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유서깊은 광장

칼스플라츠(Karlsplatz)

정준극 2010. 4. 6. 10:48

칼스플라츠(Karlsplatz)

‘쿤스트플라츠 칼스플라츠’ 프로그램 활발

신성로마제국 칼6세 황제를 기념하여 붙인 명칭


칼스키르헤(칼교회)와 칼스플라츠. 오른쪽은 비엔나공과대학, 바로 왼쪽에는 비엔나박물관(구 비엔나역사박물관), 앞에는 인조 풀

 

비엔나에 가서 칼스플라츠(칼광장)를 방문하지 않고 간다면 그건 말도 되지 않는 일이다. 참으로 대단한 곳이다. 넓은 칼스플라츠에는 인공으로 만들어 놓은 수반과 같은 조형물이 있어서 여름에는 시원함을 선사해주고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 이용된다. 더구나 칼스플라츠에서는 부활절 시즌에 부활절 시장이 열리며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크리스마스 시장이 열린다. 그보다도 칼스플라츠의 한쪽에 우뚝 서 있는 칼스키르헤(칼교회)야 말로 비엔나에서 필견의 명소이다. 진실로 아름다운 교회건물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일부러 찾아왔던 교회이다. 칼스플라츠의 주위를 한번 둘러보자. 비엔나 박물관(Wien Museum), 비엔나 신년음악회가 열리는 비엔나 악우회(Musikverien) 건물, 각종 전시회가 열리는 예술가회관(Künstlerhaus), 오토 바그너의 칼스플라츠 기차역 파빌리온, 비엔나 공과대학(TU), 제국호텔(Imperial Hotel) 등이 칼스플라츠를 마치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으며 좀 떨어진 곳에는 황금양배추 머리의 제체시온(Secession)이 있다. 그리고 더 가면 나슈마르크트의 넓은 시장이 나오고 길건너편에는 유명한 테어터 안 데어 빈(빈강변극장)이 있다. 광장의 한쪽, 비엔나 박물관(종전의 비엔나시 역사박물관)의 앞에는 조각 공원이 있으며 다른 한쪽에는 요한네스 브람스 기념상, 비엔나 공과대학 쪽의 레쎌 공원에는 발명가인 지그프리트 마르쿠스 기념상, 칼스키르헤 옆 쪽에는 크리스토프 글룩의 기념상 등이 있다. 오페른가쎄의 한 코너에서는 카페 뮤제움(Cafe Museum)을 볼수 있다.

 

성자 칼 보로모이스에게 봉헌된 칼 교회

 

칼스플라츠의 대표적인 건물은 물론 칼스키르헤이다. 마리아 테레자의 아버지인 칼6세(샤를르6세)의 시대인 1813-14년에 비엔나는 역병으로 큰 고통을 당했다. 칼6세는 만일 역병이 물러가게 된다면 하나님께 감사하는 뜻에서 교회를 지어 봉헌하겠다고 약속했다. 칼6세의 간절한 기도때문인지 또는 날씨 때문인지 하여튼 2년 동안 극성을 부리며 수많은 목숨을 빼앗아간 역병은 1714년에 수그러들었다. 칼6세는 약속한대로 기념교회를 짓기로 하고 어디에 지을까 생각하다가 빈강의 둔덕에 있는 현재의 칼스플라츠에 세상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교회를 아담하게 짓기로 결정했다. 칼6세의 이방들은 새로 짓는 교회의 이름을 ‘칼황제 교회’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무리 자기가 주도했다고 해도 새로 짓는 교회에 자기의 이름을 노골적으로 붙이면 ‘칼6세! 그대도 역시 속물이구나!’라는 소리를 들을것 같아서 궁리 끝에 역병을 고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잘 알려진 성 칼 보로모이스(St Carl Barromäus)에게 봉헌키로 했다. 그래서 성자의 이름을 따서 칼교회(칼스키르헤)가 되었다. 다행하게도 성자의 이름과 칼6세의 이름이 같으므로 실제로는 누구를 위한 교회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칼스키르헤는 1716년부터 공사를 시작하여 약 20년 후인 1737년에 완성되었다. 칼스키르헤는 성자 칼의 이름을 빌려서 붙였지만 칼스플라츠는 성자와 특별한 관련이 없으므로 1899년에 칼6세 황제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오토 바그너 파빌리온. 칼스플라츠 전차역사였다. 현재는 기념관이며 다른 한쪽은 카페로 사용되고 있다. 

 

칼스플라츠는 비엔나에서 가장 교통이 복잡한 곳이다. 예를 들어 칼스플라츠 지하철역에서는 U1, U2, U4를 탈수 있다. 그리고 전차 1번, 2번, D번의 정류장이 있으며 조금 떨어진 슈봐르첸버그 광장에서는 남쪽 짐머링과 남부역으로 가는 62번 전차가 있다. 또한 브리스톨 호텔 건너편에서는 바덴으로 가는 지방열차가 떠난다. 버스로는 3A, 4A, 59A 등 여러편이 칼스플라츠를 중심으로 운행되고 있다. 이렇듯 교통의 중심지이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되고 그러다보니 달갑지 않은 일들도 많이 일어난다. 특히 칼스플라츠 지하철 역 일대는 비엔나에서도 알아주는 마약과 소매치기의 온상이다. 비엔나 시당국은 어쩔수 없이 칼스플라츠 일대를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경찰을 배치하여 놓았다. 칼스플라츠 인근에 있는 복음교회의 학생들은 칼스플라츠에서의 마약퇴치 운동을 위해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칼스플라츠에 면하여 있는 비엔나공과대학 본관건물

 

칼스플라츠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예술적 환경을 지니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비엔나 악우회, 예술가회관, 제체시온, 비엔나 박물관, 슈타츠오퍼(국립오페라극장) 등이 모두 칼스플라츠를 중심으로 둘러서 있다. 그리고 너무나 아름다운 칼스키르헤가 위풍도 당당하게 서 있다. 그런데 사회의 부랑자들이 모여드는 장소로 전락했다. 칼스플라츠라는 이름은 마약이라는 이름과 같은 의미로 사용될 지경이 되었다. 비엔나 시당국은 이러한 오명을 씻기 위해 여러 구상을 하였다. 그 중의 하나가 칼스플라츠를 문화의 광장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하는 이른바 Kunstplatz Karlsplatz(쿤스트플라츠 칼스플라츠)이다. 2004년부터 계획을 잡기 시작했다. 각종 문화행사의 장소로 사용하는 프로젝트이다.

 

비엔나박물관

 

비엔나 시당국은 이와 함께 칼스플라츠 주변 환경 개선을 위해 여러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로사-마이레더(Rosa-Mayreder), 기라르디(Girardi), 에스페란토공원(Esperantopark)의 설치 등은 대표적이다. 비엔나공과대학교 도서관 건물의 인근에 있는 로사-마리레데 공원은 야외 예술회관이나 마찬가지이다. 쿤스트플라츠 칼스플라츠 프로그램은 2008년 여름 오스트리아와 스위스가 공동주최한 유럽축구대회(Fussball-Europameisterschaft): 푸쓰발 오이로파마이스터샤프트)와 타이밍을 같이하여 오픈되었다. 칼스키르헤를 배경으로 그 앞에 있는 둥근 연못 형태의 수반이 무대가 되어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며칠에 걸려 팝, 비엔나 노래, 클래식 연주회가 열렸다. 풍성한 문화행사 때문에 칼스플라츠는 문화광장으로서의 면모를 되찾아가고 있다.

 

쿤스트플라츠 칼스플라츠 프로그램에 의한 연주회