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이야기/영국왕실과 성공회

왜들 이러나, 영국 왕실 사람들

정준극 2010. 2. 9. 05:55

왜들 이러나, 영국 왕실 사람들

 

영국 왕실의 가족이라면 당연히 영국성공회 신자이다. 왕실 가족의 일원으로서 켄트공작부인 역시 당연직 성공회 신자였다. 그러던 켄트공작부인이 어느 날 아침 런던 웨스트민스터 홀에서의 비공개 예식을 통해 로마 가톨릭으로 개종하였다. 성공회 신자였던 일반인이 가톨릭으로 개종했다는 사실 하나로도 얘기꺼리가 되는 마당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성사모 (성공회를 사랑하는 모임) 특별 회원격인 켄트 공작부인이 가톨릭으로 방향전환을 했다는 뉴스는 찰스나 훠기 (Fergerson의 애칭)등 그 어떤 왕실 가족들이 제작해 내는 너절한 가십에 비할 수 없는 중량급 토픽이었다. 온 동네 신문기자들이 켄트 공작부인에게 물었다. ‘왕실의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그런 깜짝 쑈를 할수 있었나요?’ - 공작부인의 대답은 이러했다. ‘이건 개인적인 문제올시다. 왕실과 결부시키지 말아 주시옵소서!’

 

캐사린의 부군 켄트공작 에드워드. 엘리자베스 여왕의 4촌이다. '거저, 저의 집 사람이 갑자기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바람에 물의를 일으켜 송구하단 말입니다. 헛헛..'


스위트 케이트의 가톨릭 개종은 왕실 사람들이 음식을 쩝쩝대며 먹는다든지, 음란한 전화 통화를 한일이 있다든지, 수영장에서 비키니로 수영하는 모습이 몰래 카메라에 찍혔다든지, 진드기 같은 신문기자들과 실랑이 하다가 한 대 치는 바람에 폭행죄로 고발을 당했다든지, 과속으로 경찰의 추적을 받았다든지 하는 그런 종류의 가십과는 차원이 다른 뉴스였다. 실상 사람들은 왕실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제공해 주는 너절한 가십에 어느 정도 면역되어 있었다. 그런 가십이 신문이나 잡지 표지에 실리면 그저 ‘츳츳.. 왜들 그래? 배부르고 등 따스하니까 그런가?’라고 말하면서 속으로 언짢아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스위트 케이트의 금번 종교 호적변경은 달랐다. 화려하면서도 격정적이었던 지난날의 영화를 잊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영국의 백성들...그 백성들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일종의 향수심을 일깨워 준 것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전통과 역사에 대한 일종의 조용한 도전이라고 할수 있다. 어쩌면 켄트공작부인은 왕궁이나 교회의 케케묵은 장식장 안에 깊숙이 모셔져있던 영광과 오욕이 점철되어있는 왕족들의 유골을 슬며시 꺼내 보이기 위해 그 장식장 문을 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것은 영국 왕실과 로마 가톨릭간의 골수에 맺힌 관계(어쩌면 아무런 관계가 아닌지도 모르지만)를 실로 오랜만에 회상시켜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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