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와 음악/'메리 위도우' 분석

비엔나 오페레타 백은시대의 대표작

정준극 2009. 11. 28. 18:36

[백은시대 최고의 오페레타]

 

비엔나를 대표하는 오페레타는 어떤 것인가? 두말하면 잔소리이지만 요한 슈트라우스의 ‘박쥐’(Die Fledermaus)이다. 비엔나에서는 오페레타 ‘박쥐’가 거의 어느 때든지 공연되고 있다. 특히 송년이 되면 오페라극장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레퍼토리가 ‘박쥐’이다. 송구영신 파티가 배경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박쥐’는 비엔나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오페라무대에서 단골 레퍼토리가 되어 있다. 그러면 비엔나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오페레타는 어떤 것인가? 두말하면 잔소리이지만 프란츠 레하르의 ‘메리 위도우’이다. 환상을 실제처럼 느낄수 있으며 실제를 환상처럼 느낄수 있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박쥐’를 비엔나 오페레타의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하면 프란츠 레하르의 ‘메리 위도우’는 비엔나 오페레타의 백은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박쥐'의 한 장면. 오를로프스키 공자 저택에서의 송년 파티

 

우리나라에서는 프란츠 레하르의 대표적 오페레타인 ‘메리 위도우’(Die lustige Witwe)를 ‘유쾌한 미망인’이라고 번역하였지만 미망인(未亡人)이란 표현은 원래 남편을 따라 죽어야 하지만 아직 죽지 못한 부인을 말하는 것이므로 현대적 감각으로서는 도무지 맞지 않는 표현이다. 오늘날과 같은 세상에서 남편이 죽었다고 해서 ‘아이고, 당신 없이는 못 살아!’라면서 따라 죽을 부인네가 어디 있겠는가? 남편이 죽었으면 아마 십중팔구는 화장실에 가서 ‘아이구! 그놈의 웬수 잘 죽었네! 아이구 시원해!’라고 중얼거렸을 것이다. 그러므로 독일어의 ‘디 루스티게 비트베’를 ‘유쾌한 미망인’이라고 번역함은 무언가 이상하다. 영어로는 ‘메리 위도우’라고 번역했다. ‘즐거운 과부’라는 뜻이다. 하지만 ‘즐거운 과부’는 어쩐지 오페레타 제목으로서 마땅하지 않다. 그러므로 가장 무난한 것은 ‘메리 위도우’이다.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는 오페레타인 ‘메리 위도우’는 어떤 작품인가? 어떻게 탄생하였는가? 어떤 에피소드를 지니고 있는가?

 

오페레타 '메리 위도우'의 한 장면. 파리 갸르니에 극장.

 

레하르는 새로운 오페레타의 주제를 찾고 있었다. 오펜바흐 타입의 왁자지껄한 내용이 아닌 실제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를 오페레타로 만들고 싶었다. 레하르는 아마 오펜바흐의 ‘아름다운 헬렌’(La belle Helene)을 왁자지껄로 생각했던 것 같았다. 극작가 겸 대본가인 레오 슈타인(Leo Stein:1861-1921)은 프랑스의 앙리 메일라크(Henri Meilhac: 1831-1897)가 쓴 ‘대사관의 아타세’(L'Attache d'Ambassade)라는 희곡을 읽고 이 희곡의 대사가 너무나 마음에 들게 위트가 있기 때문에 오페레타로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레오 슈타인은 ‘대사관의 아타세’를 동료 극작가 겸 대본가인 빅토르 레옹(Victor Leon: 1858-1940)에게 보여주었다. 레하르의 오페레타인 ‘땜장이’(Der Rastelbinder)의 대본은 빅토르 레옹의 작품이다. 여기서 잠시 레오 슈타인, 빅토르 레옹, 그리고 앙리 메일라크가 어떤 양반들인지 간단히 소개코자 한다.

 

젊은 시절의 프란츠 레하르. 제국 군악대장을 잠시 했었기 때문에 훈장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