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이야기/영욕의 마사코

아까짱 아이꼬

정준극 2009. 12. 24. 15:10

16. 아까짱 아이꼬

 

2009년의 마사코와 아이코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이 결혼한지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났다. 그러나 기다리는 소식은 전하여 지지 않았다. 후손문제이다. 왕실과 궁내청, 그리고 매스콤은 초조하지만 묵묵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무슨 사연이기에 아기씨가 태어나지 않는 것일까? 황실 일각에서는 ‘그것 봐라! 평민을 잘 따져 보지 않고 그저 무조건 결혼만 시키더니...’라는 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매스콤은 왕실을 존중하여서 이렇다 저렇다 보도를 할 입장이 아니었다. 모두들 궁금했지만 어느 누구도 이 문제를 입밖에 내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 열도는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가?’ 라는 궁금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누구 문제인가?’로 얘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2009 

 

3년이 지나고 4년이 지났다. 점점 소문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게 되었다. 마사꼬가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성이라는 억측이었다. 석녀? 왕세자 나루히토에게 문제가 있다는 얘기는 아무도 할 형편이 아니었다. 일왕의 아들로서 앞으로 언젠가는 일왕이 될 사람인데 감히 무슨 문제가 있을 수 있는가? 화살은 자연히 마사꼬 쪽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딸만 셋을 낳은 집, 딸 쌍둥이를 낳은 집, 남자 후손이 귀한 집 등등 유전적인 유언비어가 소문도 없이 돌았다. 결혼 전에 궁내청 병원 전문의사들이 마사꼬의 신체 및 생리 상황까지 자세히 조사하여 ‘자녀 생산에 아무런 걱정이 없사옵나이다’라고 보고한바 있다. 그 의사들이 돌파리가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돌게 되었다.  

 

2009년 가쿠슈인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재롱을 피는 아이코와 기뻐하는 부모

 

마사꼬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그 몇 년동안 마사꼬는 일체의 공식 행사에 얼굴을 내보이지 않았다. ‘아이도 낳지 못하는 주제에’라는 자격지심이 있었을 것이다. 참으로 답답하기가 이루 말할수 없는 일이었다. 그냥 결혼하지 않고 지냈다면 아마 외무성 과장은 충분히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아무튼 인고의 세월은 무심히 흘러가기만 했다. 속이 타는 것은 마사꼬의 친정 엄마 유미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세이 진궁(伊勢 神宮)에 가서 새벽마다 조상님들의 혼령에 빌어도 보았다.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그 즈음에 마사꼬가 인공수정을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두어 차례 시험관 수정을 시도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나루히토 왕세자의 정자가 너무 약해서 임신이 되지 않는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러나 어째서 임신이 안되는지에 대한 진짜 속내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현대의학이 발달해 있는 일본에서 불임에 관한 진단 정도는 누워서 떡먹기 인데 누구도 진찰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기를 9년이 지났다. 마사꼬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식탐증에 걸렸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어쩌다 한번 모습을 보인 마사꼬의 모습은 백금녀 동생쯤 되는 뚱순이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매스콤은 일체의 가십도 싣지 않았다. 왕실 일에 대하여는 함부로 왈가왈부하지 않는 것이 일본 매스콤의 하나의 묵시된 관례였기 때문이었다.

 

2008년 3월 아이코의 가쿠슈인유치원 졸업식 참석. 아이코는 2010년 현재 가쿠슈인 초등학교 3학년이다.

 

2001년 봄. 일본 동경의 언론사에는 궁내청으로부터의 지급 보도자료가 도착했다. 왕세자비의 임신 소식이었다. 당장 일본 열도가 떠들썩했다. 결혼 8년째, 하늘도 무심치 않아 후손을 점지하셨다는 축하의 선언이 거리마다 넘쳐 흘렀다. 그리고 2001년 12월 1일, 마사꼬는 딸을 낳았다. 아이꼬(愛子)였다. 아이꼬에게는 정식으로 토시노미야 아이코나이신노(敬宮愛子內親王)라는 호칭이 부여되었다. 매스콤은 연일 ‘아까짱’(애기) 스토리로 도배를 하였다. 마사코의 친정 어머니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왕자였으면 좋았지만...’라는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이제 딸이라도 낳았으니 석녀니 뭐니 하는 소리는 듣지 않아도 좋게 되어 그것만이라도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이제 일본에서는 왕위계승 순위를 정해 놓은 왕실전범(皇室典範: 코시츠 뎀판)을 개정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만일 마사꼬가 더 이상 아들을 낳지 못한다면 일왕의 계보는 과연 나루히토와 마사꼬의 딸에게 돌아갈 것인가? 물론 현재의 왕실전범에는 남자만이 일왕이 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왕세자의 남동생인 후미히토에게는 딸 만 둘이 있었는데 2006년에 아들 히사히토를 태어났다. 그러면 어찌되는 것인가? 나루히토 왕세자의 소생, 즉 아이코를 후계자로 삼지 않고 둘째 아들 후미히토의 아들을 후계자로 삼을 것인가? 여자는 일왕이 될수 없다는 것인가? 전설에 의하면 일본국을 세운 신인 아마데라스(天朝大神)는 여성이 아니던가? 그리고 일본 역사를 살펴보면 무려 8명이나 여자 일왕이 있지 않았던가! 아무튼 일본의 왕위 승계, 어떻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혼례식 당시의 마사코, 한참 후의 마사코, 더 한참 후의 마사코

 

[2016년의 나루히토, 마사코, 아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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