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와 음악/영화 아마데우스

영화의 실제 주인공은 살리에리

정준극 2010. 1. 20. 22:29

[아마데우스의 줄거리] - 살리에리에 대한 스토리

 

요셉 빌리브로트(Joseph Willibrod)가 그린 안토니오 살리에리

 

영화는 1823년으로부터 시작한다. 비엔나에 있는 어떤 정신병원이다. 이 영화의 타이틀은 ‘아마데우스’이지만 실제 주인공은 살리에리이다. 살리에리가 늙고 추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어느덧 73세의 고령이 되었다.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지도 32년이 지났다. 살리에리는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있다. 그는 자기가 모차르트를 죽였다는 죄책감 때문에 몇 번이나 자살하려고 마음먹었다. 바로 얼마 전에도 칼로 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미수에 그쳤다. 하나님을 원망하던 살리에리는 이제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면서 하나님께 용서를 구해야 했다. 어느날, 병원당국은 살리에리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므로 세상을 떠나기 전에 고해를 받기위해 인근 교구성당에서 어떤 젊은 신부를 불러 온다. 젊은 신부를 만난 살리에리는 처음에는 ‘내가 왜 이 젊은이에게 고해를 해야 하나?’라면서 못마땅한 눈치였으나 마침내 모차르트와 자기와의 지나간 사연들을 털어 놓는 고해를 시작한다. 살리에리의 독백성 고해로 시작하는 영화 ‘아마데우스’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살리에리의 지난날에 대한 회고로 마무리된다. 살리에리의 고해는 밤을 새고 다음날 아침까지 이어진 것 같다. 그만큼 사연이 길었던 것이다. 영화는 살리에리가 과거를 회상하는 플래쉬백(Flashback) 형식으로 진행된다.

 

콘스탄체가 모차르트의 악보를 가지고와서 살리에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살리에리는 자기의 유년시절을 회상한다. 자기가 얼마나 하나님을 경외하였으며 얼마나 성당에서 열심히 봉사하였고 또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였는지, 그리고 만일 자기의 삶이 음악에 헌신하는 것이 된다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독신으로 살 결심까지 했던 것을 회상한다. 그런 살리에리에게 아버지는 장사하는 사람이 되라고 요구한다. 살리에리는 장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운명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기적’이 일어났다. 아버지가 식사를 하는 중에 음식이 목에 걸려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이다. 살리에리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음악에 전념할수 있게 되었다. 살리에리는 하나님이 자기를 위해 ‘기적’을 베푸신 것이라고 믿었다. 장면은 바뀌어 어느덧 18세기 음악의 중심지인 비엔나이다. 살리에리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인 요셉2세(마리아 테레자 여제의 장남)에게 봉사하는 궁정작곡가가 되었다. 살리에리는 작곡가로서 재능을 인정받아 높은 지위에 오르고 명성을 쌓게 되었다. 살리에리는 경건한 신앙이 보상을 받은 것이라고 믿어 하나님께 감사한다.

 

다시 장면은 바뀌어 이번에는 모차르트가 파트론인 잘츠부르크의 대주교 히에로니무스 폰 콜로레도(Hieronymus von Colloredo)을 만나기 위해 비엔나에 도착한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라는 천재가 대주교 궁전에서 자기의 작품을 지휘한다는 소식을 듣고 ‘도대체 어떤 청년이기에 모두들 신동이라고 그러는가?’라는 궁금증 때문에 은밀히 모차르트를 관찰하러 간다. 살리에리는 연주회가 시작되기 전에 우연히 사람이 없는 빈 방에서 어떤 청년이 아직 어리게만 보이는 아가씨와 함께 천방지축의 버릇없고 불경스러운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본다. 그 청년은 음탕하기까지 했다. 나중에 보니 바로 천재작곡가라고 하는 모차르트였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에 대하여 실망감을 금할 길이 없다. 하지만 그의 음악을 듣고 나서는 모차르트야 말로 하나님으로부터 놀라운 재능을 부여받은 특별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살리에리는 ‘오, 하나님이시여, 어찌하여 저 불손하고 외설스러운 청년에게는 저토록 고귀한 음악적 재능을 주셨는데 나에게는 주지 않으셨나이까?’라는 생각을 갖는다.

 

파티에 열중하고 있는 모차르트. 천박한 웃음으로 시선을 끌고 있다.

