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성물들/수의와 겉옷(성의)

영화 ‘성의’(The Robe)

정준극 2010. 2. 6. 12:43

영화 ‘성의’(The Robe)

예수를 십자가에 매달아 처형했던 로마군 사령관이 훗날 크리스천이 되어 순교한 내용

성의는 호민관인 마르셀루스가 보관하다가 순교할 때 크리스천 하인인 마르시포르에게 전해줌.

 

 

‘성의’에 대한 영화는 여러 편이 나와 있지만 그 중에서도 1953년, 우리나라가 6.25전쟁을 휴전하던 해에 할리우드에서 만든 The Robe(성의)가 가장 유명하다. 서울에서는 1954년 가을이던가? 그때 쯤해서 중구 저동에 있던 수도극장(나중에 스칼라극장)에서 개봉되었다. 세계에서 처음 제작된 시네마스코프 영화이며 우리나라에서 처음 상영된 시네마스코프 영화였다. 사변후 부흥을 갈구하던 한국의 교회들은 ‘성의’를 통해 선교하기 위해 교인들과 전도대상자들에게 ‘성의’의 관람을 적극 권면하였다. 많은 교회에서 단체관람을 했으며 교인들에게는 입장료가 할인되었다. 영화 ‘성의’를 본 사람들은 우선 그 어마어마하게 큰 스크린에 완전히 압도당했으며 그 다음으로는 여주인공인 진 시몬즈의 청순한 아름다움에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신앙을 지키기 위해 리챠드 버튼(마르셀루스)과 진 시몬스(다이아나)가 손을 잡고 화형장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진한 감동들을 느꼈다고 한다. 당시에 영화 '성의'를 보지 않았으면 어디가서 행세를 하지 못할 정도로 '성의'는 많은 인기를 끌었었다. 사족이지만 을지로 3가의 수도에서 ‘성의’가 상영되고 있는 때에 을지로4가의 국도에서는 로버트 테일러와 에바 가드너가 주연한 ‘원탁의 기사’가 상영되고 있었다. 그것 역시 시네마스코프였다. 서로 자기의 영화가 최초의 시네마스코프라고 주장했던 것이 생각난다.

  

 

영화만큼 영향력이 큰 매체도 없다. 영화의 내용을 믿기 때문이다. ‘성의’ 또는 나중에 나온 ‘벤허’ 등의 내용은 성경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은 것들이다. 주로 종교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스토리를 만든 것들이다. 하지만 그런 영화를 본 사람들은 영화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영화 ‘성의’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고난을 받으셨을 때에 입으셨던 옷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선 스토리부터 알아보자.

 

‘성의’에 등장하는 장소는 고대 로마, 카프리, 유대 땅이며 시기는 기원후 32년으로 되어 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 1년전이다. 로마의 호민관(군단사령관이기도 함)인 마르셀루스 갈리오(Marcellus Gallio)는 황제 티베리우스의 조카로서 다음 황제계승자인 칼리굴라(Caligula)와는 원래부터 사이가 나쁘다. 더구나 칼리굴라와는 다이아나(Diana)를 사이에 두고 라이벌 관계에 있다. 어느날 마르셀루스는 노예시장에서 칼리굴라가 어떤 건장한 그리스 노예를 사려고 하자 라이벌 의식이 동원되어 칼리굴라와 경쟁을 벌인 끝에 더 많은 돈을 치루고 노예를 차지한다. 황제의 조카로서 일개 호민관에게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한 칼리굴라는 티베리우스 황제에게 말하여 마르셀루스를 예루살렘 주둔군 사령관으로 임명한다. 마르셀루스가 황제의 명에 의해 유대 땅으로 가는 배에 올라타려는데 다이아나가 찾아와 그에 대한 사랑을 약속하며 그의 복귀를 위해 황제 티베리우스에게 탄원하겠다고 말한다. 방탕생활에 젖어 있던 마르셀루스는 다이아나의 순수한 사랑에 감동하여 자기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간청한다. 그리스 노예인 데미트리우스가 마르셀루스를 수행하고 있다.

