짱을 끼고 웃으면서 바라보고만 있었다. 독일에서만 7천개 이상의 유태인 상점과 1,668개의 유태인 시나고그(회당)가 파괴되었다. 시나고그만 따지면 독일에 있는 유태인 회당이 거의 전부 공격을 받은 셈이었다. 당국은 이날 밤에 91명의 유태인이 살해되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 살해된 유태인은 이보다 훨씬 많았다. 하루밤 사이에 운명이 바뀐 유태인들은 부지기수였다. 이날 밤과 이튿날 아침에 독일에서만 3만명의 유태인이 체포되어 다하우(Dachau), 작센하우젠(Sachsenhausen), 부헨발트(Buchenwald), 오라니엔부르크(Oranienburg)의 강제수용소로 끌려갔다. 이유도 모른채 강제수용소에 끌려갔던 유태인들은 독일을 떠나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겠다고 약속을 하거나 재산을 모두 독일 당국에 헌납한다는 조건으로 일부가 석방되었다. 크리슈탈나하트로 인하여 건물이 파괴되거나 공공시설이 손상된 것은 모두 유태인의 책임으로 돌아갔다. 뿐만 아니라 독일의 유태인들은 크리슈탈나하트로 인한 보이지 않는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감당해야 했다. 예를 들면 독일인이 유태인들 때문에 정신적인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면 보상을 해주어야 했다. 유태인들은 수백만 마르크를 모아서 나치정부에 바쳐야 했으며 더구나 당국으로부터 수십억 마르크에 해당하는 ‘참회세’(Atonement Tax)를 통보받아 강제로 납부해야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였고 주객이 전도된 주장이었지만 유태인들은 눈물을 머금고 무언지도 모르는 자기들의 잘못을 인정한 후 돈을 바쳐야 했다. 크리슈탈나하트 이후, 나치독일을 피하여 다른 나라로 이민의 길을 떠나는 유태인의 숫자는 급속히 증가하였다. 독일에서 유태인들의 공식적인 활동은 이것으로 막을 내려야 했다.

 

크리스탈나하트에 파되된 유태인 상점 앞에서 나치 멤버들이 '독일인이여, 그대 자신을 보호하라'(Deutsche! Wehrt Euch!) '유태인으로부터 아무것도 구입하지 말자'(Kauft nicht bei Juden)라는 글이 적힌 피켓을 둘러메고 있다. 진열되어 있던 물건들은 이미 모두 약탈 당했기 때문에 더 이상 살 물건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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