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이야기/세기적 로맨스: 심슨

애드워드와의 만남

정준극 2009. 12. 31. 06:26

5. 에드워드와의 만남

 

1933년 에드워드 왕세자(크라운 프린스)의 애인인 퍼네쓰 부인(텔마)이 미국에 일이 있어서 잠시 영국을 떠나 있는 사이에 심슨부인(윌리스)은 아예 에드워드의 애인이 되었다. 말이 고상해서 애인이지 실은 정부(情婦: 미스트레스)였다. 에드워드의 아버지인 조지 5세 국왕은 앞으로 대영제국의 국왕이 될 에드워드가 이 여자 저 여자와 놀아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속이 상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그래서 안되겠다 싶어서 믿을만한 시종을 시켜 현장을 잡으라고 지시했다. 국왕의 시종들은 놀라운 솜씨를 발휘하여 에드워드와 심슨부인이라고 하는 미국 여인 월리스가 침대에 함께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보고를 받은 조지 5세는 대노하였다. 당장 에드워드를 불러 단단히 꾸중을 하였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사람이 그러면 안되는데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딱 잡아떼었다. 조지 5세는 아들이 그런 일이 없다고 하는데야 할 말이 없었다. 그런 사건이 있은후 참으로 남녀간의 일이란 알다가도 모를 일이어서 에드워드는 그야말로 월리스에게 더욱 마음을 빼앗겼다. 월리스가 에드워드의 애인인 퍼네쓰부인을 제치고 그 자리에 올라앉게 된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리고 윌리스는 내친 김에 에드워드의 옛 애인인 영국계 미국인인 프레다 더들리 워드(Freda Dudley Ward)가 에드워드의 근처에도 얼씬하지 못하도록 수를 썼다. 프레다 워드는 직물사업으로 돈을 많이 번 유명한 워드 가문의 상속녀였다.

 

에드워드와 월레이스 심슨

                       

에드워드는 심슨부인(윌리스)이 유부녀라는 것도 생각지 않고 그에게 푹 빠졌다. 사실 월리스는 별로 잘 생긴 여자도 아니었다. 예쁜 여자라면 에드워드의 주변에 얼마든지 있었다. 그런데도 에드워드는 별로 미인도 아닌 유부녀 윌리스의 노예가 되었다. 어떤 점이 에드워드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사정을 얘기하자면 한이 없겠지만 대충 따져보면, 우선 윌리스는 말솜씨가 뛰어났다. 아주 재치 있는 농담을 잘 했다. 그저 함께 있으면 재미있다. 시간 가는줄 모르고 윌리스의 얘기에 빠져 들어간다. 그렇다고 해서 윌리스가 고춘자씨처럼 만담을 잘 한다는 것은 아니다. 윌리스는 에드워드가 우울하게 보이면 누구보다도 먼저 위로의 말을 하여 마음을 풀어주었다. 에드워드가 심각한 기분이면 가벼운 조크로서 기분을 전환케 해주었다. 에드워드가 기분이 좋아서 누군가로부터 브라보 소리를 듣고 싶을 때면 맞장구를 쳐 주었다. 대단한 센스였다. 그러니 에드워드가 좋아하지 않을수 없었다. 어느날 에드워드는 버킹엄 궁전에서의 연회에 윌리스를 초청하고 어머니인 메리 왕비에게 과감히 소개하였다. 어머니는 아들인 왕세자가 문제의 여자를 소개하자 어쩔수 없이 인사를 나누긴 했지만 속은 편치 않았다. 과연, 에드워드가 미국인 유부녀 여친을 버킹엄궁전의 연회에 데리고 와서 왕비에게 인사까지 시켰다는 소리를 들은 아버지 조지 5세는 혈압이 올라 어쩔줄 몰라 했다고 한다. 왕실 법도에 따르면 이혼녀는 궁전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버킹엄 궁전. 심프슨부인은 이곳의 여주인이 될뻔했다.

                   

에드워드는 윌리스의 마음을 어떻게 해서든지 자기에게 붙잡아 두기 위해 윌리스에게 돈과 보석을 그저 시도 때도 없이 주었다. 이 사항을 설명한 영어 원본에서는 ‘에드워드가 윌리스에게 돈과 보석을 샤워처럼 뿌렸다’(Edward showered Wallis with money and jewels.)고 했다. 그렇게 뇌물을 써서 그런지 에드워드는 1935년 2월과 연말에 두 번에 걸쳐 윌리스와 함께 유럽으로 휴가여행을 갔었다. 에드워드의 시종들은 에드워드가 왕세자로서 공식의무를 소홀히 하자 ‘전하! 그리하면 아니되옵니다! 통촉하여 주옵소서’라고 수없이 말했지만 사랑인지 뭔지에 눈이 먼 에드워드에게는 마이동풍이었다. 버킹엄은 에드워드에게 특별정보요원을 붙여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샅샅이 보고토록 했다. 특별정보요원의 보고에 의하면 윌리스는 에드워드와 불륜을 저지르면서도 에드워드 몰래 또 다른 남자와 밀회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만일 사실이라면 참으로 대단한 여자가 아닐수 없었다. 보고에 의하면 윌리스의 비밀 파트너는 미국 포드자동차회사의 중역으로 여자관계가 복잡한 가이 마르커스 트런들(Guy Marcus Trundle)이라고 한다. 물론 좀 확실치 않은 점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런들을 오래 동안 알고 지내는 발 베일리(Val Bailey)대위의 얘기이고 보면 신빙성이 있는 얘기가 아닐수 없다. 발 베일리는 자기 어머니가 십여년간이나 트런들과 그렇고 그런 관계를 맺으며 지낸 일이 있기 때문에 트런들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다.

 

'윈저공부인의 비밀스런 삶'. 챨스 히검 지음. 심슨의 부인으로서 에드워드와 데이트하면서도 다른 남자를 만났다. 그의 삶은 비밀 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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