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이야기/제정러시아 니콜라스 황제

겨울궁전까지 밀려온 혁명의 물결

정준극 2010. 1. 2. 05:14

8. 겨울궁전까지 밀려온 혁명의 물결

 

러시아가 일본에게 패한 사실은 러시아뿐만 아니라 전유럽에 충격을 안겨주었다. 지금까지 유럽의 국가들은 유럽 내의 국가들과 전쟁을 하며 이기기도하고 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유럽이 아닌 저 아시아의 섬나라와 전쟁을 하여 유럽의 대국인 러시아가 참패를 당한 것이다. 믿을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노일전쟁의 패배로 러시아 전역에서는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부유한 귀족사회에 대한 거부감이 팽배해졌다. 그러면 결국 어떻게 되는가? 정부가 붕괴되고 귀족사회가 몰락하기 시작한다. 이어 혁명이 뒤따른다. 1905-06년의 혁명은 그렇게하여 일어났다. 반정부 시위대는 생페터스부르크의 겨울궁전 앞까지 밀어닥쳤다. 경찰은 시위자들에게 겁을 주어 해산하기 위해 공포탄을 쏜다는 것이 그만 실탄을 쏘았다. 수많은 시위자들이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모스크바의 크렘린 앞에서의 시위에서는 시위자들이 던진 사제폭탄으로 마침 크렘린을 나오던 황제의 삼촌 세르게이 로마노프 대공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흑해함대는 반란을 일으켰고 철도파업은 다른 분야에까지 확산되어 전국이 마비되었다. 그런 소요가 한 달 이상이나 계속되었다 니콜라스 2세는 사태가 이렇게 발전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니콜라스는 모든 것이 속상하여 화만 냈다. 황제가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그런 심정이 잘 표현되어 있다.

 

겨울궁전에 진입한 폭도들이 궁전내부에서 빈둥거리며 쉬고 있다. 그림이라도 한점 가져갔더라면 지금쯤...

 

“(오마니 전상서! 일기불순하온대 오마니 기체후 일향만강하옵시며...이렇게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요즘엔 신문을 보기가 지겹습니다. 학교에서도, 공장에서도 온통 파업뿐입니다. 경찰들이 살해되고 근위대와 정부군도 공격을 받아 피해를 보았습니다. 폭동, 반란, 무질서뿐입니다. 그런데도 장관들이란 사람들은 마치 겁에 질린 암탉들처럼 웅크리고 있기만 합니다. 모여서 무슨 해결책을 강구해야 하는데 그저 떠들기만 하고 자기들의 일신상의 안전만 지킬 궁리를 합니다. 요즘 며칠 동안은 어쩐 일인지 거리가 쥐죽은 듯 조용합니다. 그러나 이런 적막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는 모두들 잘 알고 있습니다. 모두들 무슨 일이 곧 터질 것만 같아 겁에 질려 있을 뿐입니다. 군대는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위대들이 정적을 유지하고 있으면 군대로서도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여름철에 천둥과 번개가 내려치기 직전의 어두컴컴한 날씨와 같습니다. 모두들 신경들이 날카로워 있습니다. 물론 오래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무언가는 터지고 말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혁명의 와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행정은 완전히 무질서 그 자체입니다. 이것이 더 두려운 일입니다. 이만 총총”

 

겨울궁전으로 진격하고 있는 시위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