                     

1781년 모차르트가 처음으로 요셉2세 황제를 알현하게 되었다. 요셉2세가 모차르트를 불렀던 것은 모차르트에게 독일어로 된 오페라를 의뢰하기 위해서였다. 모차르트를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던 요셉2세는 그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여 작곡을 의뢰키로 결정했던 것이다. 모차르트는 어릴 때에 쇤브룬 궁전의 마리아 테레자 여제와 가족들 앞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연주한 일이 있다. 황제가 모차르트에게 관심이 크다는 것을 눈치 챈 살리에리는 모차르트를 위해 소품이지만 ‘환영행진곡’을 애써서 만들어 황제를 기쁘게 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밤새도록 노력하여 피아노 소품 한곡을 만들었다. 모차르트는 요셉2세를 만날 때에 처음으로 모차르트 특유의 피치가 높은 유치한 웃음소리를 낸다. 그 웃음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안하무인과 같은 버릇없는 웃음에 거부감을 갖게 된다. 그리고 마치 자기를 조롱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모차르트의 이 특이한 웃음소리는 영화의 전편을 통하여 사뭇 자주 들린다. 요셉2세 황제는 궁정작곡가인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위해 피아노 소품을 작곡했다고 하자 이를 가상히 여겨 기왕이면 그 환영행진곡을 직접 연주하여 모차르트를 환영하겠다고 나선다. 요셉2세가 초견으로 더듬더듬 피아노를 연주할 때에 모차르트가 시종의 안내를 받아 입장한다. 모차르트는 요셉2세가 연주하는 곡을 단 한번 먼발치에서 듣고서 즉흥적으로 변주곡을 만들어 연주한다. 살리에리의 소품은 어느덧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Non piu andrai(이제는 더 이상 날지 못하리)가 되어 웅장하고 화려하게 펼쳐진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그저 놀람을 금치 못한다.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환영하는 의미에서 작곡한 행진곡 소품을 모차르트가 즉흥적으로 변주곡을 만들어 연주해 보이고 있다.

                            

살리에리는 어찌하여 하나님은 저토록 버릇없고 건방진 모차르트를 통하여 신의 위대한 섭리를 보이시는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점차 지금까지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의지하기만 했던 자기의 신앙에 대하여 의구심을 갖는다. 살리에리는 하나님이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통하여 자기의 음악을 평범하다고 비하하며 심하게 조소하고 있다고 믿기 시작한다. 살리에리는 하나님을 원망하기 시작하고 하나님에게 대들 생각을 한다. 또한 모차르트 때문에 자기가 하나님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믿어서 모차르트에게 복수할 기회만을 노린다. 그러는 중에서 영화에서는 모차르트가 나름대로 하나님의 시련을 받으면서 어느 때는 고난을 받고 또 어느 때는 기쁨을 갖는 장면이 살리에리가 하나님과 투쟁하는 장면과 대조적으로 삽입되어 나온다. 모차르트는 비엔나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음악을 환영하자 프라이드를 가진다. 그러나 황제의 궁정을 이탈리아 사람들이 장악하고서 음악이 아닌 자기들의 이익만을 위해 치사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분개한다. 모차르트는 기성의 음악가들을 불신하기 시작한다.

  

작곡에 열중하고 있는 모차르트. 아마 오페라 '마술피리'를 작곡하고 있는 듯.  

                                 