 

예루살렘에 도착한 마르셀루스와 데미트리우스는 예수라는 사람이 백성들의 환호 속에 예루살렘에 나귀를 타고 입성하는 장면을 본다. 마르셀루스는 본디오 빌라도 총독을 보좌하여 로마주둔군 사령관으로서 복무한다. 며칠후 빌라도는 마르셀루스에게 로마로 다시 복귀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고 하면서 황제가 카프리에 있으므로 그를 만나기 위해 카프리에 들려야 할 것이라는 얘기를 해준다. 로마에서 다이아나가 황제에게 탄원한 것이 효과를 보았던 모양이었다. 빌라도는 마르셀루스에게 로마로 귀임하기 전에 예수라는 사람을 십자가에 처형하라고 지시한다. 마르셀루스는 유태인 죄수라는 예수를 골고다에서 십자가에 매달아 처형하고 예수가 입었던 옷을 병사들과의 주사위 놀이에서 이겨 차지한다. 갑자기 폭풍우가 몰려오자 마르셀루스는 노예인 데미트리우스에게 예수가 입었던 옷(성의)으로 자기를 가려달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성의가 마르셀루스의 몸에 닿자마자 그는 갑자기 번뇌로서 고통하며 울부짖기 시작한다. 성의를 가까스로 벗어던진 마르셀루스는 데메트리우스에게 자기를 일부러 죽이려 했다고하며 욕설을 퍼붓는다. 그리고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칼리굴라 황제

 

그런 사건이 있은후부터 마르셀루스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정신이 없을 때도 있으며 특히 거의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린다. 마르셀루스는 겨우 카프리에 도착하여 황제를 배알한다. 마르셀루스는 황제에게 예수와 성의에 대한 얘기를 한다. 황제는 예수라는 사람의 가르침이 종내는 로마의 권위를 파괴할 것이라고 말한다. 황제의 측근에 있는 점술사들은 마르셀루스가 성의의 마법에 걸려 고생을 하고 있다고 하며 어서 속히 성의를 찾아 완전히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황제는 다이아나가 마르셀루스는 간절히 사모하고 있는 것을 아름답게 여겨 마르셀루스에세 성의를 찾아내어 파괴하고 예수를 따르는 자가 있으며 찾아내라는 황제로서의 명령을 내린다.

 

불구의 몸인 루치아가 주님을 찬양하고 있다. 

 

마르셀루스는 상데미트리우스와 성의를 찾기 위해 상인으로 가장하여 갈릴리로 돌아온다. 그는 가나에서 예수를 따르던 사람들과 마을 지도자인 유스투스(Justus)를 만난다. 마르셀루스는 우선 유스투스의 환심을 사고 신뢰를 얻기 위해 나귀를 갖고 싶어 하는 그의 조카에게 나귀를 선물한다. 그날 저녁에 유스투스의 초청을 받은 마르셀루스는 예수의 가르침에 대하여 많은 것을 듣고 감동한다. 다음날, 어린 유스투스의 조카가 선물로 받은 나귀를 어떤 절름발이 불구자에게 주는 것을 보고 또 다시 참사랑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그때 시몬이라는 사람이 가나 마을을 찾아온다. 어부 시몬은 예수님으로부터 베드로라는 이름을 받은 사람이었다. 베드로를 수행하여 온 사람이 데미트리우스였다. 마르셀루스는 데미트리우스에게 성의를 받아서 파괴해야 한다는 것을 설명했다. 데미트리우스는 간직하고 있던 성의를 순순히 내어주었다. 하지만 마르셀루스는 차마 성의를 불에 넣어 태우지 못한다.

