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와 음악/'메리 위도우' 분석

언제나 사랑받는 리바이벌

정준극 2009. 11. 28. 18:50

[언제나 사랑받는 리바이벌]

 

오페레타 ‘메리 위도우’만큼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고 리바이벌 할 때마다 내용이 조금씩 달라져서 선을 보인 작품도 없을 것이다. 본적지인 비엔나에서조차 수없이 수정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비엔나의 오페레타는 세월의 변화에 맞게 자주 수정되어 왔던 전통이 있다. ‘메리 위도우’는 비엔나 폭스오퍼(Volksoper)의 정규 레퍼토리이다. 시즌마다 공연되지 않는 경우가 없다. 특히 비엔나에서는 ‘메리 위도우’가 합스부르크 제국의 한창시절을 그대로 반영한 작품이어서 옛 영광에 대한 감회와 함께 사랑을 받고 있다. 때문에 비엔나 사람들이 ‘메리 위도우’를 마치 성자의 유물처럼 신성하게 여기고 있다고 해도 탓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엔나 사람들의 재빠른 상술은 가히 찬탄할만하다. 비엔나에서는 근자에 이르러 오리지널 음악에 오펜바흐의 프렌치 캉캉을 추가하였다. 물론 레하르에게 물어보고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오펜바흐의 ‘지옥의 오르페오’에 나오는 야단법석의 캉캉이다. 그것이 잘된 일인지 잘못된 일이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비엔나에서 오펜바흐의 캉캉을 추가하자 이후 세계 각국에서도 그대로 따랐다. 비엔나의 폭스오퍼(시민오페라극장)에서 나온 ‘메리 위도우’ CD는 모든 CD 중에서도 클래식하다.

  

 

프렌치 캉캉을 추는 막심스의 그리세트들. 오페레타에서는 나중에 캉캉이 필수처럼 되었다. 캉캉만 보러 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자기도 한 여자 한다고 생각한 여주인공 크리스탈도 캉캉 앞에서는 기가 죽었다는 후문이다. 

 

런던에서는 1906년 초연 이래 대단한 성공을 거두다가 1차 대전 중에는 소강상태로 들어갔다. 그러다가 1923년에 가서야 리바이벌 되었다. 그후로 1943년 2차 대전이 소용돌이 칠 때까지 ‘메리 위도우’는 런던의 극장가를 압도하였다. 특히 포포프 역의 조지 그레이브스(Georges Graves)는 웨스트 엔드(West End) 배우의 전형으로서 장기간에 걸쳐 사랑을 받았다. 1944년에는 맷지 엘이어트(Madge Elliott)와 시릴 릿차드(Cyril Ritchard)가 콤비을 이루어 인기를 끌었으며 1958년에는 준 브론힐(June Bronhill)과 토마스 라운드(Thomas Round)가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리고 1969년에는 리즈베스 웹(Lizbeth Webb)과 존 라이스 에반스(John Rhys Evans)가 잠시뿐이지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폴란드 출신의 당대의 테너 얀 키에푸라. '메리 위도우'에서 다닐로 역으로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

 

미국에서는 1940년대에 들어서서 오페레타보다는 뮤지컬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뮤지컬 ‘오클라호마’는 극장의 성격을 바꾸어 놓은 대단한 히트였다. 따라서 ‘메리 위도우’와 같은 고전적인 오페레타는 숨을 죽이고 있어야 했다. 더구나 전쟁중에 독일이나 오스트리아를 무대로 한 작품은 공연히 미움을 받았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 그러다가 1943년 뉴욕의 ‘뉴 오페라단’(New Opera Company)이 리바이벌을 시도하였다. 테너 얀 키에푸라(Jan Kiepura)와 그의 부인 마르타 에거스(Marta Eggerth)가 주역을 맡은 것이었다.여기에 화려한 무대와 멋있는 안무가 3박자가 되어 관중들을 모처럼 환상의 세계로 이끌고 갔다. ‘오클라호마’가 브로드웨이 극장의 모습을 바꾸어 가고 있는 와중에서도 ‘메리 위도우’는 322회의 연속공연을 찬란히 기록하였다.

 

헝가리의 우상인 마르타 에거스. 뉴욕에서 얀 키에푸라와 함께 뮤지컬 '메리 위도우'에 출연하여 대단한 사랑을 받았다. 당시에 마르타 에거스가 누구인지 모르면 간첩으로 오해를 받았다. 헝가리 악센트가 섞인 영어를 말할 때에는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모두들 좋아 죽으려고 했다.

 

20세기 중반에 들어서서 LP가 등장하자 ‘메리 위도우’의 전편이 레코드로 나오게 되었다. 비록 대체로 독일어 대본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LP의 등장은 레하르 오페레타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충전해주는 것이었다. 주요 오페라단은 ‘메리 위도우’를 정규 레퍼토리에 추가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엘리자베트 슈봐르츠코프와 같은 세계적인 소프라노가 한나의 아리아를 부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빌야’(Vilja)에 눈을 지그시 감고 회상에 잠기는가 하면 한나와 다닐로의 해피엔딩에 박수를 보냈다.

 

비엔나의 배링거슈트라쎄 78번지에 있는 폭스오퍼(Volksoper: 시민오페라극장)은 비엔나 오페레타를 위한 무대이다. 연중 '메리 위도우'와 '박쥐'가 공연되지 않는 때가 없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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