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이야기/제정러시아 니콜라스 황제

어머니는 덴마크 공주

정준극 2010. 1. 2. 05:09

덴마크의 다그마르 공주

 

니콜라스 2세의 아버지는 제정러시아의 짜르인 알렉산더 3세이며 어머니는 덴마크의 공주인 마리아 페오도로브나였다. 마리아 페오도로브나는 결혼 전에는 다그마르라는 이름이었으나 제정러이사로 시집오고나서는 이름을 러시아 식으로 고쳤다. 당시의 관례가 그랬다. 하여튼 니콜라스 2세의 장인어른은 덴마크 국왕인 크리스티안 9세가 된다. 니콜라스 2세의 할아버지는 알렉산더 2세이며 할머니는 독일 출신의 마리아 알렉산드로브나였다. 할머니는 독일 헤쎄 왕가의 출신으로 결혼 전에는 마리(Marie)라는 이름이었는데 결혼하고 나서 마리아 알렉산드로부나가 되었다. 니콜라스 2세에게는 형제가 여럿 있었다. 세명의 남동생과 두명의 여동생이 있었다. 알렉산더, 게오르게, 미하엘은 남동생들이었으며 세니아(Xenia), 올가는 여동생들이었다. 니콜라스 2세는 아버지를 무척 존경했다. 아버지 알렉산더는 장대한 체구여서 어린 니콜라스에게는 언제나 듬직한 존재였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무척 사랑했다. 덴마크 왕실에서 곱게 자랐다가 추운 나라인 러시아로 시집온 어머니가 여린 모습이어서 더구나 지극히 위했다. 황태자(짜레비치)인 니콜라스는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어린 니코라스를 업고 있는 어머니 마리아 페오

 

아버지의 사촌, 즉 니콜라스에게는 당숙이 되는 사람으로 니콜라스 니콜라에비치 대공이 있었다. 니콜라스와 첫 이름이 같아서인지 두 사람은 남달리 가깝게 지냈다. 사람들은 니콜라스 니콜라에비치 대공과 장차 황제가 될 니콜라스를 구별하기 위해 니콜라스 니콜라에비치대공을 니콜라샤(Nikolasha)라고 불렀다. 훗날 니콜라스는 독일 출신의 알릭스 공주와 결혼하였다. 알릭스 공주는 친정 쪽으로 그리스국왕 게오르게 1세, 덴마크 국왕 프레데릭 3세, 영국 황태자비 알렉산드라의 조카가 된다. 영국의 알렉산드라는 훗날 빅토리아 여왕의 뒤를 이어 국왕에 오른 에드워드 7세의 왕비이다. 니콜라스와 왕비인 알릭스, 독일의 빌헬름 황제는 모두 영국 조지 5세의 사촌들이다. 니콜라스와 빌헬름은 직접 사촌은 아니지만 두 사람 모두 프러시아의 프레데릭 빌헬름 3세의 후손이라는 점에서 먼 사촌이 된다. 아무튼 유럽의 왕실들은 결혼으로 서로 얽히고 설켜서 한치 건너면 사촌간이고 두치 건너도 사촌간이었다.

 

니콜라스의 어머니 마리아 페오도로브나. 1912년. 

 

차레비치 시절

 

1881년, 니콜라스가 13세 되던 해에 할아버지인 짜르 알렉산더 2세가 살해되었다. 니콜라스의 아버지가 짜르 알렉산더 3세로서 황제가 되었으며 그 통에 니콜라스는 자동적으로 황태자가 되었다. 니콜라스의 가족들은 할아버지가 반군에 의해 피살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였다. 반군들은 새로운 짜르인 니콜라스의 아버지와 가족들을 보안상의 이유로 생페터스부르크 교외에 있는 가치나(Gachina)궁전으로 옮겨 지내도록 했다. 니콜라스는 이곳에서 장래의 짜르로서 교육을 받으며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니콜라스의 아버지인 알렉산더 3세가 짜르가 된지 9년후, 러시아는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완성하였다. 당시 니콜라스는 이미 20세가 지난 당당한 청년이었다. 아버지 알렉산더 3세는 황태자인 니콜라스를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고 멀리 여행을 다니며 견문을 넓히도록 했다. 이를 ‘황태자의 동방여행’(Eastern Journey)이라고 불렀다. 니콜라스에게는 세상을 볼수 있는 중요한 여행이었다.

 

결혼 직후의 니콜라스와 알렉산드라

 

니콜라스는 황태자로 있을 때 발레 댄서인 마틸데 크세씬스카(Mathilde Kschessinska)라는 여자와 좋아서 지낸 일이 있었다. 이 사실을 안 니콜라스의 부모는 니콜라스를 어서 결혼시켜 마음을 잡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니콜라스의 아버지는 프랑스와의 유대강화를 위해서 프랑스의 왕세자인 필립의 딸 헬렌(Helene)공주와 결혼시키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니콜라스는 싫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떻게 알았는지 독일 헤쎄-다름슈타트 공국의 알릭스 공주와 결혼하겠다고 나섰다. 아마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니콜라스에게 ‘알릭스 공주가 인물도 관찮고 성품도 참하므로 신부 감으로 훌륭하다’고 자꾸 말했기 때문에 마음이 기울었던 모양이었다. 알릭스 공주의 어머니인 알리스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둘째 딸이었고 아버지는 헤쎄의 대공 루이 4세였다. 그리하여 니콜라스와 알릭스의 혼사는 추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