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이야기/영욕의 마사코

일본의 왕위 논란

정준극 2009. 12. 26. 14:54

[참고자료 1] 일본의 왕위 논란

나루히토-마사꼬 부부가 아들이 없을 경우 어떻게 되나?

2005년부터 황실전범(皇室典範) 개정 검토 작업 착수

 

일본에도 왕위의 승계에 대한 법이 정확히 마련되어 있다. 전후인 1947년에 개정 공포된 황실전범(皇室典範: 고시츠템판)이 그것이다. 1947년의 황실전범은 1889년에 처음 마련한 것을 개정한 것으로 1947년 5월 3일에 전후의 본헌법(큐지이타이: 대일본제국헌법)과 함께 의회(Diet)를 거쳐 공포되었다. 그러므로 메이지(明治) 시대에 만들었던 오리지널 황실전범은 이제 더 이상 효력이 없다. 황실전범은 비록 규례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대일본제국헌법(다이니폰데이고쿠겐포)과 효력이 같다. 황실전범은 헌법에 정해 놓은 왕위와 왕족에 대한 조문을 보다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황실전범은 그만큼 국가의 기본이 되는 규정이다. 황실전범은 일왕만이 개정을 재가할수 있다. 

 

2009년의 아키히토 일왕과 미치코 왕비의 모습. 아키히토 일왕은 2010년으로 77세의 고령이 된다. 그리고 건강도 썩 좋지 않다.

                     

1947년의 황실전범에 의하면 왕족이란 것은 당시 일왕인 히로히토의 직계 가족(즉 부인과 자녀들과 그 자녀들의 가족들), 혼자 몸이 된 히로히토의 어머니, 히로히토의 동생 3명의 가족에 한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간단히 말하여 방계가족은 모두 제외하였다. 과거에 방계가족이 중요했던 것은 만일 직계가족에서 일왕이 될 후손이 없으면 방계가족 중에서도 일왕을 추대할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황실전범은 일왕의 방계가족을 왕족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일왕제도가 유지되는한 무조건 직계가족만이 왕위를 이을수 있다. 새로운 황실전범으로 인하여 히로히토 일왕의 삼촌의 가족등 11개 세대의 방계황족에 포함된 51명이 1947년 10월 14일자로 왕족에서 평민의 신분이 되었다.

 

결혼발표 이후의 나루히토와 마사꼬의 즐거운 한때

                        

새로운 황실전범은 남자 계승(남계친)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는 1889년의 황실전범, 그리고 메이지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사항으로 여자(딸)가 일왕이 되는 것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 또한 적자(嫡子)만이 황위를 계승할수 있도록 규정했다. 일왕의 정부인이 아닌 여인이 생산한 아들은 일왕의 자리를 이어 받을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후궁 등 다른 여인이 낳은 아들과 그 아들의 후손들도 다른 적격자가 없으면 일왕이 될수 있었다. 한편, 일왕의 자리에는 남자만이 오를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사실 일본의 역사를 보면 과거에 여자 일왕이 8명이나 있었다. 하지만 여자 일왕의 후임은 여자 일왕의 자손보다는 왕조의 남자 혈통에서 선택하였다. 황실전범은 남녀평등주의가 정착되어 있는 21세기에서도 남자에 의한 왕위 계승만을 규정하고 있다. 과거 일본의 역사에서 단 한번의 예외가 있다면 여자인 겐메이덴노(元明天皇: 661-721)의 경우로서 그의 딸인 겐쇼덴노(元正天皇: 680-748)가 왕위(황위: 皇位: 고이)를 이어 받은 것이었다.

 

황실전범의 각 장(章)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일왕 승계의 순서(왕위)

2. 일왕이 미성년이거나 중병에 걸렸을 경우 섭정 도입에 관한 사항 

3. 왕족의 범위

4. 왕실회의(황실회의: 고시츠카이기)의 구성

5. 일왕 및 일왕가족에 대한 타이틀 및 호칭

6. 일왕, 왕세자, 왕자들의 결혼 사항

7. 왕실 장례, 왕실 영묘(묘소), 왕실 족보 유지 사항

 

 

2014년도 신년의 일황 가족사진. 앞왼쪽으로부터 왕세자비 미치코, 왕세자 나루히토, 아이코, 아키히토 일왕, 미치코 왕비, 히사히토, 후미히토 왕자, 키코 왕자비, 뒷줄은 후미히토의 두 딸인 마코와 가코. 마코는 대학 졸업반이다. 앞줄 왼쪽의 여자애가 왕위 계승자가 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오른쪽의 양복 입은 꼬마가 왕위 계승자가 될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황실전범 제1장 제1조는 일왕이 남계친(男系親: Agnatic)의 적자 후손에 의해서만이 승계된다고 되어 있다. 제2조에서는 순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놓았다.

 

1순위. 일왕의 장자

2순위. 일왕의 장자의 장자

3순위. 일왕의 장자의 다른 후손

4순위. 일왕의 차남 및 그의 후손

5순위. 일왕의 다른 후손

6순위. 일왕의 형제들 및 그들의 후손

7순위. 일왕의 삼촌들 및 그들의 후손

 

이같은 순위에 의하면 현재의 평성천황(平成天皇: 헤이세이 덴노)인 아키히토(明仁)가 세상을 떠나면(아키히토 일왕은 2015년으로 82세임) 아키히토의 장자인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1순위로서 왕위를 승계한다. 그런데 일왕이 된 나루히토가 아들이 없이 세상을 떠나면(실제로 현재 나루히토 왕세자에게는 아들이 없음) 나루히토의 남동생인 후미히토(文仁)가 일왕의 자리를 이어 받으며 그 다음으로는 후미히토의 아들인 히사히토(悠仁)가 일왕이 된다는 것이다. 만일 나루히토가 일왕으로 재직하는 기간 중에 부인인 마사꼬(雅子)가 아들을 낳으면 새로 태어난 아들이 당연이 영순위가 된다. 물론 남편 나루히토가 일왕이 되기 전에 아들을 낳으면 그것으로 일왕 계승 논란은 종지부를 찍게 된다.

