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이야기/영욕의 마사코

조용한 반란?

정준극 2009. 12. 24. 15:11

17. 조용한 반란?

 

결혼전의 미치코

 

2004년 5월 초, 왕세자는 유럽 여행을 떠나면서 취재진에게 의외의 얘기를 했다. 왕세자로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얘기였지만 궁내청을 비롯한 왕실에서는 당황하여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언급이었다. 왕세자는 ‘요즘 왕세자자비가 좀 답답해하는 것 같다. 자기의 경력을 살려서 다시 일하겠다면 후원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 짤막한 얘기는 즉시 매스콤에 보도되었다. 왕세자의 발언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왕세자비 마사꼬가 좀 따분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 또 하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일견 평범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곰곰이 되새겨 보면 상당한 무게가 있는 발언이었다. 왜 답답하고 따분하다는 것인가? 뭐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인가? 이제 그렇게도 기다리던 자녀까지 갖게 되었는데 무슨 속상하는 일이 있다는 말인가? 도대체 누가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인가? 왕실 사람들인가, 시어머니 미치꼬인가? 구구한 억측을 갖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두 번째, 일을 하고 싶다는 말은 또 무엇인가? 왕실 사람으로서, 그것도 왕세자비로서, 앞으로 언젠가는 전 일본인의 정신적 지주인 일왕의 왕비가 될 사람으로서 일을 하여 돈을 벌겠다니 그게 무슨 당치도 않은 소리란 말인가? 사람들은 왕세자의 발언을 둘러싸고 초미의 관심을 기울였다.

 

결혼 전의 미치코. 대단한 규수였다.

 

고이스미 총리대신이 이끄는 내각회의에서도 대신들 간에 이 문제가 논란되었다. 궁내청은 무엇을 하고 있었기에 왕세자와 왕세자자비 마마의 심경을 거북하게 만들었느냐는 질타가 있었다. 궁내청은 국민들의 의구심이 커지기 전에 진화작업을 해야 했다. 여행 중인 왕세자에게 급히 연락하여 진위를 파악하는 한편, 왕세자가 취재진에게 자기는 그 말을 별다른 뜻이 없이 얘기한 것이라고 말해 주기를 간청하였다. 그리하여 왕세자는 자기의 언급이 파장을 불러일으킨데 대하여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하고 취재진에게 별다른 뜻이 없이 한 말이니 더 이상 신경 써 주지 말아 달라도 당부하였다. 이 문제는 그 정도 선에서 마무리되고 더 이상 발전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사꼬로서는 자기의 외교 경력을 살리고 싶은 생각이 있었을 것이며 왕실에서 해방되고 싶은 바람도 있었을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 세싱은 급격히 변해가고 있다. 왕실이란 것이 특별한 존재가 아니고 국민과 다름없는 위치라는 것을 부각시켜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도 그 동안 아이 낳지 못한다고 조바심을 내며 온갖 심적 압박을 가하였던 왕실에 대하여 조용한 반란을 기획하고 있다는 기미가 아닐까? 딸 아이꼬는 2010년으로 벌써 아홉살이 된다. 마사꼬는 둘째 아이를 낳을수 있는 것일까? 만일 아이꼬 하나밖에 없고 딸은 일왕의 후계자가 될수 없다고 한다면 어찌 되는 일인가? 차남 후미히토가 마사꼬의 남편인 나루히토의 뒤를 이어 일왕이 되고 이어서 후미히토의 아들이 일왕이 되는 것인가? 두고 볼일이다.

 

2015년 아키히토 일왕의 가족. 왼쪽으로부터 마사코, 아이코, 나루히토, 아키히토, 미치코, 후미히토, 마코, 히사히토, 키코. 둘째 아들의 큰딸인 마코는 외국여행중이어서 빠졌다. 아이코냐 히사히토냐? 그것이 문제로다.

 

일본 일왕의 최근 가계도

 

○ 다이쇼(大正)일왕 - 데이메이(貞明) 왕비 

○ 대동아 전쟁의 주범 쇼와(昭和) 일왕 히로히토(裕仁) - 왕비 나미꼬(良子)

○ 헤이세이(平成) 일왕 아키히토(明仁) - 평민 출신의 왕비 미치꼬(美智子)

○ 왕세자 나루히토(德仁) - 역시 평민 출신의 왕세자비 마사꼬(雅子)

○ 레이와(令和) 일왕 나루히토 - 왕비 마사꼬 (2019년 5월 1일 즉위)


○ 왕세자 나루히토와 왕세자비 마사꼬 사이에 태어난 딸 아이꼬(愛子) - 그러나 딸도 일왕이 될수 있다고 황실전범이 개정되지 않는 한 차기 왕위계승자가 될수 없다,


황실전범이 개정되지 않는 한 다음 왕위 계승자는 현 왕세자의 남동생인 수염 기른 후미히토(아키시노노미야) 왕자이며 그 다음에는 2006년 9월 초 후미히토 왕자의 아들로 태어난 히사히토가 왕위 계승 서열 3위에 오르게 됨.

 

2015년의 미치코와 아키히토 일왕부부

 

(2004년 5월 씀, 2009년 12월, 2015년 4월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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