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이야기/제정러시아 니콜라스 황제

페트로그라드의 폭동

정준극 2010. 1. 2. 05:19

13. 페트로그라드의 폭동

 

1915년 봄과 여름동안에 전사하거나 부상당한 제정러시아 군대의 숫자는 1백40만명이었다. 그리고 97만6천명은 포로로 잡혀갔다. 1915년 8월 초에는 폴란드의 바르샤바가 함락되었다. 외지에서 패배가 계속되자 러시아 국내는 겉잡을수 없는 혼란 속에 빠져 들어갔다. 처음에는 폴란드의 독일계 상점들이 약탈의 대상이 되었다. 독일식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상점이나 공장 또는 시골의 농장들은 여지없이 파괴되었다. 그러다가 패전이 계속되자 백성들은 폭도로 변하여 정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폭도들은 적국인 프러시아 출신의 왕비를 수녀원으로 보내어 연금토록 하고 황제는 폐위시키며 요승 라스푸틴은 교수형에 처하라고 요구했다. 물론 니콜라스는 이러한 소리에 귀도 기울이지 않았다. 잠시 귀병에 걸렸던 모양이다. 의회(Duma)가 비상소집되어 특별방어위원회(Special Defence Council)가 구성되었다. 위원들은 의회 의원들과 황제의 장관들이었다. 그 이전인 1915년 7월, 차르의 사촌인 덴마크왕 크리스티안 10세는 니콜라스에게 특사를 보내어 자기가 전쟁종식의 중재역할을 맡겠다고 제안했다. 덴마크 국왕의 특사는 런던과 베를린도 여러번 방문하여 평화회담을 준비하였다. 특사는 페트로그라드에서 니콜라스의 어머니도 만나 평화를 설득하였다. 그러나 니콜라스는 덴마크의 제안을 묵살하였다. 참고로 말하면 니콜라스의 어머니는 덴마크의 공주였다.

 

1917년 생페터스부르크에서의 군대 시위. 이들은 '10명의 자본주의자 장관들을 파면하라' '모든 권력은 노동자, 농민, 군인의 대표 및 사회주의자 장관들에게 이양하라' '니콜라스 2세를 베드로-바울 요새에 연금하라' 라는 요구사항을 플라카드에 써서 시위하였다. 

 

니콜라스는 전쟁장관을 교체하는 등 새로운 국면을 마련해 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러시아군은 계속 후퇴를 거듭했다. 니콜라스는 알렉산드라 왕비에게 차르로서 직접 전선에 나아가 병사들과 함께 있는 것이 하늘이 차르에게 맡긴 사명이라고 말했다. 병사들을 고무하기 위해 일선으로 가겠다는 주장이었다. 니콜라스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전선으로 향했다. 니콜라스는 1915년 9월 폴란드가 모두 독일의 수중에 떨어지자 유능하며 존경 받는 군총사령관인 사촌 니콜라이 니콜라이예비치를 파면하고 스스로 총사령관의 지위에 올랐다. 니콜라스가 일선에 나온 것은 결정적인 실수였다. 더구나 러시아군 총사령부가 있는 모길레프(Mogilev)로부터도 한참 떨어진 전선에 나와 있었기 때문에 명령체계가 제대로 유지되지 못했다. 실제로 전선에서 니콜라스의 역할은 중요하지 않았다. 모든 작전명령은 참모총장인 미하엘 알렉세이에프(Michael Alexeiev)장군이 내렸으며 니콜라스는 군대를 사열하거나 야전병원을 방문하여 부상병들을 위로하고 또는 장교들과 그럴듯한 오찬을 함께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얼마후 페트로그라드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니콜라스는 일선에 나와 있기 때문에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사실상 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니콜라스는 제국이 급격히 몰락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알지 못했다.

 

니콜라스가 전선에 나가 있기 때문에 국내의 정치는 알렉산드라 왕비의 손에 맡겨졌다. 하지만 요승 라스푸틴과의 관계와 또한 왕비가 프러시아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각료들은 왕비를 절대 신임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니콜라스에게 요승 라스푸틴을 제거하라고 여러번 요청하였다. 하지만 왕비가 그를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감싸고 있는 터에 라스푸틴을 제거하려는 노력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러시아의 주요 도시에서는 왕비와 라스푸틴을 함께 비난하는 소리가 점점 높이 터져나왔다. 백성들은 심지어 독일 계통인 알렉산드라 왕비가 러시아의 적국인 독일과 내통하고 있으므로 반역죄로 처형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 페트로그라드: 1차 대전 중에 독일식 명칭인 생페터스부르크를 버리고 슬라브식 표현인 페트로그라드로 변경하였었다. 전쟁 중에는 독일에 대한 혐오심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푸쉬킨의 캐서린겨울궁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