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와 음악/'박쥐' 집중탐구

발레 ‘박쥐’(La Chauve-souris)

정준극 2010. 1. 23. 04:09

발레 ‘박쥐’(La Chauve-souris)

전설적인 롤랑 프티의 안무

 

요한과 벨라의 감옥에서의 빠 드 두

 

프랑스의 전설적인 발레 댄서이며 안무가인 롤랑 프티(Roland Petit: 1924-)가 1979년 요한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박쥐’를 발레로 안무한 작품이 있다. 화려한 안무로 인하여 높은 찬사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박쥐’를 소재로 한 발레는 두어편이 있지만 롤랑 프티의 안무작품이 단연 압권이다. 롤랑 프티의 발레 '박쥐'는 2009년 1월 말 오페레타 ‘박쥐’의 본고장인 비엔나의 슈타츠오퍼(국립오페라극장)의 무대에 처음 올려져서 갈채를 받았다. 롤랑 프티의 발레는 La Chauve-souris라는 타이틀이다. 프랑스어로 박쥐라는 뜻이다. 롤랑 프티는 ‘박쥐’의 무대를 바드 이슐에서 파리의 막심스(Maxim's)로 옮겼다. 기본적으로 La Chauve-souris의 스토리는 오페레타 ‘박쥐’의 스토리와 같다. 다만, 등장인물의 설정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아이젠슈타인은 요한(Johann)으로, 로잘린데는 벨라(Bella)로 바꾸었다. 요한은 아름답고 매력적인 부인 벨라에 대하여 권태기에 들어섰는지 별로 관심이 없다. 두 사람이 저녁에 마주 앉아도 요한은 신문을 끌어당겨 읽을 뿐이다. 어느날 저녁, 요한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막심스에 가서 아가씨들과 춤도 추고 수작도 부리고 싶은 생각이 들어 몰래 집을 빠져 나간다. 다른 사람의 떡이 더 맛있어 보인다는 속담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요한에게는 박쥐와 같은 커다란 날개가 달려 막심스로 훨훨 날아간다.

 

전설적인 발레 댄서이며 안무가인 롤랑 프티. 2009년의 모습

 

벨라는 비록 남편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유부녀임에도 불구하고 주위에는 그를 흠모하는 남성들이 줄을 서 있다. 이번 경우에는 아이들의 가정교사인 울리히(Ulrich)이다. 요한이 막심스로 사라지자 벨라는 이참에 자기도 바람이나 한번 피워볼까라는 생각으로 평소에 사모하느니 어쩌니 하는 울리히를 집으로 오라고 부른다. 울리히는 벨라를 유혹할 기회로 생각하며 들뜬 마음에 찾아온다. 그러나 벨라는 남편을 배반하는 것 같아서 차마 그럴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낌새를 눈치 챈 울리히는 백업(Back-up)작전으로 우선 벨라를 막심스에 데려가 남편이라는 작자가 그곳에서 뭇 여자들과 얼마나 시시덕거리며 놀고 있는 지를 보여줌으로서 남편을 미워하고 자기에게 마음을 주도록 하는 계략을 꾸민다. 다만, 벨라가 막심스에 온 것을 남편이 알아 차리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가면을 쓰도록 한다. 그런데 참으로 예상 밖으로 막심스에 간 벨라는 남자들이 자기를 보고 정신을 잃을 정도로 찬미하자 '아, 이런 세상도 있구나!'라며 생각이 바뀌게 된다. 벨라를 찬미하는 남자들 중에는 이미 와있던 남편 요한도 포함되어 있다. 가면을 쓴 벨라가 자기 아내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요한은 다른 멋있는 아가씨들에 대하여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벨라에게만 접근하여 사랑을 고백한다. 벨라는 요한이 밉기도 하고 우스워 죽을 지경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요한으로부터 진정한 사랑의 고백을 듣자 기분이 새로워진다. 이 모습을 지켜본 울리히는 자기의 백업작전이 실패로 돌아간것 같아 다음 작전을 실행한다.  

 

화려한 왈츠

 

울리히는 요한을 자기의 지갑을 훔친 도둑으로 몰아 경찰을 불러 체포토록 한다. 망신을 주면 요한에 대한 벨라의 마음이 약해질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요한은 주변 사람들의 증언도 있으므로 꼼짝 없이 감옥으로 끌려간다. 감옥에 들어간 요한은 자기에게 이상하게도 커다란 날개가 달려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전날 밤에 막심스로 날아 갔던 기억이 난다. 한편, 벨라는 요한에게 너무 지나치게 행동했다는 후회가 든다. 벨라는 마침 자기를 전부터 몰래 흠모해 왔다는 지방판사를 유혹하여 그와 빽으로 감옥으로 가서 요한을 면회한다. 울리히는 벨라가 남편 요한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을 알고 벨라와 요한을 돕기로 한다. 울리히는 벨라에게 커다란 가위를 준다. 벨라는 가위로 요한의 박쥐 날개를 잘라 원래의 모습대로 만든다. 감옥에서 석방된 요한은 다시 한번 날아가려고 하다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떨어진 곳은 자기 집이었다. 요한과 벨라는 행복하게 화해한다. 이것이 발레 La Chauve-souris(박쥐)의 기둥 줄거리이다.

                       

막심스에서의 꼬르 드 발레(Corps de ballet)

 

발레 ‘박쥐’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요한이 감옥에 있을 때 벨라와 함께 환상적인 춤을 추는 것이다. 벨라는 하얀 옷을 입었다. 천사와 같은 순수성을 보여주는 의상이다. 두 사람의 빠 드 두(pas-de-deux)는 프로코피에프의 발레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춤을 보는 것 같다. 막심스 무희들의 의상은 눈부시게 화려하다. 보르도 레드와 같은 색깔이다. 음악은 요한 슈트라우스의 것을 바탕으로 더글라스 갬리(Douglas Gamley)가 편곡했다.

 

막심스 댄서들의 춤

막심스에서의 요한과 벨라의 빠 드 두  

 

요한과 벨라의 빠드두

평소에 집에서도 하녀에게 눈길을 주고 있는 요한

막심스에서의 헝가리 민속무용 차르다스

울리히와 함께 파티에 가려고 준비하고 있는 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