 

현재의 천황(일왕) 부부의 결혼식 사진.

2015년 1월 신년하례 때의 일왕 부부. 아이고 어느새 저렇게 늙었노?

 

[왕계승 논란]

일본열도에서 왕위에 대한 논란이 불꽃을 튀기기 시작한 것은 2001년 12월 1일부터이다. 이날 왕세자비인 마사꼬가 딸 아이코(愛子)를 낳았다. 결혼한지 12년만의 일이었다. 딸 아이코는 현재로서는 왕세자인 나루히토의 유일한 2세이다. 그러나 누차 설명한 대로 1947년의 황실전범(고시츠뎀판)에 의하면 일왕의 자리는 적자만이 승계할수 있으므로 딸인 아이꼬는 해당이 안된다. 그리하여 현재의 황실전범을 개정하여 여자도 일왕을 승계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로부터 일왕 승계에 대한 논란의 본격화되었다. 일왕에게 아들이 없고 딸만 있을 경우에 현재의 황실전범에 따르면 왕위는 일왕의 남동생에게 돌아가도록 되어 있고 그 이후로는 남동생의 아들과 손자가 이어가도록 되어 있다. 한편, 관례에 의하면 왕세자가 자녀를 생산하면 일왕이 이름을 지어주는데 아이코라는 이름은 할아버지인 현재의 일왕이 지어주지 않고 부모, 즉 나루히토와 마사코가 의논해서 지은 것이다. 맹자의 구절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아이코의 왕실 이름은 토시노미야 아이코 나이신노(敬宮愛子內親王)이다.

 

나루히토 왕세자, 마사코 왕세자비, 아이코 공주의 나들이. 이들의 개가 빠져 있는데 개의 이름은 유리). 2015년.  이들에게는 유리 이외에도 큰 개 두마리가 더 있다. 정치지도자나 왕족들이 개를 기르는 것은 동물애호가 협회로부터 지지를 받기 위해서라고 한다. 아이코는 얼룩 송아지. 엄마 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

 

일본 정부는 황실전범의 개정을 검토하기 위해 2005년 10월 전문가위원회(파넬)을 구성하였다. 전문가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남녀 공히 왕위를 계승토록 함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하였다. 몇 달 후인 2006년 1월, 당시 총리대신이던 고이즈미는 의회에서 전문가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인용하여 여자도 왕위를 계승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그래야 왕위가 만세에 안정되게 계승될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대신은 언제 그러한 법안을 제출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언급하지 않았다. 아무튼 그래서 사람들은 무언가 조치가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바로 다음 달인 2006년 2월 나루히토 왕세자의 남동생인 아키시노 왕자와 부인인 키코 왕자비가 아들인지 딸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셋째 자녀를 낳게 되었다는 발표가 있자 남계친에 의한 황위 계승 조항을 개정하겠다는 제안은 돌연 잠잠해 졌다.

 

세살 당시의 히사히토

 

2006년 9월 6일, 키코 왕자비는 아들을 낳았다. 히사히토(悠仁親王: 히사히토신노)이다. 히사히토는 남자이므로 현행 황실전범에 의해 삼촌인 나루히토 왕세자와 아버지인 아키시노에 이어 현재로서 왕위 계승 3위가 된다. 2007년 1월 3일, 당시 총리대신이던 아베 신조(安倍 晋三: 1954-)는 황실전범을 개정하려던 제안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나루히토 왕세자의 유일한 소생인 아이꼬가 일왕이 되도록 황실전범을 개정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황실전범이 개정되어 아이꼬가 일왕이 된다면 현재의 일왕가계는 끊어지게 된다. 또한 추후 일왕이 아들이 없고 딸만 있을 경우에도 계속 이러한 룰이 적용되어야 한다. 일본은 과연 여자가 일왕이 되는 것을 계속 죽어라고 막을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남자만이 일왕이 된다는 현재의 남녀평등에 어긋나는 규정을 목에 칼이 들어와도 유지할 것인가?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이 일본으로서는 문제이다. 여기에서 스웨덴의 예를 생각하지 않을수 없다. 스웨덴은 얼마 전에 아들 딸 가리지 않고 첫 자녀가 왕위를 계승한다고 법을 개정했다. 그리하여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칼 필립 왕자가 왕위 계승 영순위였으나 법이 개정되자마자 장녀인 빅토리아 공주가 다음 왕위 계승자로서 확정되었다. 빅토리아 공주는 평민과 결혼하였는데 빅토리아의 남편은 현 국왕의 가문인 베르나도트 왕조의 일원으로 개명을 하였다. 그러므로 형식적이지만 왕가의 혈통을 끊이지 않도록 했다.

 

2015년 1월 신년하례회에 나타난 일왕 부부와 왕세자 부부. 다들 건강이 좋아보이네요.

 

[2006 작성-2015년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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