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와 음악/'메리 위도우' 분석

'메리 위도우'의 출연진

정준극 2009. 11. 28. 18:45

['메리 위도우'의 출연자들]

 

한나 글라봐리(Hanna Glawari: Sop)가 ‘메리 위도우’(유쾌한 미망인)이다. 젊고 아름다우며 재치 있고 명랑한 여인이다. 한나는 폰테베드로(Pontevedro)의 어떤 가난한 소작인의 딸이었다. 어느날 다닐로 다닐로비치(Danilo Danilovitsch: Ten 또는 리릭 바리톤) 공자가 마을에서 우연히 한나를 만난다. 두 사람은 첫 눈에 사랑에 빠진다. 다닐로는 폰테베드로 대공의 조카였다. 한나는 다닐로와의 신분의 차이 때문에 사랑을 망설였지만 다닐로의 적극적인 구혼으로 결혼을 약속한다. 그러나 다닐로와 한나의 결혼은 삼촌인 대공의 결사반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 한편, 가난한 농부인 한나의 아버지는 빚을 갚을 길이 없어서 부자 은행가인 글라봐리(Glawari) 영감과 한나의 결혼을 승낙한다.

 

1905년 비엔나 초연 때의 한나(미치 귄터)와 다닐로(루이스 트로이만)

 

그러나 참으로 편리하게도 결혼식을 치룬 날 저녁에 부자영감인 글라봐리가 뜻밖에도 세상을 떠난다. 늙은이 주제에 젊고 아름다운 한나와 결혼하게 되어 흥분된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한나는 결혼식을 올리지 마자 미망인이 되지만 부인으로서 글라봐리의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는다. 한나의 재산은 폰테베드로 공국의 경제를 좌우할만큼 막대한 것이었다. 폰테베드로 공국으로서는 만일 한나가 다른 나라 사람과 재혼하면 폰테베드로 공국에 있는 한나의 재산이 새로운 남편의 나라로 옮겨 갈수도 있으므로 한나가 제발 폰테베드로 공국의 국민과 재혼하게 되기를 바란다. 여기까지가 ‘메리 위도우’의 배경이다. ‘메리 위도우’의 대본에는 여러 가지 버전이 있다. 공연에 따라 내용을 조금씩 수정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버전에는 다닐로가 폰테베드로 공국의 공자가 되기도 하고 또 다른 버전에서는 그냥 백작으로 등장한다. 폰테베드로라는 공국도 마르소비아(Marsovia)라는 공국으로 변경되는 경우도 있다.

 

로잔느 오페라의 공연중 캉캉. 당시에 이미 비보이스들이

 

  미르코 제타(Mirko Zeta: Bar) 남작은 파리 주재의 폰테베드로 공국의 대사이다. 어떤 버전에는 영사로 나오기도 한다. 조국인 폰테베드로의 경제상태가 심각한 것을 걱정하여 한나의 재산이 다른 나라로 빠져 나가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다. 그래서 마침 대사관의 1등서기관(또는 아타세)으로 부임해 있는 다닐로와 한나가 결혼하게 되기를 바란다. 발렌시안느(Valencienne: Sop)는 대사의 부인이다. 발렌시안느는 남편인 제타가 대사관 직원인 다닐로와 한나를 엮어주려고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오히려 젊은 아타세로서 로시용 백작(Count de Rosillon)인 카미유(Camille: Ten)와 한나가 맺어지기를 바라서 제 딴에는 약간의 가벼운 음모를 꾸민다. 하지만 카미유 백작은 한나에게는 관심도 없고 오히려 발렌시안느만을 열렬히 흠모한다. 하여튼 프랑스 사람들은 못 말린다.

 

한나 저택에서의 무도회. 폰테베드로(몬테네그로)민속의상을 입었다.

 

그리하여 얽히고설킨 사연 끝에 결국 옛 애인사이였던 다닐로와 한나가 맺어진다는 내용이다. 대사관의 서기관인 느예구스(Njegus)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노래는 한마디도 부르지 않고 대사만 말한다. 크로모브(Kromow: Bar)는 대사관의 군사고문이며 보그다노피치(Bogdanovitch: Bar)은 무관이다. 올가(Olga: MS)는 크로모브의 부인이며 실비아네(Sylviane)는 보그다노비치의 부인이다. 프리트쉬츄(Fritschitsch: Bar)는 대사관의 영사이며 프라스코비아(Fraskowia: MS)는 영사의 부인이다. 이밖에도 파리의 그리세트(Grisette)들이 다수 출연한다. 그리세트는 원래 직장여성을 말하지만 차츰 의미가 변하여 주로 양장점에서 일하는 여직원을 말한다. 이들은 봉급도 적게 받는데 놀기라고 열심히 하자는 풍조가 있어서 캬바레에 자주 출몰한다. 어떤 경우에는 캬바레의 댄서, 예를 들면 캉캉 댄서들을 뜻하기도 한다. ‘메리 위도우’에 등장하는 그리세트들은 막심스의 캬바레에서 캉캉을 추는 젊은 아가씨들을 말한다.

 

런던 공연. 한나 역에 파멜라 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