 

다이아나와 마르셀루스

 


유스투스는 무리들이 모인 가운데 모든 사람이 예수를 부인하더라도 베드로는 끝까지 예수와 함께 할 것이라고 설교한다. 불구의 몸인 루치아가 주님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른다. 모두들 감명 깊게 듣는다. 갑자기 로마병사들이 마을에 들이닥쳐 마을 사람들을 기독교인이라고 하여 살육한다. 유스투스도 로마병사가 쏜 화살에 맞아 숨을 거둔다. 놀란 마르셀루스가 로마병사들에게 당장 살육을 중지하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병사들을 이끌고 온 백부장인 파울루스가 마르셀루스의 명령을 거부한다. 티베리우스가 죽고 칼리굴라가 새 황제가 되었는데 파울루스는 칼리굴라의 명령을 받은 것이었다. 마르셀루스와 파울루스는 마침내 칼을 뽑아 들고 결투를 한다. 마르셀리우스가 파울루스를 제압하고 칼을 들어 죽이려 할때 예수의 가르침을 생각하고 목숨을 살려준다. 파울루스는 마지못해 병사들과 함께 철수한다.

 

 데미트리우스가 십자가 아래에서 예수님의 겉옷(성의)을 가지고 '이 분은 아무런 죄가 없는데 어찌하여 처형을 당하신  것일까? 나를 위하여?'라고 생각하고 있다.

 

로마병사들이 물러간 후에 베드로는 마르셀루스에게 자기가 실은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했던 사람이라고 밝히면서 그래도 예수님은 자기를 받아주어 새로운 사명을 맡기셨다고 얘기한다. 그같은 진솔한 말에 감동한 마르셀루스는 자기야 말로 예수를 십자가에 처형한 장본인이라고 말한다. 베드로는 데미트리우스를 통해서 들어서 다 알고 있다고 대답한다. 드디어 마르셀루스는 그 자신이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기독교인이 돤다. 마르셀루스는 베드로와 데미트리우스와 함께 지중해 지반을 다니며 복음을 전한다. 그리고 마침내 로마로 돌아간다.

 

다이아나가 칼리굴라 황제에게 '당신 말야. 인생을 그렇게 사는 것이 아냐!'라며 충고하고 있다.

 

세월이 어느 정도 지난 때에 새로 황제가 된 카리쿨라는 다이아나에게 마르셀루스가 로마에 있는 숨은 기독교인들의 지도자가 되었으므로 반역자로 체포되어 처형을 받게 것이라고 말한다. 칼리굴라는 다이아나에게 예전에 자기가 사려던 그리스 노예 데미트리우스가 체포되어 감옥에서 고문을 당하고 있는 장면을 보여준다. 다이아나는 마르셀루스의 하인 마르시포르(Marcipor)에게 마르셀루스가 이미 로마에 들어와서 숨어 지내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니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마르시포르도 기독교인이었다. 마르시포르는 다이아나에게 자기의 새로운 종교를 설명하고 왜 자기가 예수라는 사람의 가르침을 따르게 되었는지를 설명하지만 다이아나는 그런 것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고 오로지 마르셀루스의 안전만이 최대의 관심사였다. 한편, 마르셀루스는 왕궁의 감옥에 갇혀 있는 데미트리우스를 구출하기 위해 팀을 구성한다. 이들은 밤중에 왕궁에 스며들어서 마침내 데미트리우스를 구출한다. 이 사실을 안 카리굴라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서 당장 마르셀루스를 잡아들일 것을 명령한다. 마르셀루스와 데미트리우스 등은 마르셀루스의 아버지인 원로원 갈리오(Gallio)의 집에 숨기 위해 찾아간다. 갈리오는 황제인 칼리굴라의 폭정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갈리오는 기독교인들을 로마의 반역자로 간주하는 사람이었다. 그리하여 자기의 아들인 마르셀루스가 기독교인인 것을 알고 부자간의 관계를 끊는다. 마르셀루스 일행은 갈리오의 집에서 나와 다른 곳으로 피신한다. 그런 중에 황제의 명을 받은 병사들이 마르셀루스를 체포하기 위해 추격한다. 마르셀루스는 다른 사람들을 피신시키기 위해 자기가 혼자 뒤에 처져 있다가 로마병사들에게 체포된다.

 

마르셀루스와 데미트리우스가 다시 갈릴리로 와서 베드로를 만나 비로서 주님의 말씀을 전해 듣는다.

