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와 음악/'메리 위도우' 분석

대히트를 기록한 런던 공연

정준극 2009. 11. 28. 18:47

[대히트를 기록한 런던 공연]

 

‘메리 위도우’의 런던 공연은 비엔나에서 초연으로부터 2년 후인 1907년 6월 8일에 댈리스극장(Daly's Theater)에서 있었다. 영어대본은 바실 후드(Basil Hood)가 만들었고 영어 노래 가사는 아드리안 로스(Adrian Ross)가 만들었다. 줄거리에도 약간의 수정이 있었다. 특히 주인공들의 이름을 대폭 변경하였다. 몬테네그로와 공연한 외교마찰을 빚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당시 몬테네그로 왕가의 성이 느예구스(Njegus)였으며 왕세자의 이름이 다닐로였고 제타(Zeta)는 몬테네그로 창시자의 이름이었다. 그래서 한나 글라봐리는 소니아 사도야(Sonia Sadoya)로, 제타 남작은 포포프(Popoff) 남작으로, 발렌시엔느는 나탈리(Natalie)로, 로시용백작인 카미유는 졸리돈의 카미유로, 느예구스는 니슈(Nisch)로 변경하였다. 다만, 다닐로는 몬테네그로의 왕세자인 다닐로 다닐로비치가 자기의 이름과 같아도 상관 없다고 말하여 그대로 사용하게 되었다. 로시용백작을 크리용후작(Marquis de Crillon)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 제3막에서는 실제 파리의 막심스를 무대로 삼았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나이트클럽 겸 식당을 하이라이트하기 위해서였다.  

 

대사관 무도회에 소니아(한나: 수잰 그레이엄)가 입장하자 모든 남자들이 소니아를 에스코트하며 환영한다. 

                              

런던의 제작자인 조지 에드워데스(Georges Edwardes)는 ‘메리 위도우’의 런던 공연을 위해 레하르를 런던으로 초청하여 음악 스코어의 몇곡의 노래를 추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막심스의 그리세트 리더인 조조(JoJo)가 부르는 Butterflies(나비들)가 새로 작곡되었지만 오늘날에는 거의 부르지 않고 있다. 또한 제3막에서 니슈(Nisch)가 부르는 Quite Parisien(조용한 파리인들)도 추가되었다. 이 노래는 오늘날에도 자주 불려지고 있다.

 

한나와 다닐로의 만남

 

‘메리 위도우’의 영어버전은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도버(Dover)에디션으로 1907년에 만든 것이다. 런던의 챠펠(Chappell)출판사가 출판했다. 오리지널 독일어 대본과는 달리 주인공들의 이름과 장소를 수정한 것이다. 또 하나의 버전은 런던에 있는 글로켄출판사(Glocken Verlag)가 비교적 최근인 1958년에 출판한 것으로 여기에는 또다시 두 개의 영어본이 있다. 하나는 로날드 한머(Ronald Hanmer)가 편곡을 하고 필 파크(Phil Park)가 대본을 정리한 것이다. 또 하나의 영어본은 비엔나의 유명한 도블링거 악보출판사의 텍스트를 기본으로 크리스토퍼 하쌀(Christopher Hassall)이 대본을 정리한 것이다. 첫 번째 영어본은 이른바 ‘뉴 버전’이라고 부르며 비교적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위해 세밀하게 편곡한 것이다. 두 번째의 1958년도 악보는 오리지널 스코어에서 완전 한 음을 낮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907년 버전에서는 테너 카미유가 ‘장미꽃 봉오리 로맨스’(Rosebud Romance)라는 노래에서 하이C 음을 내지만 1958년도의 스코어는 Bb 음을 내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테너보다는 하이 바리톤을 캐스팅하는 경향이다. 그리고 1958년도 스코어에는 소니아(한나)와 다닐로가 주제 왈츠를 허밍으로 부르도록 되어 있으나 1958년도 스코어에서는 합창단이 유니송으로 부르도록 되어 있다. 글로켄 버전에서는 한나를 안나(Anna)라고 부른다.

 

네덜랜드 출신의 전설적인 요한네스 헤스터스의 한창 때 모습

                                                

1958년도의 하쌀 버전에서는 제3막의 스토리가 오리지널에 비하여 상당히 다르다. 원래는 한나의 저택에 막심스를 옮겨 놓은 것처럼 무대가 마련되지만 1958년도의 버전에서는 그대로 막심스가 무대이다. 그리고 대사관 직원들의 부인들이 막심스에 있는 다닐로를 찾아와 제발 나라를 위해 한나에게 돌아가라고 당부하는 장면이 나온다. 1958년도의 버전에서는 막심스에서 대대적인 캉캉 춤판이 벌어지는 것으로 되어 있다. 프랑스 버전도 오리지널 독일어 버전과는 내용이 조금 다르다. 프랑스 버전에서는 제3막의 무대가 글로켄 버전과 마찬가지로 한나의 저택이 아니라 막심스 식당으로 되어 있다. 독일에서 다닐로 역을 맡았던 사람은 배우 겸 가수인 요한네스 헤스터스(Johannes Heesters: 1903-2011)로서 30년 동안 다닐로 역할만 수천번을 맡았었다. 헤스터스가 부른 다닐로의 노래인 Da geh' ich ins Maxim(막심스에 가면 나를 찾을수 있다)는 헤스터스의 등록상표나 마찬가지였다. 헤스터스는 2011년 12월 24일 향년 107세로서 세상을 떠났다.

 

런던 공연에서 인기를 끈 릴리 엘지의 우아한 모습

                            

런던 공연에서는 소니아(한나) 역을 당대의 미녀 소프라노 릴리 엘지(Lily Elsie)가 맡았고 다닐로는 테너 조셉 코인(Joseph Coyne)이 맡았다. 대히트였다. 초연 이래 778회나 연속 공연되었다. 영어 버전은 그해 10월 21일 뉴욕의 브로드웨이에 상륙했다. 역시 대성공이었다. 브로드웨이 공연은 연속 416회를 기록하였다. 1908년 5월 16일에는 호주 멜버른의 여왕폐하극장에서 공연되었다. 물론 영어 대본이었다. 그후로 영어대본의 ‘메리 위도우’는 세계의 영어권 국가에서 계속 인기리에 공연되었다. 오늘날 ‘메리 위도우’의 공연 실황을 녹화하여 판매하는 비디오제품이 여럿이나 나왔지만 모두 독일어 대본이며 영어로 된 것은 호주오페라단이 제작하고 조앤 서덜랜드(Joan Sutherland)가 주연한 것뿐이다.

 

런던 공연에서의 릴리 엘지. 1907년. 사람들은 릴리 엘지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몰려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