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와 음악/'메리 위도우' 분석

브로드웨이의 '메리 위도우'

정준극 2009. 11. 28. 18:48

[브로드웨이의 메리 위도우]

 

뉴욕 초연은 1907년 10월 21일 맨해튼의 뉴 암스테르담 극장에서였다. 화려한 무대장치가 관중들의 정신을 빼앗은 공연이었다. 평론가를 비롯한 관중들은 화려한 무대장치 보다도 실은 주역을 맡은 배우들에 대하여 대단한 관심을 기울였다. 소니아는 미모의 에텔 잭슨(Ethel Jackson)이 맡았고 다닐로는 핸섬한 바리톤인 도날드 브라이언(Donald Brian)이 맡았기 때문이다. 에텔과 도날드가 무대에 서서 듀엣을 부르는 것은 정말이지 환상적이었다. 훗날 사람들은 다른 어떤 공연도 에텔과 도날드의 ‘메리 위도우’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면서 감회에 젖기가 일수였다. 에텔은 5개월 동안 소니아 역할을 맡다가 무대를 떠났다. 그 누구도 에텔만큼의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도날드 브라이언은 브로드웨이에 계속 남아 있었다. 그는 1920년대까지 활동하면서 사랑을 받았다.

 

  

브로드웨이 초연에서 소니아(한나)를 맡았던 에텔 잭슨과 다닐로를 맡았던 도날드 브라이언

                    

뉴욕의 새비지(Savage)극단은 ‘메리 위도우’를 가지고 전국 순회공연에 들어갔다. 결과, 미국 전역에 ‘위도우 마니아’들이 생겨났다. ‘메리 위도우 왈츠’는 미국 어느 곳을 가더라고 피아노 연주를 통해서, 또는 빅토롤라 레코드를 통해서 들을수 있었다. ‘메리 위도우’라는 이름의 상품들은 상점에 나오자마자 날개 돋힌듯 팔렸다. 예를 들면 ‘메리 위도우 코르세트’ ‘메리 위도우 브라자’ ‘메리 위도우 부인모자’ 등이었다. 무허가 상품들도 수두룩했다. ‘메리 위도우’ 칵테일도 인기를 끌었다. 진(Gin)과 스위트(드라이) 버무드를 기본으로 페르노드와 비터스를 떨어트린후 레몬 즙을 한두 방울 섞는 것이다. 또 다른 칵테일은 골드 테킬라와 샴페인을 섞고 여기에 오렌지주스를 뿌리는 것이다. 미국 사람들은 그저 무슨 신통한 것만 있어도 칵테일로 만들어 마시면서 즐거워한다. 하기야 미국에서는 국민 모두가 자기만의 특별한 칵테일을 만들줄 안다고 한다.

 

1943년 브로드웨이에서의 테너 얀 키에푸라(다닐로)와 소프라노 마르타 에거스(한나). 두 사람은 실제로 부부였다.

 

1970년대에 들어와서 ‘메리 위도우’는 새로운 감각으로 공연되어 또 한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뉴욕에서 가벼운 오페라를 전문으로 공연하는 ‘맨해튼 라이트 오페라’가 무대에 올린 것으로 유명한 오스카 햄머슈타인 2세의 딸인 알리스 햄머슈타인 마티아스(Alice Hammerstein Mathias)가 영어 대본을 새로 썼다. 새로운 버전의 ‘메리 위도우’는 어찌나 훌륭했던지 1980년대에 오페라단이 해산될 때까지 줄곧 공연되었다. 호주에서는 ‘에쓰지(Essgee) 엔터테인멘트’가 새로운 버전을 만들어 호주의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공연했다. 서막이 추가되었으며 성우가 대사를 맡도록 했고 발레 댄서들의 춤을 실루엣으로 처리한 것 등이 특징이었다. 호주버전에서는 한나의 이름을 안나(Anna)라고 고쳤다.

 

'메리 위도우'의 영어 대본을 쓴 알리스 햄머슈타인 마티아스(오른쪽 마이크를 잡고 있는 사람)이 2004년도 '알리스 햄머슈타인 마티아스 상'을 뮤지컬 배우 캐롤 채닝(Carol Channing)에게 수여하고 있다. 알리스 햄머슈타인 마티아스는 오스카 햄머슈타인의 딸로서 뛰어난 대본가였다. 그가 쓴 영어본 '메리 위도우'는 지금까지 나온 어떤 영어본보다도 훌륭하다는 평을 받았다. 캐롤 채닝은 뮤지컬 '헬로우 돌리'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이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오랜 준비 끝에 2000년에 무대에 올린 ‘메리 위도우’는 오페라계의 슈퍼스타인 프레데리카 폰 슈타데(Frederica von Stade)와 플라치도 도밍고(Placido Domingo)가 주연한 것이지만 결론적으로 실패작이었다. 3천석이나 되는 넓은 객석(오디토리엄)에서는 무대에서의 대사가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아 들을수 없었다. 더구나 ‘메리 위도우’와 같은 오페레타는 위트와 매력에 넘친 대사가 중요한데 그런 것은 전혀 들리지도 않았다. PBS는 2002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이 공연하는 ‘메리 위도우’를 방송에 내보냈다. 무대장치는 화려하여 눈요기꺼리가 되었지만 방송기술상의 문제로 음향이 좋지 않았다. 더구나 캐스팅도 적당하지 않아서 실망을 안겨준 것이었다.


미국의 메조소프라노 프레데리카 폰 슈타데. 콘서트에서 플라시도 도밍고와 함께 '주디타'의 듀엣을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