모차르트는 콘스탄체와 결혼하고 이어 아들 칼(Karl)이 태어나자 가정의 행복을 느낀다. 아버지 레오폴드가 비엔나의 모차르트를 찾아와 방탕하고 절제를 모르는 생활을 크게 꾸짖는다. 모차르트는 친구들과 환락에 빠져 결국은 궁색한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아버지 레오폴드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자책이 섞인 비탄에 빠지기도 한다. 모차르트의 생활은 점전 곤궁해진다. 돈을 쓸 곳은 많아지지만 작곡을 의뢰하는 건수는 줄어들고 있다. 하루는 콘스탄체가 모차르트의 악보를 가지고 살리에리를 찾아와서 돈많은 후원자들에게 보여주고 돈 좀 받게 해 달라고 부탁까지 한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곤궁한 생활을 알게 된다. 마침내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에게 복수할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다. ‘신이 사랑하는 자’(아마데우스라는 단어의 뜻)를 도구로 이용하여 복수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에게 이길수 있는 복잡한 음모를 꾸민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에게 이기는 것이 하나님과의 투쟁에서 이기는 것이라고 믿는다. 살리에리는 얼마전 비엔나를 찾아 왔던 레오폴드가 모차르트를 만나기 위해 가면 파티장에 갔을 때 레오폴드가 썼던 가면과 의상을 생각해 낸다. 살리에리는 세상 떠난 레오폴드에 대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레오폴드가 썼던 가면과 의상을 입고서 모차르트를 찾아간다. 신분을 가린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에게 진혼곡(Requiem)의 작곡을 의뢰하며 착수금으로 상당한 돈을 내놓는다. 그러면서 완성이 되면 더 넉넉하게 사례를 하겠다고 약속한다. 돈이 없어서 쩔쩔매던 모차르트로서는 미지의 작곡의뢰인이 마치 구세주와 같았다. 모차르트는 미지의 남자(살리에리)의 진짜 속셈을 모른 채 아마도 가장 위대한 작품이 될 진혼곡 D 단조를 작곡하기 시작한다. 살리에리는 진혼곡의 작곡을 재촉함으로서 방탕한 생활로 이미 쇠약해진 모차르트를 끝내는 죽음으로 몰아갈 생각이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장례식에서 모차르트가 완성한 진혼곡을 마치 자기가 작곡한 것처럼 연주토록 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그리하면 사람들이 ‘아, 살리에리는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가? 세간에서는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질투하고 시기한다고 했는데 절대로 그렇지 아니하지 않는가? 보라, 살리에리는 모차르트를 위해 저토록 훌륭한 진혼곡을 작곡하지 않았는가! 참으로 얼마나 고상한 우정인가!’라고 말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하나님은 자기가 사람들로부터 그렇게 존경받는 것을 그대로 우두커니 바라만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피아노협주곡을 직접 연주하고 있는 모차르트(어릴때 마리아 테레자 여제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했던 쇤브룬궁전이다.)

 

모차르트는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미지의 남자(살리에리)가 의뢰한 진혼곡 이외에도 친구 쉬카네더가 느닷없이 요청한 오페라 ‘마술피리’의 작곡을 위해 그야말로 침식을 잊고 일에만 열중하였다. 결과, 모차르트의 건강은 점차 악화되어갔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진혼곡과 오페라를 동시에 작곡해야 했다. 콘스탄체는 모차르트가 돈도 벌지 못하고 밤을 지새며 작곡에만 매달려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술에 절어 있는 것을 보고 아들 칼을 데리고 집을 나간다. 모차르트는 마침내 ‘마술피리’의 공연 중에 기진하여 쓰러진다. 마침 ‘마술피리’를 은밀히 관람하고 있던 살리에리가 쓰러진 모차르트를 얼른 마차에 태워 집으로 데려 간다. 모차르트는 살리에리가 자기를 보살펴 준 것을 보고 감격한다. 그리고 진혼곡의 마지막 부분을 살리에리에게 받아 적도록 하여 마침내 동이 트기 전에 완성한다. 그런후에 모차르트는 영원한 잠에 빠진다. 살리에리는 마침내 그가 바라던 진혼곡이 완성된 것을 보고 크게 흡족해 한다. 그리고 안도의 심정에서 방 한쪽 구석에서 잠에 빠진다. 집을 나갔던 콘스탄체가 아들 칼과 함께 아무래도 마음이 걸려 집에 돌아온다. 콘스탄체는 남편 모차르트가 밤새 작곡한 사실을 알고 진혼곡의 악보를 책장에 넣고 열쇠로 잠근다. 살리에리는 그 악보를 자기가 가져가야 하는데 콘스탄체가 챙겨놓자 당황한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와 함께 완성한 진혼곡의 악보를 자기가 가지고 가서 다시 정리해야 한다고 핑계를 대며 설명하지만 콘스탄체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콘스탄체가 잠들어 있는 모차르트를 깨우고자 한다. 하지만 모차르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진혼곡은 손에 넣지 못한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시신이 공동묘지의 구덩이에 던져 넣어질 때에 더 할수 없는 무기력함을 느낀다.

 

영화의 마지막은 정신병원에 있는 살리에리가 자기와 모차르트의 관계에 대한 얘기를 끝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살리에리의 얘기를 밤새도록 들었던 젊은 신부는 살리에리를 통한 하나님의 섭리에 커다란 충격을 받는다. 살리에리는 하나님이 살리에리를 하나님의 영광을 조금이라도 빛나게 하는데 사용하지 않으시고 대신 모차르트를 죽음으로 내모는 일에 사용하였다는 생각이다. 살리에리는 하나님의 뜻을 통하여 자기는 결국 한낱 평범한 음악가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영화는 모차르트의 그 특유한 웃음소리로 막을 내린다. ‘아마데우스’의 주인공은 모차르트라기보다는 살리에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