 

다이아나가 감옥에 갇혀 있는 마르셀루스를 찾아와서 ‘카리굴라에게 복종하고 기독교를 공개적으로 부인하면 살수 있다’고 말하면 제발 일부러라도 그렇게 말해 달라고 간청한다. 마르셀루스는 도저히 그렇게 할수 없다고 대답한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개재판이 열린다. 사람들 중에는 마르셀루스의 아버지인 갈리오도 있다. 성의를 손에 든 마르셀루스가 카리굴라 황제로부터 심문을 받는다. 마르셀루스는 황제의 질문에 슬기롭게 대답한다. 재판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이 마르셀루스의 당당하고 이성적인 답변에 감동한다. 마르셀루스는 무죄로 방면될 처지였다. 그러나 마르셀루스가 마지막으로 ‘만일 로마제국이 개혁되지 않는다면 왕중의 왕이신 예수께서 오시어 독재로 물든 제국을 쓸어버릴 것’이라고 말하자 카리굴라는 이야 말로 명백한 반역죄라고 하면서 법정의 동의를 구한다. 법정은 황제가 ‘죽음’이라는 판결을 원하고 있는 것을 알고 사형을 판결한다. 이때 다이아나가 나와 법정의 판결에 항의한다. 이에 분개한 카리굴라는 만일 마르셀루스가 황제인 자기에게 충성을 다짐하고 예수를 부인한다면 목숨을 살려주겠다고 약속한다.

 

마르셀루스가 노예 데미트리우스를 노예시장에서 산다.                                              

 

황제 앞에 무릎을 꿇은 마르셀루스는 로마와 황제에 대한 충성을 서약하지만 왕중의 왕을 부인하는 것은 거부한다. 그러자 칼리굴라는 마침내 마르셀루스를 사형에 처할 것을 명령한다. 그러자 다이아나는 마르셀루스가 없는 세상은 살아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여 자기도 유죄를 선고받기로 결심한다. 유죄로 선고받으려면 황제를 비난하면 된다. 다이아나는 회중들 앞에 나와서 카리굴라가 얼마나 독재자이며 폭정을 일삼는지를 고발한다. 다이아나는 당연히 마르셀루스와 함께 황제모욕죄로서 사형선고를 받는다. 마르셀루스와 다이아나는 손을 잡고 처형장으로 걸어간다. 그 전에 마르셀루스는 성의를 다이아나의 하인인 마르시포르에게 전하며 잘 간직하도록 당부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두 사람이 구름 속으로 걸어가는 장면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출연진은 다음과 같다. 리챠드 버튼(마르셀루스), 진 시몬스(다이아나), 빅터 머추어(데미트리우스), 마이클 레니(베드로), 제이 라빈슨(칼리굴라), 토린 대처(갈리오), 라챠드 분(본디오 빌라도), 제프 모로우(파울루스), 어네스트 테시거(티베리우스), 유다(마이클 안사라)...

 

다이아나가 성의를 들고 사랑하는 마르셀루스와 함께 처형장으로 평화스럽게 걸어가고 있다.


영화 ‘성의’는 아카데미상 최우수감독상, 무대장치상, 색채상, 최우수의상상을 받았다. 리챠드 버튼은 최우수 주연상 후보에 올랐었다. 영화 ‘성의’와 관련하여 1954년 후속편이 제잗되었다. Demitrius and the Gladiators(데미트리우스와 검투사들)이었다. 역시 빅터 머추어가 타이틀 롤을 맡았다. 영화 ‘성의’는 종교영화로서 유일하게 후편이 있는 작품이다. 영화 ‘성의’는 과연 세계영화역사에 있어서 시네마스코프라는 획기적인 제작방식을 택한 작품으로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1950년대 초반, 시네마스코프는 현대의 기적이라고 불릴 정도로 획적인 것이었다. 시네마스코프 작품을 상영하려면 3D에 준하는 시설이 있어야 한다. 많은 극장들이 그런 시설이 없으므로 영화 ‘성의’는 종래의 35mm 표준형 필름으로도 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