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와 음악/비엔나 오페라극장

라이문트 극장(Raimund Theater)

정준극 2010. 1. 7. 16:44

라이문트 극장(Raimund Theater)

요한 슈트라우스의 ‘집시남작’ 초연

www.musicalvienna.at

6구 봘가쎄(Wallgasse) 18-20

 

뮤지컬 전용의 라이문트극장

 

6구 마리아힐르퍼에 있는 라이문트극장은 아담하면서도 아름다운 극장이다. 1893년 11월에 문을 열었다. 개관기념으로는 오스트리아가 자랑하는 극작가인 페르디난트 라이문트의 작품 Die gefesselte Phantasie(속박 당한 환상)가 무대에 올려졌다. 실상 라이문트극장이라는 명칭도 페르디난트 라이문트를 기념하여 붙인 것이다. 라이문트극장은 ‘비엔나시민극장연맹’(Wiener Volkstheater-Verein)이라는 단체가 지원하여 건설되었다. 비엔나 유지들로 구성된 이 단체는 연극을 제대로 접하지 못하는 변두리의 서민들을 위해 극장을 세워주고 공연을 주선해 주는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그렇다고 아무런 공연을 해서는 안되었다. 주로 애국적인 전통연극, 서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버라이어티 쇼, 징슈필(오페레타의 비슷한 음악극) 등을 공연토록 했다.

 

위대한 극작가인 페르디난트 라이문트

 

라이문트극장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된 것은 1908년 오페레타를 공연하기 시작하고부터였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집시 남작’이 초연되었다. 대성공이었다. 로베르트 슈톨츠의 Das Glücksmädel(행운의 아가씨)과 Dreimäderlhaus(세아가씨의 집)는 너무나 인기를 끌어서 1916년부터 1927년까지 10년동안 1,200회의 공연을 가지는 대성황이었다. ‘세아가씨의 집’은 슈베르트의 음악을 인용하여 작곡한 것으로 누구든지 좋아하는 고전적 음악극이었다. 라이문트극장은 2차 대전의 포화 속에서도 피해를 입지 않고 견디어 냈다. 물론 전쟁이 격심해지자 문을 닫았지만 전쟁이 끝난 직후인 1945년 4월 25일 다시 오픈할수 있었다. 재개관 기념공연은 비엔나가 가장 사랑하는 오페레타 작곡가인 슈톨츠의 Dreimäderlhaus(세아가씨의 집)이었다. 1948년 루돌프 마리크(Rudolf Marik)가 극장장이 되어 거의 30년 동안 활동하면서 극장의 면모를 일신코자 노력했다. 루돌프 마리크는 비엔나의 저명한 흥행인이었다. 그는 라이문트극장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유명한 오페레타 성악가들을 초청하여 유럽에서도 일류의 오페레타 극장으로 만들고자 노력했다. 결과, 오페레타 성악가들 사이에서는 독일어 오페레타로서 명성을 얻으려면 우선 라이문트극장을 거쳐야 한다는 공식이 성립될 정도가 되었다. 루돌프 마리크에 의해 라이문트극장을 빛낸 오페레타 성악가들로서는 한지 니제(Hansie Niese), 파울라 베셀리(Paula Wessely), 아틸라 회르비거(Attila Hoerbiger), 칼 스크라우프(Karl Skraup)등을 들수 있다. 라이문트극장에서는 1976년 이후 간혹 뮤지컬도 공연하였다. 예를 들면 쿠르트 봐일의 Lady in the Dark(어둠 속의 부인)이었다.

 

밤의 라이문트극장

 

라이문트극장은 1980년대 중반에 들어서서 뮤지컬극장으로서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우선 1985년에 극장 내부를 재단장하여 새롭게 오픈했다. 재개관기념으로는 갈라인 Seinerzeit(그 세월)이 무대에 올려졌다. 추억의 그 시절 공연이었다. 이어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인 1988년에는 뮤지컬 ‘레미제라블’과 ‘코러스 라인’이 공연되었다. 대성황이었다. 비엔나 시민들은 뮤지컬의 멋과 맛을 알기 시작했다. 1990년에는 ‘오페라의 유령’(Phantom of the Opera)이 공연되었다. ‘오페라의 유령’은 그 전에 테아터 안 데어 빈에서 공연되었으나 별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었다. 그러나 라이문트극장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전혀 새로운 무대장치였다. 정말로 천정에서 샹들리에가 그네를 타듯 움직이는가 하면 동굴장면은 환상 그 자체였다. 비엔나에서 라이문트극장의 ‘오페라의 환영’을 보지 못한 사람은 어디 가서 얘기 축에도 끼지 못할 정도였다. 라이문트극장은 뮤지컬극장으로서 완전한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1993년은 라이문트극장 창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였다. 뮤지컬 Kiss of the Spider Woman(거미부인의 키스)을 독일어로 번역하여 공연했다. 이듬해에는 Grease(그리스)가 오스트리아 초연을 가졌으며 1995년에는 Beauty and the Beast(미녀와 야수)의 유럽 초연이 있었다. 1997년 가을에는 로만 폴란스키(Roman Polanski) 제작의 Dance of the Vampires(뱀파이어의 댄스)가 세계 초연되었다. ‘뱀파이어의 댄스’는 전체 공연기간중 무려 8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여 라이문트극장의 이름을 세계에 알렸다. 이어 Joseph and the Amazing Dreamcoat(조셉과 놀라운 꿈코트)가 공연되었고 그 후에는 새로운 제작의 히피 뮤지컬인 Hair(헤어), 그리고 2002년 9월에는 Wake Up(웨이크 업)의 초연되었다. 라이문트극장은 비엔나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뮤지컬의 선두에 서게 되었다. 2004년 3월에는 데이브 스튜워트(Dave Stewart)의 로크 뮤지컬 Barbarella(바바렐라)가 세계 초연되었으며 2005년에는 셰익스피어 원작을 제라르 프레스구프비츠(Gerard Presgurvic)가 뮤지컬로 만든 Romeo & Juliet(로미오와 줄리엣)의 독일어 버전이 공연되었다. 2006년 9월에는 마이클 쿤츠(Michael Kunze)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의 신작 뮤지컬 Rebecca(레베카)가 초연되었다.

 

라이문트극장에서 공연되 뮤지컬 루돌프의 포스터

 

2008년 1월에는 그룹 퀸(Queen)의 오리지널 멤버들이 출연하는 We Will Rock You가 무대에 올려졌다. 이 뮤지컬은 사상 처음으로 티켓 예매제를 실시하여 9만장을 판매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그룹 퀸의 오리지널 멤버인 로저 테일러와 브라이언 메이가 피날레 스테이지에 등장하여 팬들의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다. 가장 최근의 공연은 2009년 2월의 Rudolf - The Meyerling Affair(루돌프 - 마이엘링 어페어)였다. 비엔나극장연맹의 제작이었다. 루돌프는 프란츠 요셉 황제와 엘리자베트 왕비의 유일한 아들로서 대제국의 왕위를 계승할 황태자였으나 애인 마리아 베체라와 함께 황실 사냥숙사인 마이엘링에서 이루지 못할 사랑을 비관하여 동반자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